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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NoNo Sep 15. 2019

애교와 존엄성(Aegyo and Dignity)

한국식 애교는 콧소리와 어린 여자아이 흉내 그리고 남성을 앞에 두고 비위를 맞추며 살살 기는, "예쁜 말"로 "오빠"의 마음을 녹이는 등의 행위이다.   

 Meaning of Aegyo


https://en.wikipedia.org/wiki/Aegyo




한국의 많은 음악방송, 예능 방송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젊은 여성들은 애교를 보여주기를 강요받는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애교를 하는 행위는 같은 여성의 모습은 동아시아 아이돌 문화에서 가장 여성 차별적인 양상 중의 하나인 애교 요구에 임하는 형태에 가깝다. 러블리즈의 케이를 보고 있자면, 스스로에 대한 존엄조차 고려하지 않는 듯하게 보일 때가 있다. 걸스데이의 혜리나 에이핑크의 정은지 등도 애교를 자신들의 셀링포인트로 많이 밀었지만, 케이의 애교와는 다른 느낌이 든다. 케이의 애교는 버튼처럼 누르면 나오는 어떤 행동양식과도 같이 재현된다. 굉장히 단련된 애교에 가깝다. (한국식 혹은 한국식이 아닌) 애교라는 것은 결국 타인에 대한 애정과 평소의 표현 습관에서 나오게 되는 것인데, 그것이 상대에 따라 다른 느낌이 들지 않고 일정한 출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색다른 위화감이다. 야망과 목표로 다져진 기합 혹은 품새에 가까운 케이의 애교를 보고 있자면 회사 술자리에서 상급자의 자리 옆에 앉아 입안의 혀처럼 아부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2013년 9월 라디오스타에서 애교를 요구받고 당황해 눈물을 흘린 카라의 멤버 강지영은 당시 지독한 언론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또한 같은 방송에서 열애설 관련으로 집착적인 캐묻기에 눈물을 터뜨린 연예기사는 모두 "카라 구하라 강지영, 태도 논란"이라는 말로 논란을 증식시켰으며 이러한 일련의 행동이 비즈니스의 이해관계를 망쳤으며 그들은 프로의식이 부족하다 기브 앤 테이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등의 혹독한 대중의 시선 또한 겪어야 했다. 그러나 정말 그들이 프로의식이 부족해서, 방송을 몰라서, 이기적이라서 눈물을 흘린 것일까? 집착적이고 비정상적인 요구에 지치고 화가 난 상태에서 울게 된 것은 아닐까? (실제로 방송에서는 엠씨들이 큰 목소리로 열애설에 대해 따지듯이 묻고 애교를 보여달라며 강압적인 톤으로 요구했으나 이러한 장면에 대한 지적은 거의 없었다)


 ‘라디오스타’ 구하라-강지영 눈물, 진짜 문제는?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760

"애교 보여주세요" 란 말에 당황하는 아이돌일수록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를 가지고 있다. Aegyo라는 개념은 그 자체로 여성상에 대한 오해와 혐오에 기인한 것이며, 애교라고 불리는 귀여운 행동은 그런 건 가까운 타인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스러운 배려나 애정표현인데 그걸 해보라고 하면 보통의 사람이라면 당황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애교 보여주세요 애교해봐 란 말에 적극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애교 보여달란 말에 시리나 심심이가 대답하듯이 매뉴얼처럼 아잉 콧소리 내며 오빠 오빠 하는 애교가 자연스러운 사람일수록 어딘가 망가진 게 아닐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득(예쁨 받음, 인기를 얻음)을 놓치더라도 그런 상황에서의 애교는 거절해야 마땅하다. 애교를 보여줌으로 얻는 보상(욕먹지 않음)을 잡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출처: https://do-i-know-you.tistory.com/22 [CherryBas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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