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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림 Dec 13. 2021

전에 알던 내가 아냐

하나도 아프지 않은 사고, 덕통 사고


덕질.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세계, 사실 그 세계가 궁금하지조차 않았다. 심지어 아이돌 덕질이라면 더욱 상관없는 세계였다. 생각해보면 나의 학창 시절엔 누구나 좋아하던 H.O.T나 젝키, 또 god까지 그 당시 인기 많던 아이돌들 중 누구 한번 덕질해본 역사가 없다. 친구들이 저 아이돌들에 열광할 때 중학교 시절 cool을 좋아한 게 전부였다. 이때 처음 하는 쿨 콘서트에 가고 싶어서 쿨 팬이 아닌 친구에게 콘서트 비를 반이나 내주고 같이 간 적이 있다. 그리고 팬클럽 가입은 했지만 따라다닐 열정은 없었고 간간히 사서함..(우리 때는 어플이 아니고 사서함이었다.. 라때는 말이야..^_ㅜ)에 올라오는 재훈 오빠의 음성을 듣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그것도 흐릿해져 그저 노래가 나오면 앨범을 한 장 사서 듣고 스트리밍을 하거나 음악방송을 본방사수 하는 게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덕질의 전부였다. 그 후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하는 가수는 있지만 아이돌은 아니고 어린오빠가 아닌 정말 물리적으로 나이가 많아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꽤나 유명하지만 덕계못을 깨부수며 일터에서 두어 번 보기도하고 같은 지역 사람이라 은행에서도 만나고, 대학교 시절에는 그분의 그림이나 사진 전시장에 구경가서 사진을 함께 찍거나 사인을 받는 일이 잦아 집에 사인도 정말 많아 간절한 덕질은 아니었다. 또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미 그분의 그런 활동에 익숙해져버려 음반이 나오거나 콘서트에 가는 걸로도 충분히 갈증이 해소되는 덕질이었다. 이렇게나 잔잔한 덕질 아닌 덕질을 해오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내가 요즘, 아니 요즘이라기엔 이미 꽤 오랜 기간 한 아이돌 덕질을 시작했다.

이미 월드와이드슈스라 아이돌이란 수식어를 붙여도 될까 싶지만 그들의 카테고리에 아이돌도 포함이니까... 생애 처음 아이돌 덕질을 하며 나도 몰랐던 내 모습에 가끔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닌 순간을 맞으며 생활하고 있다. 마치 사춘기를 조용히 지나간 사람이 뒤늦게 사춘기가 쌔게 온 모양새같달까. 덕질을 시작하고 가끔은 중2병이 제때에 오는것이 축복이라는 말에 조용히 공감을 보내기도했다. 이 나이먹고 처음해보는 아이돌 덕질이란... 

라때와는 모든 것이 상이하게 달라져있어서 덕질을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든 게 낯설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그 어느 어플보다 많이 접속하는 위버스, 브이앱 트위터 등 팬들과 이렇게 열성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는 게 처음에는 그저 놀랍고 신기했다. 내가 좋아하던 분은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 올려줘도 오!! 하던 사람이라 팬과 교류가 활발한 문화(?)가 처음에는 마냥 신기하고 이래도 되는 거야? 싶었다.(오죽했으면ㅎㅎ)


나는 흔히들 말하는 덕통 사고를 당한 순간도 없다. 뭔가 하나 찌릿하게 오는 것도 없이 작년부터 잔잔하게 관심이 가지다가 어느 순간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그들에게 감겨있었다.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이미 인간 이아미(ARMY)가 되어있었다. 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덕통 사고당했구나. 정말이지 사고는 사곤데 하나도 아프지 않은 사고. 오히려 모든 게 아름답고 재미있게 보이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고. 





오랜만에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쓴다.

그동안 쓰고는 싶은 순간은 꽤나 많았는데 글을 쓴다는 게 스스로에게 왠지 모를 부담으로 다가와 슬쩍 멀리도 했다. 그렇지만 2021이 가기 전에는 다시 무엇이라도 시작하고 싶어 이렇게 다시 브런치에 불을 밝혔다.

일단 뭐라도 써보자싶어 올해 내 인생에서 제일 큰 변화인 덕질에 대해 첫머리만 조금 써보았다. 덕후의 특징이 가만히 있다가 뻐렁친다는 짤을 봤는데 저도 영락없는 덕후더라고요. 이따금 아무일도 없는데 뻐렁칠때 조용히 와서 덕질스토리를 또 한바탕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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