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za Nov 20. 2023

나의 4번째 고향 르완다, 냔자


첫 번째 고향은 내가 태어난 한국 서울

두 번째 고향은 나의 첫 해외살이었던 대만 타오위엔

세 번째 고향은 1년 간 교환학생으로 머물렀던 미국 토피카

그리고 네 번째 고향은 많은 인사이트와 울고 웃는 추억을 안겨주었던 르완다 냔자



내가 현지에서 머물면서 그들의 생각을 배우고 그들의 문화에 스며들었던 곳들.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들이며 다시 돌아가도 나를 반겨줄 사람들이 있는 곳을 "고향"이라고 말하고 있다.


머무는 기간과 그곳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건 별개인 것 같다. 아무리 길게 머물러도 현지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문화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면 스쳐가는 여행일 뿐이다. 단 하루라도 그곳에서 관계를 맺고 그들의 문화에 스며드는 일상을 느꼈다면 그곳에서 "살아본 것"이다. 그곳에 살아 봤을 때 비로소 여행할 때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현지에 살아보면서 이런 점들을 발견할 때가 너무 재미있고 가슴이 두근 거린다.


그런 점에서 냔자는 나에게 특별한 지역이다.

많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던 곳,

'앞으로도 이런 경험으로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다이나믹한 경험을 했던 곳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의 늪을 벗어나게 해 준 곳





미국에서도 대만에서도 살아보기도 했고, 중동, 남미, 유럽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웬만한 문화차이는 유연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과 다른 문화를 볼 때면 앨범에 사진을 추가하듯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르완다 냔자에서 오랜만에 신선한 문화 충격을 받았다. 냔자에 머물며 "당연한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냉장고가 있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니다.

르완다 냔자에서는 호텔이나 식당을 제외하고는 냉장고가 있는 집이 거의 없다.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그 중 반 이상은 냉장고 전원을 켜지 않고 찬장처럼 물건 보관용으로만 사용한다. 아니, 그럼 냉장보관해야 하는 음식은 어떻게 하는가? 그들은 냉장보관하는 음식이 없다. 우유를 예로 들자면, 매일 아침 신선한 우유를 배달 받는다. 우유를 차갑게 먹어야 한다는 건 한국 사람들에겐 당연하지만 그들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냔자 사람들에게는 우유는 따뜻하게 데워 먹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식당에는 냉장고가 있지만 외국인 손님들을 위해 음료를 보관할 뿐이지 현지인들은 미지근한 맥주를 선호한다.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계속 먹다 보니 미지근한 맥주가 맛있다.



비가 오면 멈추는 여유

비가 오면 모든 것이 멈춘다. 우산을 쓰고 다니기보다는 잠시 근처 지붕 아래로 비를 피하거나 실내에 머문다. 약속은 자연스럽게 비가 온 만큼 지연되는 것이다. 학교를 가다가도 비가 오면 멈춘다. 일을 하다가도 비가 오면 멈춘다.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곳에 살면서 왜 그런지 깨닫기 시작했다. 빨리빨리 해야 할 이유가 없기도 하며 기후 특성상 하늘에 구멍이 난 듯이 비가 오다가도 10분, 20분이 지나면 비가 금방 멈추기도 한다. 그래서 비가 곧 멈추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비가 오면 모든 것이 멈춰도 생활하는데 문제가 전혀 없다. 한편으로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사는 이들이 부럽다고 느꼈다.



마트에서 비닐봉지를 볼 수 없는 곳

문화충격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본 받아야 하는 것은 마트에서 비닐봉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어디에서 물건을 사든 재생지로 보이는 황토색의 종이봉투에 넣어준다. 심지어 공항에서 모든 비닐봉지를 압수당한다. (물론 캐리어 내부까지 확인하지 않지만)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면 르완다에 입국하기 전에 모두 버려야 한다. 철저하게 비닐 사용을 지양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을 르완다에서 해내고 있는 것이다. 2019년 한국에서는 다회용 시장가방을 사용하는 비율이 아주 낮았을 당시 르완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회용 시장가방을 들고 다녔다. 르완다에 살면서 나도 알록달록 예쁜 장바구니를 하나 장만하여 장 볼 때마다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때의 습관으로 인해 여전히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고 장바구니가 없을 때에는 비닐봉지에 넣기보다는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집에 오는 습관이 생겼다.


그 외에도 베드버그는 퇴치가 아니라 함께 사는 것도, 창문 없는 집이 은근히 많다는 것도 하나 둘 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던 내가 이러한 것들을 깨닫고 나만의 방식으로 적응할 때쯔음 이 현지 생활에 스며들고 있었다.


매일 이런 핑크빛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곳





매거진의 이전글 상상만하던 아프리카를 실제로 본다는 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