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 켈러허,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 서평
<아름다운 것들의 추한 역사>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저자가 보석이나 조개껍질, 화장 같이 자체로 아름답거나,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들을 조사해서 엮은 책입니다. 원서에도 번역서에도 ‘역사’가 들어갔지만 시대가 나누어지는 역사책은 아닙니다. 저자의 경험과 취향 속 아름다움이 언제 시작되어 퍼졌는지를 자유롭게 쓴 책입니다. 여타 역사책에 비해 주관적이고,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책을 읽다 보면 아름다움에 대한 책을 주관 없이 쓰기는 불가능하다, 자신의 이야기도 훌륭한 논픽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자의 애정이 담긴 묘사가 뛰어나지만 아쉽게도 책에 시각 자료는 없습니다. 책과 인터넷은 보통은 서로의 시간을 빼앗는 경쟁 관계지만, 이 책만큼은 인터넷을 활용하며 읽어도 아쉽지 않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보석, 꽃, 도자기 등을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읽으면 재밌습니다. 특히 바다 실크(sea silk)는 꼭 검색해보세요. 조개의 부착면에 달린 족사로 만든 비단인데,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아손의 황금 양털이 이것이었다고 추정될 만큼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움이 추해지는 이유는 필수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기분 좋은’ 것을 얻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할 때, 아름다움은 추해집니다. 피 묻은 다이아몬드, 비단을 짜기 위해 끓는 물에 손을 넣어야 하는 아이들 이야기는 더럽습니다. 향수에 쓰이는 원재료가 동물의 창자에서 나온 찌꺼기라는 사실보다, 그것을 얻기 위해 일어나는 동물 학대가 훨씬 추합니다.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른 점은 곳곳에 저자의 자기고백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아름다움 이면의 추함에 대해 다 알게 된 후에도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피부가 나빠질 걸 감안하며 화장을 하고, 옷에 들어가는 저가 노동을 알면서도 이베이에 뜬 저렴한 드레스를 보며 밤새 고민합니다. 일차적으로는 저자가 아름다움에 대한 책을 쓸 만큼 탐미적이기 때문이겠지만, 근본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가 국민에게 가하는 소비주의 압력이 너무 강합니다.
'결혼 반지는 다이아로 해야 한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장미'처럼 책에 나오는 것들은 모두 본래의 아름다움에 덧붙여 자본주의 마케팅으로 부풀려졌습니다. 저자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전세계를 홀린 마케팅은 모두가 숨쉬듯 인정하는 문화가 된 지 오래입니다. 저자는 무의미함과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아름다움의 유혹에 매번 굴복합니다. 단, 자신의 어린 딸이 반짝이는 것에 손을 뻗을 때만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아름다움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저자의 노력이 언제까지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소비가 사람을 이만큼이나 옭아매는 곳에서는 어른도 어린이도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모이사나이트'라는 보석은 다이아몬드보다 굴절률이 더 커서 화려하게 빛나는데, 그 이유로 '다이아몬드 짭'이 된다고 하더군요.)
저자에 비하면 저는 아름다움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화장을 하지도 않고, 선물받은 것 외에 다른 장신구는 없으며, 옷은 눈에 띄는 곳에 구멍이 날 때까지 버티며 입습니다.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읽으며 전혀 관심없던 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아름다움을 ‘추한 역사’로서 알게 되었기에, 인터넷으로 찾아본 사진이 얼마나 반짝이든 말든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아름다움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글입니다.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새로운 자극이 될 것 같고, 그러면 좋겠습니다.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에세이 #에세이추천 #인문추천도서 #욕망 #소비주의 #아름다움 #케이티켈러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