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부터 지금까지 쭉 아이폰 XS를 사용해 왔다. 그러니까 5년을 한 휴대폰을 사용한 것이다. 예전에야 새 기종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것을 사용해보고 싶어 안달이 나 2년 주기로 핸드폰을 바꿨다면 지난 휴대폰부터는 새로운 것이 나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아 핸드폰 바꾸는 주기가 서서히 늘어갔고 그러다 보니 지금 이 핸드폰은 어느새 오 년이나 사용하게 되었다. 오 년이나 사용했지만 배터리를 지난해 한번 교체했음에도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는 것 외에는 크게 불편하거나 불만사항이 없어 입으로는 이번엔 바꿔야지 하면서도 계속해서 사용 중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사용하다 보니 어느새 사진첩에는 7만 장의 사진이 쌓여있다. 아이폰 클라우드를 사용하지만 늘 메모리는 턱없이 부족해 수시로 나의 지난 5년간의 사진을 정리하곤 한다. 사진이 왜 이렇게 많은가 하면 워낙에 놀러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수십 수백 장의 사진을 찍어대는데 사진첩 정리를 한다한들 쌓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이렇게 사진이 수두룩하게 쌓이게 되었다. 늘 부족한 메모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수시로 사진첩 정리를 시도하곤 하는데 7만 장이라는 양이 워낙 방대하기에 사진첩의 스크롤을 끝없이 내리며 정리를 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져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사진첩의 검색기능을 통해 음식이나 계절을 검색하거나 때로는 지도에서 장소를 클릭해 그때의 사진을 정리하기도 한다.
사진첩을 정리하는 시간은 늘 잠이 잘 오지 않는 밤이다. 인스타그램으로 남의 삶을 보는 것도 지겹고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그런 밤에 소파에 벌렁 누워 사진첩을 열곤 한다. 그날도 그런 밤이었다.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런 밤. 휴대폰을 열고 사진첩을 클릭해 겨울을 검색했다. 겨울로 검색된 만삼천장 정도의 사진이 떴다. 전체 보기를 눌러 나의 휴대폰에 있는 겨울 사진을 슬슬 내려보며 지울만한 것들을 탐색했다. 스크롤을 내려가며 비슷한 포즈나 비슷한 구도의 음식 사진을 지우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지난해 겨울로 넘어갔고 참치의 사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벌써 참치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일 년이 지나 스크롤을 꽤 내려야 만날 수 있는 참치가 되었다. 겨울을 검색하면 매년 12월에서 2월의 사진을 보여주는 모양인지 2022년 2월 아프지 않은 참치의 모습이 가장 먼저 나왔다. 함께 갔던 스타필드와 또 그해 겨울 함께 했던 강원도 여행이 차례로 사진첩에 쌓여있었다.
우리 품에 폭 안겨 찬바람에 콧물이 나와 콧잔등이 촉촉한 모습, 속초에 위치한 좋아하는 카페가 애견동반이 가능한 곳이라 기쁜 마음으로 함께 했던 날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피곤했는지 곯아떨어진 모습까지 생생하게 사진에 남아있었다. 그날의 강원도 여행에서 강아지 동반이 되는 호텔을 지나며 다음에는 참치를 데리고 이곳에 함께 오자고 이야기했는데 지켜지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사진첩을 정리하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비슷한 모습으로 여러 장 남은 참치 사진은 단 한 장도 지우지 못한다. 오히려 그것을 시작으로 참치 다른 사진들을 찾아보며 그리움에 눈물짓게 되어 이번 사진첩 정리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우리가 16년 동안 함께 한 세월에 수많은 사진이 이곳저곳 쌓여있는데 앞으로 새로운 사진이 업데이트되지 않을걸 알기에 나는 또 단 한 장도 지울 수가 없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사진첩 정리를 시도할 것이고 그때마다 참치가 보일 것이다. 그러면 나는 또 사진첩 정리에 실패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