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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lkyway Sep 22. 2021

산문

여행의 끝은 늘 공허하다. 그것은 여행이 즐거울수록 깊다. 여행 동안에는 모든 계절이 밀집한다. 바람은 세차게 살갗을 스친다. 모든 여행은 바깥에 있었다. 산림도 해변가도 저 멀리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매번 어딘가로 떠나야 했다.


한 번은 차를 타고 멀리 떠났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빛줄기가 아득해졌다. 도착한 곳의 밤은 검었다. 한적했고 사위가 어둠으로 가득했다. 밤의 밑바닥과 하늘의 경계가 옅었다.


하늘을 올려보았다. 온통 까만 하늘에 꽤 커다란 점 하나가 홀로 반짝였다. 그 점은 무척 밝아서 시선이 온통 그곳에 쏠렸다. 하나··· 둘··· 셋··· 시간이 한참 느리게 흘러가는 듯싶더니, 하나 둘 셋··· 주위로 작은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다시 하나 하고 별, 둘 하고 별. 잠시간에 수십, 수백 개의 별이 하늘을 채웠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별빛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밤의 밑바닥과 하늘의 경계가 뚜렷했다. 수만의 별이 테라스에 걸터앉은 나를 내려다보았다. 큰 별을 넣어갈까, 그 옆 아득한 별을 새겨갈까, 온통 북적이는 하늘을 담아갈까··· 한참 고민하다 초승달 옆에 힘주어 빛나는 별을 새기기로 했다. 조그마한 것이 달과 힘겨루기라도 하듯 아등바등 빛을 내고 있었다. 꽤 기특하기도, 대견하기도 했다.


달이 대수라는 듯 힘껏 반짝이는 모습, 그게 인상 깊었다. 오랜 시간 동안 몰입했다.


.


여행을 떠난 이유, 여행은 줄곧 다른 것들을 대신할 언어였다. 휴식과 변화가 그렇다. 여행을 떠난 이유는 여행의 끝에 있었다. 달과 힘겨루는 별을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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