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롭슨 <기대의 발견> 서평
책 <기대의 발견>은 이제는 상식이 된 플라세보에서 시작해 운동, 식이, 수면 등 삶의 다양한 요소에서 기대가 어떻게 우리의 몸을 바꾸고, 바뀐 몸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긍정적인 자세로 살라는 말은 뻔합니다. 이 책이 특별한 지점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전제들이 모두 미래에 대한 주관적인 예상이라는 지점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몸에는 좋지만 맛없는 음식에 금방 배가 꺼지는 것, 10rm 무게를 열 번 들고서 지치는 과정조차 모두 미래를 예측한 뇌의 계산입니다. 우리의 뇌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까지 입력받은 정보를 단서로 세상을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뇌의 ‘예측 기계’적인 측면은, 가짜 정보에 속아 잘못된 예측을 했을 때 두드러집니다. 제일 유명한 것은 가짜 약을 먹고도 질병이 치료되는 플라세보 효과입니다. 똑같은 원리로 가짜 도핑을 받은 스포츠 선수는 본인 신기록을 냅니다. 이러한 위약 효과는 모르는 사이에 속아 넘어갈 때 가장 극적인 효과를 만들지만, 책에 따르면 누군가에게 속는 대신 미래에 잘 될 것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변한다고 합니다. 마음가짐에 따라 몸이 변할 수 있다고 자신에게 설득하는 것이 제일 어렵겠지만, 이 책에 나온 수많은 사례가 근거로 존재합니다.
플라세보 효과는 부정적으로도 작용합니다. 대부분의 자기실현적 예언은 비극으로 끝납니다. 책을 읽으며 제가 떠올린 예시는 요새 유행하는 ‘도파민’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며 ‘도파민을 채운다’고 표현하고, 볼만한 콘텐츠가 없으면 ‘도파민이 떨어졌다’고 말합니다. 실제 작은 분자가 신경 세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와 무관하게, 이러한 표현이 내재화되며 머릿속에 ‘도파민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습니다. 1-2년 전에는 신경과학 연구실에서나 들어봤을 분자가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나는 도파민 중독이야(도파민은 중독의 결과로 작용하는 분자이니 이 문장은 중독에 중독되었다는 말만큼 이상합니다)’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게 됩니다.
스스로 부정적인 사고의 함정에 빠질 때, 이 책의 다양한 사례를 근거로 이겨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반대로 부정적인 사례를 읽고 섣부르게 자신에게 비춰보지는 맙시다. 저는 예방 주사를 읽을 때마다 문진표를 정독하지만, 끔찍한 부작용을 겪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기대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삶은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달라집니다. 뇌가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몸을 바꾸는 덕분입니다. 믿어서 나쁠 것 없는 이야기입니다.
까치 서포터즈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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