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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Sep 20. 2023

민주당 이야기 8 평등의 재검토: 첫 번째

양극화와 불평등의 문제는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세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과제다. 계층 이동이 막혀 사회의 역동성이 죽어 삶의 동기가 사라지고, 고착화된 불평등은 더 많은 분열과 갈등을 낳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 차이가 경제적 차이로 이어져 점점 더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고, 이는 코로나로 인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때에 어떻게 불평등을 완화하고 평등을 추구할 것 인가는 우리 사회, 특히 정치권이 역량과 지혜를 쏟아부어 정성을 다해 논의하고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숙제다. 그런 비전 없이 정치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민주당과 진보적 시민사회는 반대편의 정치세력보다는 평등을 통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더 많이, 깊이 고민하고 표방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복지국가 논의와 정책의 시행, 부의 집중 해소와 재분배 강화 등에 있어 이를 주도하고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표방해 온 평등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내세운 정책이 과연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고, 사회의 결속력과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는 가에 대해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를 통해 익숙한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고 사람들의 생활과 동떨어지지 않은 업그레이드된 평등으로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길을 제시해야 한다.


전 국민이 당사자이면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교육문제, 보다 구체적으로는 학벌사회와 대학서열화 해소라는 과제는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이야기해봐야 할 중요사안이다.


민주진보진영에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수 십 년간 동일하게 내놓고 있는 것은 '국공립대 공동체제를 통한 공동학위 수여제'다. 더 쉽게 설명하면 서울대와 다른 지방의 국공립대를 하나의 대학으로 만들어 어느 대학에 가든지 서울대 졸업한 것과 동일한 졸업장을 수여하고, 이를 통해 대학서열화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진보적인 시민사회는 이를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대학서열해소위원회' 설치를 공약하고 '권역별 공유국립대학 체제 및 국사립대학 공유체제와 공동입학, 학위 등이 가능한 연합체제 구축'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3선 고지에 오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학벌체제 개혁의 방안으로 이와 동일하게 '국공립대 공동입학-공동학위제'를 내세웠다.


이러한 정책은 일견 불평등을 해소할 방 안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명문대에 대한 욕망에 충실한 민주당판 버전은 아닌가 한다. 또한 과연 그렇게 추구하는 평등이 바람직한 평등인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국공립대 공동학위제가 민주당판 욕망 버전이라는 것은, 이 정책이 모두가 서울대를 가고 싶어 하는데 입학 정원은 한정되어 있고 이로 인해 살인적인 입시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니 모두 서울대 나온 것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것과 같은 정책이기 때문이다. 특별하게 보이는 것을 특별하지 않게 만들어 경쟁의 이유를 없애겠다는 것인데, 이는 차별과 서열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정책에 불과하다. 불평등의 원인을 짚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서울대생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은 너무 쉽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으름 아닐까.


여기에서 두 번째 문제점으로 연결되는데, 과연 평등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평등은 모두가 똑같아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단 한 사람도 같지 않다. 모두가 다르다. 거기에 인간의 존엄성이 있고, 특별함이 있다. 그런 다름을 무시하고 모두 똑같이 만드는 것이 평등 일수 없다. 그건 평등이 아니라 획일이다.


평등은 다양성을 먹고 산다. 때문에 평등을 추구하는 일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일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모습, 능력을 인정받고 살아가는 사회가 평등한 사회다. 여기에서 학벌 사회와 대학서열화는 다양성을 좀먹는 문제와도 같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만이 사회적 보상과 인정을 독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해법이 모두를 공부를 잘하는 사람으로, 아니 모두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인 것처럼 만드는 것일 수는 없다. 그건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때문에 그 해법은 공부 잘하는 사람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공부를 잘하는 게 사람들의 여러 장점 중에 하나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공부를 잘하는 것,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와 같은 명문대에 가는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그 능력을 최대화해서 사회에 기여하면 된다. 문제는 그것만 박수받을 일인 현실이고, 스무 살 즈음 한 번의 시험이 인생의 대부분을 결정짓는 낙장불입 시스템이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사람 취급을 못 받아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삶의 유일한 길이 되는 사회.


그런데 이에 대한 민주당의 해법이 공부 외의 것도 성공의 길이 되도록 성공이 길을 여러 가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은 일인 모두를 서울대생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아무래도 핵심은 짚어보지도 못하는 방안이 아닌가 싶다. 명문대-공기업 아니면 정규직-상대적으로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생활이라는 유일한 공식을 깨려는 치열함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을 성공적인 삶의 방법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인 나라로 만드는 도전이 필요한 것이다.


대학의 서열화, 이로 인한 입시 경쟁과 우리 아이들의 불행은 단순히 입시의 문제가 아니다. 공부가 아니면 다른 삶의 길이 보이지 않는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이를 외면하고 모두를 똑같은 명문대생으로 만든다는 것이 좋은 해법일까. 모두 서울대 졸업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갈 일자리는 그대로 몇 개 안 되는 사회가 그대로라면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공부를 잘하는 것이 성공을 독점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저 사람의 장점과 특기 중에 하나인 사회를 만드는 것, 공부를 못하면 벼랑에 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길과 방법이 있는 사회적 보상 체계를 만드는 것이 민주당이 추구하는 평등, 다양성이 살아있는 평등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공부를 잘하는 것마저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평등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너무 오랜 관성에 길들여져 있는 것은 아닐까. 평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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