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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ry NoNo Jul 12. 2019

보아 WOMAN - 제 2의 누군 존재하지 않아



보아, 신비프로젝트의 주인공

 86년생의, 데뷔 18년 차의 한국 여성 솔로 가수인 보아의 8번째 앨범은 그에게는 물론일 것이고, 팬들에게도 짜릿한 소식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홧김에 (Irreversible)’, ‘Little More’, ‘If’, ‘No Limit’ 등의 자작곡 4곡 그리고 작사에 참여한 타이틀 곡 ‘Woman’과 수록곡 ‘Encounter’을 선보였다. 

 보아는 활동기에서 상당히 많은 기간을 해외 활동에 매진했고, 이는 SM의 사업방향과 일치한다. SM은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었고(이수만은 미국에서 유학했고 미국 음반시장과 흑인음악에 영향을 받았음. 89년 SM기획 설립. ) 그 영향으로 소속 아티스트 데뷔 멤버에 외국인 혹은 한인교포를 영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였었다. (SES의 멤버 슈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출신으로, 한국의 외국인 학교 재학 중이었음. HOT의 토니안은 서울 태생으로 초교시절 미국 이민 후 LA SM오디션 합격으로 귀국했다) 90년대 SES의 일본 진출에서 겪은 뼈아픈 경험들과 다양한 기회들을 마주한 이후 일본 아이돌 시장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했고, 98-00년 사이에 진행된 '신비프로젝트'로 적지 않은 어린 나이의 여자 연습생들을 캐스팅했다. (00년 이후 신비프로젝트는 'SM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로 바뀌어 계속해서 진행했다.) 98년에 영입된 보아에게서 스타성과 잠재력을 확인해, 노래와 춤 외에도 일본어와 영어를 배우게 하고 SM재팬이라는 현지기획사를 설립해 일본 음반시장에서 기획과 프로듀싱의 권한을 확보했다. 




 2012년 1월 31일 SBS 생방송 좋은 아침 스타시크릿 보아 편 에서 이수만이 밝힌 인터뷰의 내용에서는 신비프로젝트를 위해 빚을 내어 30억의 투자를 했다고 했었다. 그는 또 "중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아이를 찾으려 혈안이었다" 고 밝혔다. 이는 일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기획으로, 한국에서의 인지도 확보를 위한 2~3년간의 활동기간과 일본 레이블들의 최소 계약 기준이었던 7년이라는 긴 계약기간을 채울, 도합 10년의 활동이 가능한 여자 가수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아동인권이나 노동법 기준, 성장기 아동에 대한 배려나 근로기준법 등등의 모든 기준을 고려하지 않은 상당히 불편하고 불쾌한 방향의 기획이었다. 그러나 한편 이날 방송에서 보아는 "나를 잘 만들어진 상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렇지만 나는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었고, 바로 위와 같은 발언이 보아를 지금까지 활동하게 한 원동력이라고 보인다. 

 보아는 2000년 8월 25일 한국 첫 정규 음반인 ID; Peace B를 발매하며 데뷔했다. 그러나 데뷔 당시 보아에 대한 국내 반응은 싸늘했다. 인터넷을 통한 채팅커뮤니케이션 세대에 대한 곡인 ID; Peace B 가사나 콘셉트도 유행에 따라가려 애쓰며 급식체를 쓰는 아저씨 같은 발상에 가까웠고, 00년 국내 음반시장은 핑클의 3집 NOW와 베이비복스의 4집 후속 활동 그리고 여고생 가수였던 박지윤의 성인식 등으로 섹시 콘셉트가 대세였던 영향도 있었다. 또한 지원사격에 나설 것이라 여겼던 SM의 다른 아이돌 그룹인 H.O.T와 신화 팬덤들도 SM에서 고액의 트레이닝 비용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져 있던 신비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보아라는 이유로 '우리 오빠들이 힘들게 번 돈을 보아한테 쓴다'며 비난하고 악성루머를 퍼뜨리기도 했다. 


 일본의 거대 레이블인 에이벡스와 계약하여 시작한 일본 활동에서는 '한국어, 일본어, 영어에 능통하고 춤과 노래가 완벽한 천재 가수'라며 보아를 홍보했다. 보아는 일본에서 각 지방의 길거리 캠페인을 비롯해 일본 전역의 레코드점을 돌아다니며 직접 홍보와 라이브를 했으나 2001년 7월 발매된 2번째 싱글 'Amazing Kiss'까지는 큰 반응이 오지는 않았다. 2001년 연말 NHK가 주관하는 디지털 슈퍼 드림 라이브에서 보아는 氣持ちはつたわる를 격한 안무와 함께 소화해내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인지도를 높였다. 그리고 2002년 3월 13일 첫 일본 정규 앨범 LISTEN TO MY HEART을 발매해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오리콘 일간, 주간 앨범 차트 1위를 했다. 지금은 K-POP으로 인해 한국의 여러 가수들이 해외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보아의 오리콘 차트 성적은 지상파 9시 뉴스에 보도될 만큼 이례적인 성과였다. 일본에서의 성공은 2002년 4월에 발매된 국내 2집의 대박으로 이어졌다. 

噓でもねえ 微笑むことは素敵なことね
거짓으로라도 미소짓는 건 멋진 일이야
淚だけが 素直に 泣いている また 會えば 笑えるように…
눈물만이 솔직하게 울고 있어. 다시 만난다면 웃을 수 있도록...


 신비프로젝트로 완벽하게 기획된 보아는 2002년까지였다. 2003년 일본에서 발매한 2집 VALENTI의 수록곡 Moon&Sunrise 는 보아가 일본어로 직접 작사한 곡이다. 외롭고 힘들었던 일본 활동에서의 기억과 함께 적어 내려 간 가사는 만남과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때부터 보아는 직접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에 대해 솔직하게 노래했다. 이후 활동 전반에 걸쳐 더 많은 자작곡과 작사, 작곡참여 등으로 보아는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갔다. 아이돌인 보아, SM이사인 보아 보다도 주목받아야 하는 것은 그녀의 아티스트로서의 활동과 역량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아, WOMAN, 그래서 보아.



WOMAN - 보아가 작사에 참여한 타이틀곡.

 10월 24일 SMTOWN 코엑스 아티움에서 진행된 컴백 쇼케이스에서 보아는 "많은 분들이 '걸스 온 탑'과 많이 이어 생각하는데, '걸스 온 탑'은 소녀의 당당함이라면 '우먼'은 여성의 당당함을 담았다" 고 말했다. 제일 애증하는 곡인 Girls On Top, 그러니까 71년생 아재인 유영진이 작사 작곡한 타이틀 곡으로 그의 자아가 철처철 넘쳐흐르는 곡을 떠올리면 인상이 먼저 찌푸려진다. 생각해보면 00년 데뷔 앨범 타이틀 곡 ID; Peace B 에서부터 보아는 완벽하게 방향성을 가지고 프로듀싱된 아이돌이었고 그 중심에는 유영진이 있었다. 당시에는 굉장히 화제가 되었던 남자 댄서 등에 올라타 노래를 부르는 안무 등은 성인 남성이 그린 틀에 박힌 여성에 대한 틀에 박힌 반박이었다. 남성과의 관계에서만 자신의 주도권과 파워에 대해서만 주장하기 때문에 결국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완성될 수 없는 전형적인 고추 중심적인 곡이었다. 어린 여자아이가 주도권을 잡겠다는 발칙함에 대해 이야 그거 대단하네 라고 아재들이 침 흘리며 나서서 칭찬해주는 풍경마저 떠오른다. (이는 2010년 발매된 미쓰에이의 Bad Girl Good Girl 에서 묘사하는 여성의 파워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아재냄새가 풀풀 풍기는 분위기와도 비슷하다.) 결과적으로는 보아의 무대 장악력과 보컬 그리고 퍼포먼스로 인기를 얻은 곡이지만 그 명확한 한계와 기분 나쁜 방향성을 떠올리면 여전히 불쾌하다. 



 24일 쇼케이스에서 보아는 "'우먼'에는 누군가가 되기보다는 나 자신의 장점과 아름다움을 찾아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걸 했다. 반항아적인 모습, 유머러스한 모습 등 다양한 여성상을 표현하고 싶었다. 많은 의견을 나누며 만든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또 보아는 "'우먼'이라는 워드를 사용하고 노래한다는 게 어렵긴 했다. 하지만 내가 봐도 멋있다고 생각하는 여성상을 많이 떠올렸다. 내 이야기라기보다는 '나도 이처럼 되고 싶다'는 워너비적인 여성상을 표현하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전시키고 빛나게 하는 당당한 여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00년대의 신비 프로젝트의 주인공 춤추는 소녀 보아가 정말 보아가 되기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환영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보아는 이제 자신의 머리로, 손으로, 발로, 자신을 말할 수 있다. 


 보아의 타이틀 곡 우먼의 시작과 끝에는 하이힐 소리가 들린다. 곡의 시작과 함께 자신있는 모습으로 걸어 나오는 보아의 모습이자, 신장이 작아 항상 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무대를 했던 보아의 활동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녀가 더 멀리, 더 오래 걷기 위해서는 언젠가 하이힐을 벗고 걸어가야 할 것이다. 아주 오래 또 멀리 나아가는 보아의 모습을 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과 함께 들을 수 있는 보아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곡들과 함께 구성한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한다.
큰 볼륨의 라잌잇으로 시작해 걸어 나가는 보아의 발소리가 들리는 우먼으로 끝난다.


플레이리스트 링크(멜론) https://melon.do/YkyzK5w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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