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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핵심은 그게 아니라고!

완벽한 직장의 노예가 된 나… 정상적인 사고가 안돼요

by 강호연정

드디어 금요일입니다.

아, 신이시여. 금요일이 없었다면 이 모진 세상을 어떻게 버텼을까요?


회사 행정직 무리는 밉다 밉다 할수록 정말 더 밉게 행동하고,

저는 점점 지쳐가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일이었습니다.

팀장과 그녀의 ‘친위대’처럼 붙어 다니는 직원 A가

갑자기 저를 부르더니, 준비된 듯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A 씨가 내년 1월 31일 행사 준비로 바쁘니, 이 업무를 대신하세요.”

여기서 밑줄 쫘악. 네. 11월 31일도 아니고 12월 31일도 아닌 내년 1월 31일

그것도 단 하루 중 몇 시간의 일입니다.

게다가 정말 일방적인 통보.


그들은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관심도 없죠.

“부르면 오면 된다”는 게 그들의 세계관.

애초에 ‘논의’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오늘도 제가 그들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업무 하나 더 얹힌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래알 한 줌 같은 일을 하면서도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진 듯 ‘가짜 야근’과 ‘힘든 표정’을 짓는

그 위선적인 모습이 역겨웠습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A, B, C, D 등의 업무를 맡고 있고,

내년 1월은 계약 준비로 제일 바쁜 시기입니다.”


그러자 팀장은 마치 본인이 피해자인 듯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두 분이서 잘 소통해서 처리하세요.”


그들의 입에서 ‘소통’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저는 웃음인지 분노인지 모를 감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습니다.


그때 A 직원이 제 얼굴을 슬쩍 보더니

팀장을 토닥이듯 그녀의 손등에 손을 포개어 올리며 말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잘 소통할게요.”


그 순간, 진짜 구역질이 날 뻔했습니다.

저는 기업 회장, 대표이사들과 일할 때도 이런 식의 ‘일방통보식 소통’을 본 적이 없어요.

목소리만 작으면 선한 사람인가요?

어른이 아이를 달래듯 하는 그 직원의 위선적 미소와

손 올리는 제스처가 너무 더럽게 느껴졌습니다.

그 뒤로 오후 내내 기분이 가라앉았죠.


그리고 드디어 맞이한 저녁. 오랜만에 회사 그만둔 후배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의사선생님처럼, 후배도 저를 호되게 혼내기 시작했습니다.


― 동생: “언니! 핵심은 그게 아니잖아요!”

― 나: “???”

― 동생: “왜 멀쩡하게 일하는 사람을 문제 직원 대하듯 하냐고요!

  진짜 나쁜 사람들은 쟤네예요. 제가 더 화나요!”

― 나: “아…” (돌이 튀는 소리)


후배 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지난주도, 오늘도

제가 화를 낸 포인트가 조금씩 빗나가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불러내 이상한 일을 떠넘기고,

그게 뜻대로 되지 않자 마치 제가 문제 있는 사람인 것처럼 쇼를 벌이는 사람들.

거기에 화를 내는 게 우선이었겠지요.


오랜 학대와 괴롭힘을 견디며 저는 스스로 ‘참는 법’에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포인트가 흐려지고, 부당함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던 거겠지요.


하지만 분명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인격살인입니다.


‘나만 참고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은 너무 안일했고, 너무 위험했습니다.

그 끝이 어디이든, 저는 이제 끝을 마주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 괴롭히는 못된 인간들, 다 지옥 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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