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의 업무 일기
도서관장을 퇴임한 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고무줄을 놓은 듯 긴장과 탄력을 잃은 시간은 낯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여유 있고 자유로움이 좋기도 했다. 먼저 퇴직을 경험한 사람들이 처음 한 달은 휴가인 것 같은 기분이 들 거라고 했는데, 주어진 틀 안에서 일하고 사고했던 시간에서 벗어나니 홀가분하기만 하다. 당장 해야 할 일은 사무실에게 가져온 수많은 책과 자료를 정리하는 것. 공부방에 서가를 새로 들이고 박스를 열어 정리하다 보니, 지난 5년 동안 매일 옆에 두고 살던 업무 다이어리와 이런저런 메모를 할 때 쓰던 노트가 나왔다. 다섯 권의 업무 다이어리와 빨간색 몰스킨의 개인 다이어리 다섯 권에 나의 5년의 일과 사건, 사람 그리고 희로애락이 담겨있었다.
도서관을 떠나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니 벌써 지나온 시간이 아득하게 느껴졌는데, 다이어리를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5년 전 일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2017년 1월 관장 임용이 되고 과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해야 할 목록을 적어놓은 것을 보니, 시작부터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 다섯 권의 다이어리를 바탕으로 관장으로 일한 시간을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사실 브런치도 도서관 관리자로 일하면서, 정책업무를 하면서 겪었던 일과 느낀 것을 조금씩 적어보려고 시작한 것이다. 작년에 임기 1년을 남겨두고 기록을 시도했지만 마음만 앞섰고, 일에 쫓겨 제대로 실행하지는 못했다. 이제는 완벽하지 않아도 생각나는 대로 써보려고 한다.
관장 재임기간의 일을 기록하려는 이유는 관장으로 일한 것이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도서관 정책이나 운영에 있어 하나의 역사가 될 것이기 생각에서다. 최근 도서관 현장에서 일하는 관장이나 사서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일이 많아졌는데,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서관 정책 업무를 담당한 관장은 흔치 않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공공도서관의 정책이나 서비스를 위한 행정구조, 조직 등에 대한 생각을 드러냄으로써 중앙정부나 학계가 간과한 행정, 조직 구조 등을 나누고자 한다.
글을 잘 쓰는 것, 글의 순서를 잘 갖추는 것. 이런 것에 대한 부담은 애써 외면하고, 그냥 한번 기록해보자. 스스로 다짐하며 하나씩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겠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