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친구들과 심심풀이로 사주를 보러 가면 항상 오가는 대화다. 사주도 조금씩 변한다던데 내 역마살은 타고난 건지사주풀이를 할 때마다나온다.역마살이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그런 소리가 싫지 않다. 오히려 해외에 자주 나간다는 말에 내심 기분이 좋아진다.
역마살이 두 개라서 그런 걸까? 절대 가만히 있지 못한다. 집에만 있으면 에너지를 다 소모하지 못해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다. 항상 방학 때면 홍길동 보다 더 바쁘게 동해 번쩍 서해 번쩍하면서 해외든 국내든 이리저리 누비고 다녔다. 3개월간 오롯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이 방학만큼 행복한 시간은 또 없을 것이다.
1학년 여름 방학 때는 내일로로 전국을 기차 여행했다.
2학년 방학 때는 세계탐방 공모전에 합격해 네덜란드 자전거 박물관에 인터뷰를 하러 유럽을 다녀왔다.유럽에서 돌아오자마자 짐을 풀 시간도 없이 여수 엑스포에일을 하러2주간 떠났다. 3학년 때는 대만에 교환학생으로, 4학년 때는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방학을 틈타 남미를 다녀오고 알래스카도 다녀왔다. 역시나 내가 각국에서 온 교환학생 통틀어 제일 잘 돌아다녔다.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성향과 그에 딱 맞는 사주팔자 덕분에 대학생활 동안 하이에나처럼 국내든해외든 집 밖을 벗어나 머물 수 있는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그런 덕분에 교환학생을 두 번이나 다녀온 몇 안 되는 학생이 되었고, 동기들보다 다채로운 4년의 시간을 보냈다. 관광이라는 전공도 나를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매번 여행을 갈 때면 전공 공부의 연장선이라며 말하고 다녔으니까.
나의 이런 일련의 활동들은 스펙이나 특정한 목표를 두고 한건 아니었다.목표라고 한다면 대학생활 동안 후회 없이 열심히 노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학생활 동안 스펙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 흔한 컴활 자격증도 없고 교환학생을 가기 전까지 토익 공부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 보니 그게 나의 삶이 되었고 방향이 되었다.
그렇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본능에 충실했다. 전공을 선택한 그 순간도. 나는 돌아다니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서 관광전공을 선택했다. 관광을 전공하면 졸업 후에 당연히 여행 관련된 일을 할 테고, 여행 관련된 일을 하면 행복하겠지라는 정말 단순한 생각과 막연한로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선택을 최대한 만끽했고 전공 선택에 대해한 번도후회한 적이 없었다. 졸업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