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활한 케인즈

[일반이론] J.M.케인즈

by GONDW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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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재화의 수요과 공급에 맞춰 가격이 균형을 이루고, 노동의 고용과 수급도 임금에 따라 균형을 이루게 되며, 이자율에 따라 저축과 투자도 균형을 이룬다는 리카도와 마샬의 신고전학파 이론은 1929년 대공황이 가져온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사태를 더 이상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게 되자 궁지에 몰리게 되었고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학설의 대두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온 것이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이다. 케인즈는 완전고용이란 아주 특수한 상황에 불과하며 자유경쟁시장에서 실업은 일반적인 현상이고 공급과잉 상황에서 기업은 다시 고용을 줄이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기업은 시장에서의 유효수요에 따라 고용과 투자를 늘리거나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일반적이란 것이다.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즉 유효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케인즈의 일반이론과 그 용어들은 지금은 아주 보편적인 것이 되었지만 이 이론이 나온 1930년대에만 해도 혁명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고전학파가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한 케인즈의 이론은 이후 ‘케인즈학파’를 이루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1970년대 석유파동이후 닉슨의 ‘니크소노믹스’, 레이건의 ‘레이거노믹스’로 상징되는 시카고학파가 득세하면서 다시금 정부보다는 민간의 자유로운 가격 결정 기구를 신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신자유주의학파가 오늘날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21세기의 경제위기 앞에서 30년 동안 세계의 거품경제를 이끈 시카고학파의 신자유주의이론은 용도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시 케인즈의 이 책을 서고 깊숙한 곳에서 끄집어내어 먼지를 털고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 같다.


44대 미국대통령으로 당선된 오바마의 경제팀이 정부의 역할과 공공사업을 강조하는 케인즈주의자로 구성되었고, 파탄직전의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를 전망하고 그 해결책을 논하는 각종 미디어의 사설, 칼럼, 기고에서 케인즈의 이름과 그의 이 대표저서의 이름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고 있다.


물론 70년 전의 학설은 현재의 금융위기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1929년의 공황은 과잉공급과 한계수요의 불일치로 인한 것이었다면 오늘날의 경제위기는 자본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데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케인즈는 자산 가치 하락에 부동산의 기대 수익의 감소로 인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 케인즈는 말년에 자신의 이론 중 일부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느꼈으나 그것이 현실화 되진 못했다.


대공황 후에 케인즈의 세기의 이론이 나온 것처럼 이번 금융위기 뒤에도 세계경제에 길잡이가 될 새로운 변증법적 이론이 어떤 사려 깊은 경제학자에 의해 제창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자본주의에 ‘책임’이라는 명찰을 달아주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인간의 창의력은 개인의 이윤추구가 끝없이 보장된 상황 하에서 최대한 발휘될 것이라는 측면과 그 이윤을 추구하는 개인의 도덕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동시에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금융위기를 타개할 첩경은 바로 무너진 신뢰의 회복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2의 일반이론이 나올 때 까지 케인즈는 다시 세계경제의 화두를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다시 케인즈의 이론을 읽어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들의 사상은 그것이 옳을 때에나 틀릴 때에나 일반적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보다 더 강력하다. 사실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이밖에 별로 없는 것이다. 자신은 어떤 지적인 영향으로부터도 완전히 해방되어 있다고 믿는 실무가들도, 이미 고인이 된 어떤 경제학자의 노예인 것이 보통이다. 허공에서 소리를 듣는다는 권좌에 앉아 있는 미치광이들도 그들의 미친 생각을 수년 전의 어떤 학구적인 잡문으로부터 빼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기득권익의 위력은, 사상의 점진적인 침투에 비하면, 매우 과장되어 있다고 확신한다. 물론 사상의 침투는 당장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을 두고 이루어진다. 왜냐면 경제 및 정치철학 분야에 있어서는 25세 내지 30세를 지나서는 새로운 이론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따라서 공무원이나 정치가, 그리고 심지어 선동가들까지도 일상사태에 적용하는 관념에는 최신의 것은 별로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빠르든 늦든, 선에 대해서든 악에 대해서든, 위험한 것은 사상이지 기득권익이 아니다.” - 본문 중에서



경제학은 그 내용이 어떠한 것이든 세상을 지배하는 사상이다. 어떠한 경제이론이 어떠한 정치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의해서 실행되느냐에 따라 세계는 요동친다. 따라서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이한 지금, 어떤 사상을 가진 기업이나 정부가 득세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 용도폐기된 신자유주의를 더 확대하려는 일부 세력의 닭짓은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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