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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싱잉 Jun 02. 2024

나이아가라 폭포에 갑시다 2

인트로가 너무 길었네요 암트랙 후기입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갑시다' 라는 글이 제가 마지막으로 쓴 글이군요.

그때의 저는 인당 50만원 드는 패키지를 보고

돈을 더 아낄 수 있을까 이런 저런 많은 고민을 했었네요.

사실 그 때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던 시기였어요.

여행 오시는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제대로 말도 못하고 가성비 여행을 잘 짜보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머리를 굴리던 생각이 나네요.


9시간 30분의 암트랙 여행은 어땠을까요?

다행히도 기차여행은 생각보다 너무나 편안했습니다.

다양한 인종이 사는 나라의 기차라 그런지

낮은 등급의 좌석이어도 너비도 넉넉하고 편했습니다.

장시간의 기차여행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화장실이 너무 많이 더러워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처음보다야 사용감이 느껴졌지만 괜찮았습니다.


특히 엄마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참 좋아하셨어요.

넓은 강 건너 암벽이 보이기도 하고, 

어느 작은 마을이 보이기도 하고, 

벼와 같은 농작물을 키우는 큰 밭이 보이기도 했는데

따스한 햇살이 함께 하니 모든 순간이 평화로워보였습니다.

아빠의 무릎이 가장 걱정됐는데 아빠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재밌는 일도 있었어요.

엄마가 피곤할 때 먹기 위해 챙겨오신

정관장을 제 동생이 가지고 있었어요.

그걸 보고 옆자리 외국인 아저씨가 말을 걸더라고요.

정관장? 한국 사람이에요? 

안녕하세요~

동남아인처럼 생긴 아저씨는 갑자기 한국어로 말을 거셨습니다.

한국어를 하시다니 저와 동생은 너무 신기했어요. 

이야기를 해보니 90년대에 한국에서 일했다고 하셨네요.

이제는 한국의 많은 단어를 기억하진 못하시는 듯 보였지만

사진첩에는 한국에서의 추억이 여전히 담겨있었습니다.

사진첩을 한참 뒤지시더니 그 시절의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젊은 시절 아저씨의 모습이 아주 멋지더군요.

장발을 한 아저씨는 왠지 멋을 부린듯한 화려한 옷을 입고 계셨어요.

사진 속 한국의 오래된 차량, 거리를 보니 신기했어요.

그 때도 섬유 쪽 일을 하셨고 

지금도 미국에서 섬유 관련 일을 하신다고 했습니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아저씨를 보며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온

마치 저와 남편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과연 우리도 미국에 계속 있을 수 있을 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네요.


아저씨는 딸을 보기 위해 캐나다에 가신다고 하셨어요.

캐나다 국경을 지나기 전에 저희가 먼저 내리면서 헤어졌습니다.

동생이 정관장을 들고 있지 않았다면 과연 우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우연히 마주친 누군가와 기차 통로를 사이에 두고

동생과 함께 즐겁게 이야기한 기억,

아저씨가 페이스북 친구 하자고 하셔서 페이스북에 들어갔는데

아저씨가 매일 올리시던 춤추는 동영상을 보며

이 아저씨 인생 너무 재밌게 사시는데?

하며 동생과 깔깔대며 웃었던 장면,

엄마 아빠께서도 미국 기차에서 외국인과 저희가 대화를 하고

가끔 외국인 입에서 한국어가 나오니

신기하다고 힐끔힐끔 쳐다보며 미소지으시던 순간도 모두

여행의 한 추억으로 남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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