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매체에서 한 분야에 탁월하게 잘하는 사람들을 접한다. 운동선수, 음악가, 작가, 기술자, 가수 등 각 분야에서 월클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매체에 나와서 이야기 할 때 정말 신기하게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그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실력과 결과를 얻어 내기 위해 한 눈을 팔지 않고 끊임없이 집중해서 그 것들을 했다는 것이다. 그 분야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는 분야이건 아니건 내가 가야하는 길이라고 결심을 했을 때는 누가 뭐라하든 그걸 잘 하기 위해서 집중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분야에 대한 재능도 무시 못하는 건 맞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어떠한가.
사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이런 사람들과는 다르게 여러가지들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다. 그것도 같은 분야 맥락이 아니라 관련이 없는 여러 분야에 대한 관심이다. 그리고 성향상 항상 새로운 것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또 흥미를 쉽게 잃어버리는 것도 있다. 그래서 지금 하는 것 이외에 딴 생각을 많이 하였다. 이는 학창 시절 뿐만 아니라 사회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학창시절에는 선생님께서 항상 산만하다고 하셨고, 사회 생활을 할 때는 딴 짓한다고 많이 혼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느 때는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지?' '이게 잘 못 된건가.' 이런 생각들을 참 많이 했다. 정말 쓸데 없는 생각들을 지금도 많이 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느낌이 들었다. '나도 정착해서 하나를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꾸 어떤 일이던 조금하고 관심에서 멀어진다고 그만두고 하니 결국은 조금 들어보고 알긴하는데 어디서 그것들을 안다고 할 수도 없고, 누군가가 어떤 주제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에 대한 대답의 자신감도 없던 것들이 사실이었다. 그게 실제 내 일이라도 말이다. 그리고 잘 모르는 것 같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것은 들어주고, 직접해 본 내 이야기는 무시하면서 나중에 그 상황이 벌어지면 그 책임이 나에게 오는 이상한 현상을 자꾸 만나면서 '이래서는 안되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그래서 그 때부터 '나도 누군가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 분야에 정착하다는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내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아보게 되었다. 결국 월클이 될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분야에서는 집중해서 파는 시간이 필요하다' 는 결론을 내렸다.
그 전의 내 삶은 많은 관심사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하나를 제대로 판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내가 가진 하나의 무기는 눈치가 남들보다 빨라 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그것을 빨리 적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회사 생활도 본질 강화 없이 눈치와 잔재주로 그 상황을 잘 넘기고, 운 좋게 좋은 결과로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그런데 3년차 주니어가 지나가는 시점부터 쌓이는게 없다는 생각으로 혼란의 연속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할까'라는 건설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서 하나를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해본게 없어 그런 것들을 할 줄을 몰랐다. 또 누구한테 물어볼 사람도 없어 그냥 짧은 생각과 감으로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시도 해봤다. 그런데 '왜 해야하는지' 의미와 이해가 없이 하는 거라 그 의지와 동기는 쉽게 사그라들고 실패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 시기에 혼자서 뭐든 해서는 쉽지 않겠다 생각을 해서 그래도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해보자고 해서 대학원 진학을 하였다. 그리고 내가 관심을 많이 가진 부분에 대해서 다른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진학을 결정하였다. 지금에서 돌아본다고 하면 그 석사과정을 겪으면서 지식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자세 등을 배웠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크게 배운 것은 한 분야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파고 든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 것이다. 논문을 쓰면서 지도교수님께서 강조를 하신게 하나 있는데 '이 논문이 아무리 석사과정의 논문이라도 전세계에서 유일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논문 주제를 찾기위해 국내 뿐만아니라 해외 논문까지도 조사하고 검증하면서 주제를 선정하였다. 이 경험은 상당히 고달팠는데 어떤 일이던 생각의 범위를 넓히는 정말 중요한 경험이었다.
대학원 과정을 겪으면서 심하게 힘들었던 경험 때문인지 주변에서는 박사과정도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이제는 그만한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참... 나 스스로는 이제 한 분야를 판다는 그 방법은 알겠는데 어떤 분야에서 정말 내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또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하영 원장의 <나는 나의 스무살을 가장 존중한다>에서 '과정이 결과가 되고 결과는 또다른 과정이 된다'라고하는 것처럼 나역시도 결과 이후 또다른 과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했던 것이 '진짜 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보자'라는 결심으로 박사학위와 맞먹는 권위의 자격인 '기술사'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렇게 점점 범위를 좁혀나가면서 나도 모르는 본능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요즈음 들어서는 이런 길, 방식으로 갈 수 있다고 알려주는 사람이 있고, 인지만 해도 조금 더 그동안의 시간을 아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어떻게 보면 이게 장인의 길이 아닌가 생각도 하게 된다.
교세라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에서는 일의 의미을 강조한다. 작가 역시도 망해가는 기업에 입사해서 그 곳을 탈출하고자 발버둥 쳤지만 결국 탈출하지 못한다. 그리고는 '회사를 그만두기에는 대의 명분이 필요한데 회사를 그저 막연한 불만을 품고 떠나게 된다면 아무리 좋은 회사에 간들 또 똑같지 않겠는가. 그래서는 일이 잘 풀릴 리 없다'라고 깨닫고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면서 하고 있는 일에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성공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위에서 내가 본능적으로 움직여서 가기로한 길을 걸으면서 '이걸 왜 해야하지?' '나는 어떤 걸 해야하지?' 등의 의문을 계속 품고 질문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그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면서 그동안의 산만하게 흩어져있던 내 관심들이 내가 몸담고 있는 산업 분야에 집중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경력 상으로 보이지 않는 시각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절대적인 전문가라고는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는 어느정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든 공부든 커리어든 문제점을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는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지금도 각 종 취업 포털에서는 구인을 한다는 공고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오고 있고, 우리는 '이 회사 언제 때려칠까' 고민을 하면서 그 공고를 찾아 보고 있다. 특히 진로의 사춘기를 겪는 3~6년차의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가는 입장에 있는 분들은 더 심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지금 당장 내가 여기가 싫어서 이직한다고 생각을 하기 전에 앞으로 내가 가야하는 길,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일의 의미 등의 다소 철학적이기는 하지만 그 생각을 먼저 해보는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그 정체성이 명확해지면 그 속에서 내가 가하는 산업, 회사, 직무에 대한 장기적인 설계를 하고 그리고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나의 업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이 있으면 적어도 그러한 길이 있어야 방향성을 잃지 않고 위험한 선택은 적어도 피할 수 있으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