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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Sep 12. 2023

민주당 이야기⑦ 민원을 넘어 민생으로


정치권에서 일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뀐 것중 하나가 ‘민원’에 대한 것이다. 처음에는 민원을 제기하러 오는 사람들과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안에 대해 보고 들으며 민원은 ’공식적이고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무언가를 해결하려는 꼼수’라는 편견이 컸다. 실제로도 소위 빽을 써서 해결하려는 시도들을 많이 목격했고, 지금도 그런 일들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을것이다.


그러나 정말 억울하거나, 절박한 상황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지 못해 문을 두드리는 분들을 만나고, 도움이되는 경험을 하면서 실제로 시민들이 겪는 불편과 억울함에 귀기울이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되었고 이를 무조건 빽을 써서 해결하려는 시도로 규정하는 것 또한 오만함일 수 있겠다고 생각을 고쳐먹게 됐다.


민원은 책상머리에서 서류만 보고, 회의만해서는 알 수 없는 현장의 목소리, 생활의 숨소리를 들려준다. 제 아무리 좋은 법과 정책도 다 담아내지못하고, 보살피지 못하는 현실이 있음을 알려준다. 


민주당은 이런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또 많은 성과를 내왔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을지로위원회’의 활동일 것이다. ‘을을 지키는 길’이라는 뜻에서 보듯 억울하고 고통받는 현장에 달려가고, 약자들과 연대하면서 그들의 문제를 개선하고 해소하는 많은 성과를 내왔다. 그야말로 ‘약자와의 동행’을 실천한 중요한 기획이고, 앞으로도 정당과 정치인들의 활동에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시도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을지로위원회 뿐 아니라, 민주당은 국회의 각 상임위별 활동이나 때때로 구성되는 특위활동을 통해 부족하다는 평가는 받을지언정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어디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해 옹호가 필요한 약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의미있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짚어볼 문제가 있다. 민주당이 ‘민생’이라는 화두를 내세우며 진행해온 일들이 민생보다는 민원에 치우쳐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것처럼 민원은 시끄러운 소음이나, 빽을 동원하려는 바람직하지 못한 시도로만 폄하될 수 없는 현장의 목소리로 성심성의를 다해 접근해야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민주당이 해온 민생활동이 첫째, 당장 이슈화가 되고 주목도가 높은 개별적인 사안에 집중이되고 둘째, 조직화 되어 있거나 압력행사가 용이한 집단과의 연대에 치우쳐 있지 않았나 하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즉, 당장 해결에 대한 압력이 높고 이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당의 지지기반에도 균열이 가는 ‘민원’에 당력의 많은 부분이 쓰이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대표적이 예로 ’타다금지법’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양질의 택시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기술발전이 만나 호응을 얻은 서비스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택시업계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종사자들의 민원이 당시 타다의 서비스를 불법화시키고, 기존 택시업계의 입장을 옹호하는 법안 통과로 귀결됐다.


이는 당시 이 사안으로 사회적갈등이 증폭되던 시기에 이를 해소하는 활동으로 볼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당장의 현상을 해결하고, 조직의 힘을 동원한 민원에만 신경을 쓴 사건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 이면에 지금도 택시가 잡기 어렵고, 택시시장을 빠르게 잠식한 플랫폼 기업의 횡포에 따른 소비자와 택시기사들의 피해, 그리고 막을 수 없는 기술발전과 산업의 재편에 따라 결국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일자리의 소멸과 생성이라는 ‘민생’은 성의있게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원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민생을 지향한다면 정당과 정치인이 가진 힘으로 현재를 유지하고,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활동을 넘어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분석하고, 거스를 수 있는 것과 받아들여야만 하는 변화를 분별해 당장의 어려움이 아니라 내일의 불안함을 해소할 수 있는 보다 부지런하고, 넓게 접근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민원은 민원대로 의미와 중요성이 있을것이지만, 당장 그것만 해결했다고 자랑하기에는 조금은 게으르고 근시안적이라는 평가에 고개를 젓기는 힘들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교과서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민주당과 거기에 속한 정치인들도 그렇게 더 치열하고 활발하게 민생을 위해 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한계에 부딪히는 것은 정당과 정치인이 처한 현실적 조건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 떄문이다. 


정당과 정치인은 표를 먹고 산다. 표를 위해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 것이 정략적이라는 무조건적인 비판 또한 온당하지 않다. 기왕 표를 얻어야 한다면 보다 연대와 힘이 필요한 약자들을 위한 일을 하면서 얻는다는게 나쁠것도 없다. 표를 얻어야 당선이되고, 권력을 가져 추구하는 바를 실천할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은가. 때문에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조직,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이슈를 쫒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일이기도 하다. 표가 왔다갔다는 민원을 외면하고,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 민생을 돌보기가 말처럼 쉽겠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조직된 집단의 위력을 넘어, 민생 자체를 조직화하는 기획과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무슨무슨 협회, 위원회, 조합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가렵고 억울하고 바라는 일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여론과 표로 연결해 지지기반을 더욱 단단히 할 뿐 아니라 넓혀가는 것,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처럼 여겨져 온 일상의 시민들을 민주당의 친구로 맞이하려는 시도가 함께 이루어져야 민원을 넘어 민생으로 가는 정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민생을 살피는 일은 민생을 고민하고 다루는 것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조직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 지금도 하루하루를 땀흘려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너무 바빠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조직을 만들 시간도 없는 시민들을 새로운 지지자와 조직으로 엮어내는 일과 연결되어야 한다. 잘되는 기업, 시대가 변해도 살아남는 기업은 기존의 고객에 대한 충성을 넘어 헌신적으로 충성하는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내는 기업아닌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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