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이나 회사 면접을 볼 때면 듣는 말이다. 나는 4년 6개월 일하는 동안3개의 회사를 다녔다. 한 회사에서 1년 남짓 일을 한 것이다. 요즘 근무년수가 짧아지고 있고 한 회사에 평생 다닌다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지만 1년~2년 남짓한 경력들을 보며 매번 면접관이 묻는 말이다. 이에 대한 이유는 모두 있다. 계약직이었던 경우도 있고, 나의 가치와 회사의 방향이 맞지 않아서, 더 좋은 곳으로 제안이 있어 이직을 한 경우도 있다.
남자는 많이 만나봐야 해. 결혼하기 전에 많은 남자를 만나봐야 진짜 내 인생의 동반자를 찾을 수 있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심지어 대학교 1학년 때 들었던 수업에서는 교수님이 학기에 한명씩 만나야한다는 말까지 했다. 그래서 너희들이 어떤 사람과 잘 맞는지 알게된다고. 사실 맞는 말이다. 캠퍼스 CC에서 결혼까지 성공한 아주 드물에 운이 좋은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우리는 자주 다른 이성친구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의 부족함도 알게되고, 이런 놈은 나쁜X네라는 것도 깨닫고, 이런 사람이 나와 잘 맞네 등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나는 한층 성숙해진다. 성숙해졌다고 생각할 때쯤 최악의 이성을 만나면 난 누구?여긴 어디?라는 현타가 오면서 나는 그간 무엇을 했나 내 인생은 망했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연애의 과학에서는 이런 재미있는 공식도 만들었다 (사진. 연애의 과학)
회사는 연애라고 생각한다. 초, 중, 고 공부만 하고 대학생 때에도 공부를 하다가 세상에 나왔는데 어떻게 나에게 딱 맞는 회사를 알 수 있는가. 재미있는 통계가 있어서 공유해 본다. 클래식 프리매칭 사이트 안티싱글 조사에 따르면 결혼 전 절반 이상이 2~5명의 이성을 만난다는 재미있는 결과가 있었다. 무려 46%가 2~5명, 34%가 6명~10명이라고 한다. 앞으로 나와 평생 함께 할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이성을 만나는데 100세 시대 짧으면 1~3년 길면 10년 이상 일을 할 수도 있는 회사를 선택하는데 잦은 이직은 너무 당연한 것 아닐까? 이번 회사는 정말 잘 선택했더라도 다음 이직하는 회사에서 낚였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항상 "좋은"회사만 갈 수는 없을테니까.
같은 스타트업이라도 분위기도 천차만별이고, 업무 환경도 같이 일하는 사람도 다른데 어찌 한 회사만 다니고 알 수 있을까. 심지어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내미래나 좋아하는 것을 고민하는 시간이 참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시험 성적을 잘 받기 위한 노력만 해왔던 우리에게 졸업 후 회사생활을해보면 이것이 나에게 맞는지, 혹은 내가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곤 한다.
이런 고민에 보통 2가지 선택을 한다.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며 다니는 사람, 더 나은 삶을 위해(?) 과감히 도전하는 사람. 두 가지 모두 맞거나 틀린 것은 아니고 단지 성향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원하는 삶을 꿈꾸며 계속 탐험하는 스타일로 이직이 잦았다. 이런 성향 덕분에 스타트업, 공공기관, 중소기업 등 다양한 규모의 회사에서 일을 해보기도 하고 여행, 문화예술,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국제개발협력과 같이 비슷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일을 한 경험이 있다. 이렇게 일을 해보고 나니 이제 내가 어느 것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지 어느 분야라면 조금 더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아주 손톱만큼 알 것 같다.
이제는 알아줬으면 좋겠다. 잦은 이직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2030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때론 과감히 도전하는 용기이기도 하다고. 생각 없이 퇴사, 이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의 동반자를 찾기 위해 다양한 이성과 만나듯이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여러 회사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다음 면접 때 면접관이 물어본다면 꼭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이러한 잦은 이직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이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고 사람과 사람, 경험을 연결하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지속가능성을 환경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지속가능성이란 누군가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그 가치로 누군가의 삶이 변하고 그 변화로 인해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선순환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와 결이 맞는 사람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