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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정 Dec 27. 2019

너는 귀여우려고 태어났구나

우리집 고양이


너무 힘들고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을 때, 세상에 내 편은 없다고 느껴질 때. 그럴 때마다 나에게 힘을 준 건 다름 아닌 우리 고양이 레오였다. 그 아이는 내가 힘든 걸 어떻게 그렇게 빨리 눈치를 채는지. 혼자 쭈그리고 앉아 세상 짐은 다 지고 있는 것처럼 웅크리고 있으면 어느샌가 골골거리며 제 앞에 나타나 발라당 누워 배를 보인다.


나를 만져봐. 그럼 좀 나아질 거야.


만사가 귀찮아서 한참을 고개를 파묻고 있으면 누워있는 자기를 못 봤나 싶어 이리저리 뒹굴며 냐아아 울음소리를 낸다. 못 이기는 척 손을 뻗으면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나 내 손에 자기 머리를 힘껏 비비적거린다. 그러고는 발라당 누워 다시 배를 보인다. 골골골 골- 탱크 소리와 함께. 레오의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턱을 만져주고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치 부드러운 핑크 뱃살을 쪼물거려주면 레오는 세상을 다 가졌다는 듯,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골골골 골 소리를 내어준다.


너무너무 행복해. 네 옆엔 이렇게 행복한 내가 있어.


그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사람은 없을 거다. 그냥 그 순간엔 내가 뭐 때문에 그렇게 힘이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방 안에 나와 레오만 있고, 나는 레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덩달아 웃음을 짓게 된다. 이 커다란 털 뭉치는 어쩜 이리 귀여운지. 정말 고양이는 귀여우려고 태어난 존재 같다. 이렇게 귀여운 레오가 내 고양이라는 게 나를 조금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우리 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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