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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Sep 10. 2023

민주당 이야기⑤ 이상한 정치개혁

정치권은 늘 가장 낮은 신뢰도와 가장 많은 질타를 받는 곳이다. ‘고비용 저효율 정치’, ‘일하지 않는 국회’, ‘싸움박질만 하는 여야’, 기업은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까지… 온갖 특권과 권력에도 가장 뒤떨어진 분야로 지목된다. 


여기엔 분명 억울함도 있다. 정치가 국민에게 가장 공개된 분야이고,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과 국민에게 주목을 받고 있기에 문제점도 더 자주, 더 크게 보일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는 갈등을 다루는 곳이기에 갈등이 일상화 될 수 밖에 없는 점도 정치에 대한 불만과 혐오를 부추기는 요소이기도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항상 주목받고, 감시를 받는 곳이기에 오히려 가장 먼저 문제가 개선되고 여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바로 정치권이다. 때문에 정치가 가장 뒤떨어지고, 후진적인 분야라고 과도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그럴만한 문제와 이유를 근거로 한다. 실제로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거나 해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확대하는 경우가 많으며 스스로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 법원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정치의 존재 이유를 묻게 한다. 


시대는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국가와 사회를 운영하는 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개선해야하는 국회가 제대로 그 역할을 못해 발목을 잡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과 정치인들이 많은 세금과 권한을 먹어치우는 모습이 달갑게 보일리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늘 혁신과 쇄신이 주요 과제로 언급되면서 다루어져 왔고 많은 방안들이 백가쟁명식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간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도 정치개혁 방안은 주요한 의제로 다뤄질 것이다. 


지난 대선 등을 거치면서 민주당이 국민에게 제시한 정치개혁안 중 눈에 띄는 것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동일지역구 3선 초과 금지’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나는 이런 방향은 번지수를 잘못 짚고, 형식적이고 보여주기식의 소나기만 피하는 개혁아닌 개혁같은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개혁의 방향은 특권과 권한에 걸맞는 성과와 역량을 키우는 방향이어야 하기 때문이고 둘째, 역동적이고 활력있는 정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가 없는 인위적인 가지치기이기 때문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특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특권들은 당연히 없애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에게 부여되어 있는 특권들을 모두 특혜라며 없애야 한다는 것이 개혁의 방향이라면 그건 그에 걸맞는 역할과 일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는 눈감고, 여기에 화난 국민들의 불만만 누그러뜨려 보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일반인과 다른 특권들을 부여한 것은 그런 특권에 걸맞게 불의에 맞서고, 민의를 대변하고, 소신을 갖고 일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특권을 그런데 쓰지 않고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거나, 정쟁을 일삼는데 악용해왔다면 이를 이유로 그걸 없애자는 이야기를 할게 아니라 그에 걸맞는 정치의 내용과 수준을 갖춰 나가고 그런 사람들이 정당에서 인정받고 국민에게 선택받을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개혁의 방향이다. 질타를 받으니 권한을 내려놓는다는 것과 고심끝에 해경을 해체하겠다는 식의 접근에 다른 점이 무엇인가. 


동일지역구 3선 초과 금지도 마찬가지다. 미국에는  한 지역구에서 23선(미 하원은 임기가 2년)으로 46년간 국회의원을 한 정치인이 있다. 그럼 이 사람은 3선도 아니고 23선을 했으니 구태정치인이라고 할수 있을까? 3선까지면 괜찮고, 그 이상이면 퇴출되어야 한다는 것은 어떤 합리성과 설득력있는 논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수 없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정치인의 정치적 생사는 유권자가 결정해야 한다. 잘하면 10선이라도 할 수 있도록 선택받고, 못하면 재선도 못하도록 심판을 받는 것이지 법으로 그것을 강제하는 건 너무도 반 정치적이다. 막말이나 해 지명도를 높이고, 조직만 관리하는데 몰두하는 사람은 당선이 되고 성실히 의정활동을 하고 좋은 법을 만드는 사람은 당선되기 어려운, 그래서 정치권에 부여된 특권에 사람들의 불만은 높아져만 가는 악순환에 대한 고민없이 무조건 세번보다 더 하는 건 안된다는건 얼마나 쉽고 무책임한 결론인가. 


문제는 실력있고 품격있고 열정있는 도전자들이 판을 흔들고, 밥값못하는 정치인들을 위협할 수 있는 그래서 제대로 특권에 걸맞는 정치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역동적인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도전과 수성이 자유롭고 치열하게 맞붙는 살아있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 개혁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잘하는 사람은 10선도 하는 것이고, 못하면 재선도 어림없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조직을 틀어쥐고, 괜찮은 사람들의 싹은 짓밟기 너무 쉬운 당내와 정치권의 오래된 문제는 내버려둔채 인위적이고 무자르듯 당선 횟수만 제한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3선 초과 금지법이 아니라 ‘못해도 3선 보장법’이라는 오해를 받기 딱 좋은 것이다. 때문에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가 아니라 정당내의 기득권과 고착화된 질서를 깨뜨리는 것이 정치개혁의 뼈대가 되어야 한다. 


죽어있는 생태계에 발전은 없다. 누구든 헤엄치고, 도전하고, 경쟁하는 접근성이 좋고 룰이 공정한 정치의 바다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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