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erry NoNo Jul 15. 2019

화이트 워싱과 창작물의 캐릭터표현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그리 일반적으로 쓰이는 개념은 아니지만 서구권에서 주로 쓰이는 단어-개념으로 화이트워싱(Whitewashing)이라는 것이 있다. 기존의 의미는 더러운 것을 가리기 위한 페인트 칠 등을 의미했지만, 2000년대 이후로 이 단어의 현대적 의미는 영화산업계에서 있던 인종차별적 관행 즉 백인이 아닌 인종(주로 동양인과 흑인)을 백인배우로 대체하여 쓰던 관행이다. 190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의 수많은 작품에서, 동양인 혹은 흑인 캐릭터의 연기자는 백인으로 고용된 경우가 다수였으며, 이는 인종차별적인 미디어를 생산하는 동시에 영화 산업계에 종사하는 비백인 인종의 실업률을 높게 유지시키는 요인이었다. 이러한 영화계의 관행은 티비스크린과 게임산업과도 이어져, 티비시리즈에 백인만이 등장한다거나, 원작 영화의 흑인/동양인 캐릭터가 게임에서는 백인으로 나오곤 했다.


21세기에 이르러 겨우 화이트 워싱에 대한 자성적 비판이 자리를 잡아, 백인위주의 캐스팅에도 흑인이나 동양인 등을 한 두 명 끼워 넣어 시리즈 혹은 미디어를 만드는 식의 구색맞추기 식 캐스팅/창작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당장 대부분의 영화/애니메이션/티비시리즈/광고 등에서 백인이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며, 2016년에는 할리우드의 한국계 배우 겸 코미디언인 마거릿 조가 블로그에 화이트워싱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올리며 논의가 있기도 했다.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영화산업계가 아닌 2D컨텐츠산업(애니메이션/만화/일러스트)등에서 나타나는 화이트워싱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장 대표적인 애니메이션브랜드인 디즈니의 디즈니프린세스와 프린스만 보더라도 비백인인종 주인공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예외적으로 2009년작 "공주와 개구리"와 2016년 티비방영된 "아발로의 엘레나"가 있지만 여전히 차별적인 캐릭터묘사로 논란이 있었다), 다양한 아동대상의 애니메이션 시리즈에도 주인공은 대부분 백인남자 혹은 여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다양한 인종을 담으려는 시도를 하는 애니메이션 혹은 코믹스의 시도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마블의 2대캡틴 팔콘과 블랙팬서 그리고 아이언맨의 새 여성 히어로 리리 윌리엄스(11월 발매 예정) 등이 흑인 캐릭터를 메인 캐릭터로 내세워 많은 인기를 끈 작품들 이며, 가장 근작의 아동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여러 인종의 캐릭터를 "젬"이라는 외계생명체로 등장시킨 스티븐 유니버스 또한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팬덤 혹은 동인 등에서 소비되는 캐릭터의 인종적 특징(체형과 이목구비 그리고 피부색 등)을 2차 창작하며 지워내는 경우가 다수 보여져 이에 대해 화이트워싱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가까운 예로는 2016년 발매되어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오버워치의 등장 캐릭터 파라, 아나, 루시우, 시메트라 등의 비 백인 인종의 피부를 밝게 그리는 2차창작의 유행을 들 수 있다. 90년대 미국에서 흑인을 미디어에 등장시킬때에는 최대한 밝은 피부색의 흑인을 등장시켜 어두운 피부의 흑인을 배척한 사례가 있다. 그들의 미적기준이 백인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며 "밝은 것이 보기에 아름답지 않냐" 등의 주장을 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이는 타고난 신체적 조건에 의한 차별이다. 과연 2차 창작에서 보기에 좋아 밝게 그렸다 혹은 내가 쓰는 컬러에 그 캐릭터의 피부색은 어울리지 않아 밝게 그렸다 는 핑계는 합리적인 것일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컬러픽커로 정확한 그 캐릭터의 색상을 찍어내어서 2차창작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미디어에서 등장하지 못했던 비백인인종을 등장시킨 작품의 의도를 읽지 못해서는 안되고, 지워서도 안된다. 미디어에 소수자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결국 소수자들의 자존감과 우울감에 영향을 주며,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소수자의 캐릭터는 실제 사회 내에서도 소수자의 입지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화이트워싱은 악의적인 차별의 역사와 함께 해왔기 때문에 그에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자신의 2차창작혹은 1차창작에서 비백인인종의 인종적 특수성과 캐릭터를 덜어내려는 무의식적 선택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이를 수정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작가의 이전글 보아 WOMAN - 제 2의 누군 존재하지 않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