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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za Apr 27. 2022

두 개의 역마살, 숨길 수 없는 본능

학생은 역마살이 두 개나 있네, 무슨 공부해?


관광이요

아주 찰떡같이 잘 선택했네!



대학생 때 친구들과 심심풀이로 사주를 보러 가면 항상 오가는 대화다. 사주도 조금씩 변한다던데 내 역마살은 타고난 건지 사주풀이를 할 때마다 나온다. 역마살이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그런 소리가 싫지 않다. 오히려 해외에 자주 나간다는 말에 내심 기분이 좋아진다.


역마살이 두 개라서 그런 걸까? 절대 가만히 있지 못한다. 집에만 있으면 에너지를 다 소모하지 못해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다. 항상 방학 때면 홍길동 보다 더 바쁘게 동해 번쩍 서해 번쩍하면서 해외든 국내든 이리저리 누비고 다녔다. 3개월간 오롯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이 방학만큼 행복한 시간은 또 없을 것이다.


1학년 여름 방학 때는 내일로로 전국을 기차 여행했다.

2학년 방학 때는 세계탐방 공모전에 합격해 네덜란드 자전거 박물관에 인터뷰를 하러 유럽을 다녀왔다. 유럽에서 돌아오자마자 짐을 풀 시간도 없이 여수 엑스포 일을 하러 2주간 떠났다. 3학년 때는 대만에 교환학생으로, 4학년 때는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방학을 틈타 남미를 다녀오고 알래스카도 다녀왔다. 역시나 내가 각국에서 온 교환학생 통틀어 제일 잘 돌아다녔다.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성향과 그에 딱 맞는 사주팔자 덕분에 대학생활 동안 하이에나처럼 국내든 해외든 집 밖을 벗어나 머물 수 있는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 덕분에 교환학생을 두 번이나 다녀온 몇 안 되는 학생이 되었고, 동기들보다 다채로운 4년의 시간을 보냈다. 관광이라는 전공도 나를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매번 여행을 갈 때면 전공 공부의 연장선이라며 말하고 다녔으니까.


나의 이런 일련의 활동들은 스펙이나 특정한 목표를 두고 한건 아니었다.  목표라고 한다면 대학생활 동안 후회 없이 열심히 노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학생활 동안 스펙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 흔한 컴활 자격증도 없고 교환학생을 가기 전까지 토익 공부도 해본 적이 없다. 냥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 보니 그게 나의 삶이 되었고 방향이 되었다.


그렇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본능에 충실했다. 전공을 선택한 그 순간도. 나는 돌아다니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서 관광전공을 선택했다. 광을 전공하면 졸업 후에 당연히 여행 관련된 일을 할 테고, 여행 관련된 일을 하면 행복하겠지라는 정말 단순한 생각과 막연한 로망으로 말이다. 그리고  선택 최대한 만끽했고 전공 선택에 대해 한 번 후회한 적이 없었다. 졸업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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