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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za Oct 13. 2023

상상만하던 아프리카를 실제로 본다는 건

와칸다포에버

와칸다 포에버!!


르완다에 간다고 했을 때 내 친구들 10명 중 8명의 반응이었다. 물론 팔을 크로스하는 제스처도 함께. 르완다가 와칸다 옆나라냐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많아서 구글에 찾아보니 가상의 나라긴 하지만 르완다가 와칸다 이웃 나라가 맞다.


친구들이 "르완다는 어떤 나라야?", "르완다에는 뭐가 있어?"라고 물을 때마다 나도 잘 몰라서 날씨가 좋은 곳이라며 우물쭈물 넘어갔다. 지원하기 전까지 르완다라는 국가가 있는지 조차 몰랐었고 아프리카 대륙은 어떤 모습인지 상상이 안 갔다. 굳이 생각해 본다면 NGO 단체 혹은 국제기구에서 모금을 위해 하는 광고를 통해 아프리카의 모습을 접했을 뿐이다. 그런 TV 광고로 인해 굶주리고 있는 아이들, 열악한 환경의 모습이 막연하게 떠올랐다. 그래서 르완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정말 무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르완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르완다의 첫 모습을 본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여기가 아프리카가 맞아?"


르완다 수도인 키갈리의 모습은 막연하게 생각했던 아프리카의 모습과 전혀 달랐다. 깔끔하게 정돈된 나무들과 도시의 모습, 패션쇼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생각해 보면 아프리카도 사람 사는 곳이다.

그곳에도 밥 먹는 식당이 있고, 키갈리 시내를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전망 좋은 카페도 있고, 마트도 있고, 명품 브랜드가 있는 쇼핑몰도, 서점도, 컨벤션 센터,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도 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TV 속 아프리카의 모습과는 달랐다.


오히려 마트에서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고 재활용된 종이봉투만 사용하는 것을 보며 한국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다. 구멍 난 신발을 멋지게 수선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물건을 여러 번 수선하여 오랫동안 사용한다.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의 소비 행동과 비교가 되었다.


이렇듯 아프리카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도 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 르완다 현지 교육

봉사단원은 수도 키갈리에서 약 한 달 동안 현지 적응 교육을 받는다. 현지 적응 교육기간 동안 르완다 현지문화에 대해서도 배우고 무려 매일 약 7~8시간 동안 르완다어도 공부한다. 수능 이후로 렇게 오래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 온몸이 쑤시곤 했다. 수업 시간에 종종 영혼이 빠져나갔지만 배운 언어를 밖에 나가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어 생각보다 르완다어가 많이 늘었다. 아시아에서 온 외국인이 르완다어를 하면 신기하게 쳐다보기도 하고 반가워하며 더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을 느끼며 더 열심히 공부했다.


열심히 르완다어를 공부한 흔적들..


그렇게 사막에 떨어져도 살 수 있는 뛰어난 적응 능력으로 르완다 키갈리의 삶에 완벽 적응했다. 사실 수도는 외국인들도 많이 사는 곳이라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남들보다 2배 더 많은 역마살과 숨길 수 없는 탐험 능력으로 다른 단원들보다 키갈리 구석구석을 탐험했다.


탐험을 통해 얻은 재미있는 발견은 두 가지였다.

1. 르완다에서 딱 하나뿐인 오케스트라 발견

2. Keza라는 르완다 이름 획득


아프리카에 오케스트라니. 상상이나 해봤는가? 르완다에서 딱 하나뿐인 오케스트라를 발견했다. 한국에서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매일 야근으로 연습을 제대로 못했었다. 르완다에서는 야근이 없을 테니 여유롭게 바이올린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오케스트라에 찾아가 바이올린 레슨을 받고 싶다고 했다. 진짜 무작정 찾아갔다. 이런 무모함 덕분에 르완다인 바이올린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아주 유쾌하고 긍정 에너지가 가득한 선생님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르완다에서 바이올린 레슨을 왜 받냐고 하지만 누구에게 배운들 어떠한가. 재밌으면 그만이지.


하루는 구글 지도로 키갈리 동네를 보다가 숙소 근처에 art museum이라고 등록된 곳을 발견했다. 예술 공간이 있다는 궁금함에 같이 생활하던 동기 선생님과 함께 방문했다. 2층 건물에 아기자기한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귀여운 공간이었다. 빈병과 페트병 뚜껑을 활용한 작품들도 보이고 심오한 의미가 담긴 그림들도 있었다. 공간을 둘러보는데 작품을 만든 예술가와 눈이 마주쳐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Kim이라는 한국 사람을 알고 있다고 신나게 말하는 예술가의 얼굴을 보았다. 그 신나 하는 모습에 "한국에 가면 길에 걸어 다니는 사람의 반 이상이 Kim이야"라고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대신 르완다 이름을 가지고 싶었던 나는 나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다. 그 예술가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예쁜 이름을 지어줬다.


"Keza 어때?"

"무슨 의미야? "

"beautiful and nice"

"오 진짜 좋다!!"


그렇게 나의 르완다 이름은 케자가 되었다. 소리도 예쁘고 의미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한 달 동안 키갈리를 탐험하며 점점 르완다의 삶에 적응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르완다는 살기 좋고 재미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 근무를 하는 냔자에 파견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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