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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Sep 12. 2023

민주당 이야기⑥ 만나지 못할 사람은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권력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기부하면서도 중소기업과의 공생이나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에 눈감는 대기업의 문제를 제기하고 건강한 경제 질서를 만들고자 국회에서 싸우고 있는데 그 대기업들과 간담회를 한다.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위 글은 2016년 문재인 대선후보가 4대 기업의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겠다는 계획을 밝힌데 대해 당시 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면서 남긴 글이다. 지금도 민주당에는 이런 입장과 문화가 매우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재벌개혁을 해야하는데 재벌을 만나는것은 잘못됐다는 인식과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설혹 개혁의 대상이되는 잘못된 집단은 만나면 안된다는 선을 스스로 긋는 것,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그 집단을 옹호하는 것이라는 인식은 과연 민주당의 활동에 도움이 되고 민주적인 방향인가.


민주당이 어떤 당인가.


민주당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헌정사에서 유일하게 북한의 지도자와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대화를 나눈 지도자와 정부를 탄생시킨 정부다. 그리고 그 만남에 대한 온갖 악의적인 공격과 비판을 하는 집단과 국민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레이건이 "악마와도 대화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소련의 고르바초프와 만나면서 결국 냉전을 종식시켰던(다시 새로운 냉전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지만) 역사의 경험을 내세워왔다.


같은 민족인 우리에게 총을 겨누고 전쟁을 일으킨 북한의 지도자와도 대화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건 적어도 대한민국 땅 안에서 민주당이 만나지 못하고 대화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아무리 나쁜놈인것 같아도 하나의 대한민국 헌법을 함께 이고 살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 중에 상종하지 못할 사람이 있다는 인식과 태도는 민주당 다운것이 아니다.


북한의 지도자와 만나는 것은 북한이 좋거나, 옳아서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명확한 가치와 철학이 있기 때문이고, 또 그들에게 그것을 설득하고 견인하고자 하는 의지와 내용, 그리고 실력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기업, 반대 정당 등 입장과 정책이 다르고 더 나아가 존재자체가 불편하기까지 한 집단과 사람이더라도 그들을 만나는 것이 그들의 편을 들거나, 그들에게 온정적이고 그들의 입장의 대변하는 것이라는 도그마에 갇히고 오히려 그것이 민주당 다움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를 축소하고, 배타적이고 분열적인 정치문화를 옹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내용과 실력이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무조건 그 사람과의 유착이나 옹호를 뜻한다는 1차원적인 생각, 또 그런 주장이 선명하고 개혁적이라는 인식에 갇히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 내용과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음을 숨기는 알리바이로 작동할 뿐이다. 만나는 사람의 마음에 안드는 얘기를 할 용기가 없는 것은 덤이다. 


설사 의견이 많이 다르고, 나쁘다고 생각되는 집단이라도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을 적대시하거나, 못본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민주당이 가진 정책과 가치를 설파하고, 설득하고 그들의 동의는 얻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알도록 하는 것이다. 대기업은 나쁘니까 상종을 해선 안되는게 아니라 그들을 만나 경제를 민주화하고, 중소기업과 상생하며, 노동자를 제대로 대우하는 것이 결국에 그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 해야하는 것이다.


정당과 정치인이 어떤 일정을 수행하고, 누구를 만나는 가는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매일 힘있는 사람들만 만나고 소고기만 먹으면서 여전히 배가 고픈 빈민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이야기는 입장이 다른 사람이라도, 개혁의 대상이라도 함께 어울리고 그들에게 동화되라는 것이 아니다. 만남에 한계를 두지말고 필요하면 누구든 만나 내용과 실력, 자신감을 가지고 민주당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굴만나도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갖는 일이 민주당이 할 일이지 사람을 가려 만나는게 할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선거가 끝나면 "저희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들을 위해서도 일하겠다"고 하는 말이 빈말이 되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가문의 원수도 만나는데, 속썩이는 가족을 못만난다는게 좀 이상하지 않은가. 만나지 못할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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