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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 Jan 27. 2022

지뢰찾기 대신 오버워치?...소프트웨어 제국의 빅픽처

소프트웨어 제국 MS, 인프라부터 앱까지 '메타버스'를 통째로 삼켰다

이미 탁월한 뉴스와 보고서도 많지만 공부 겸 정리하려고 쓴 뒷북 정리입니다.
나름 테크,에너지쪽 꾸준히 정리를 해보려 하는데 보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혹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정도 되는 회사를 통째로 사들일 만한 회사가 몇 곳이나 될까요? 메타버스가 현실이 된다면 이 회사만큼 다 해먹을 곳도 없을 것만 같습니다.


윈도우즈 로고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반백살 구닥다리(?) 소프트웨어 회사가 서버, 운영소프트웨어, 심지어 게임까지. 어마어마한 현금을 들고 현실판 '레디플레이어원' 세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블리자드를 687억 달러, 우리 돈으로 82조 원, 프리미엄까지 붙여 전액 현찰로 인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마이크로소프트 발표자료 / (2) Activision Blizzard press release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가 직접 공개하기 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던 이번 딜은 IT역사상 최고액의 인수합병으로 꼽힙니다. (우리시간으로 당일 자정무렵 속보가 뜨고 믿을 수가 없어 외신 자료를 쭉 찾아보게 되더군요)

 

(22년들어 바닥을 헤메던 액티비전블리자드ATVI 주가가 합병 발표에 갭상승. 긴축 발작에도 아직 버티고 있는 흐름이다)


어쨌거나 깜짝 합병을 발표한 두 기업은 심사를 거쳐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으면 내년 6월말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인수 금액이 너무 천문학적인데, 마이크로소프트가 꺼내든 82조 원으로 사들일 만한 기업을 찾아보니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시총 3위인 SK하이닉스(27일 기준 약 83조 규모)를 통째로 사들이는 규모에 해당합니다. 그 이하 대기업들도 마소 현금 통장으로 사들일 정도라니 어마어마하긴 합니다.


비슷한 사례 중에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지난 2020년 소프트뱅크로부터 ARM을 인수하겠다며 제시한 금액이 400억 달러, 약 48조원 규모인 걸 감안해도 규모로는 2배에 달하죠. (물론 이 딜은 사실상 무산되어서 엔비디아에게 뼈아픈 일이 되었지만 말이죠)


왜 사들였을까?


윈도우즈에 구독 서비스, 클라우드로도 먹고 살만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왜 게임까지 손을 뻗친 걸까요? 이번 인수를 두고 게임팬들 사이에선 윈도우즈 기본 게임으로 지뢰찾기 대신 스타크래프트가 깔리는 거냐는 우스개소리도 나오죠. 왜 갑작스레 게임사에 큰 자금을 베팅하려는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과 최근 행보에 답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주 공개한 FY2022 2분기 실적에서 분기 주당순이익(EPS)은 2.48달러로 시장 전망치 2.31달러를 7.36% 상회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 같은기간과 비교해도 22.17% 증가한 훌륭한 실적을 냈죠.


그런데 조금 살펴보면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최근 몇 년간 마이크로소프트의 부활을 책임지던 애져(Azure) 부문의 성장 둔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겁니다.


애져(Azure)를 포함한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사업부 매출은 26%가 늘었지만, 애져만 떼어 보면 지난 분기보다 4%포인트 매출 감소가 나타났습니다. 구글, 아마존과 경쟁도 부담이죠. 마이크로소프트가 컨퍼런스 콜에서 3분기 수요 회복을 자신했지만 이를 대체할 사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FY22. Q2 실적 중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 성장 추이 / 마이크로소프트 IR페이지)


마침 해마다 쓰지 못해 쌓아둔 현금은 넘쳐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성장이 가능한 산업, 그 중에서 게임에 자본적 지출, CAPEX로 다음 10년의 성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마치 구글처럼 나중에 클 분야에 씨앗을 심고 육성하는 전략입니다.


사티아 나델라가 2014년 취임 이후 이런 전략을 감안해 아래 마소가 인수한 기업만 봐도 규모가 엄청납니다. 2016년 링크드인(Linkedin) 31조원, 2018년 개발자 오픈소스 깃허브(GitHub) 8조원, 2020년 베데스다 8조 7천억원, 2021년 인공지능 음성인식 뉘앙스 21조원. 그리고 정점이 모바일과 PC, 메타버스까지 가능한 게임 콘텐츠 기업,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입니다.


이번에 액티비전 블리자도 인수까지 완료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3위 게임사이자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 라인업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메타버스로 구현된 오버워치?…정말 실현 가능할까?


팬도 많은(실망한 팬도 많은) 기업이기에 많은 기대를 품게 만들지만 이 조합 정말 괜찮은 걸까요?


따져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Azure 기반의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이 가능하고, 오피스 365, 팀스 등을 증강현실 기기와 연결하는 기술을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하드웨어로는 AR글래스인 홀로렌즈(Hololens)를 보유하고 있으니 메타플랫폼스(옛 페이스북)의 오큘러스보다 놀 거리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마인크래프트, 헤일로에 액티비전의 유명 타이틀까지 이용자 취향에 맞춰 다양한 게임 장르도 확보했으니 강력한 무기를 얻은 셈인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 다가올 시장을 다 손에 쥐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나델라 최고경영자는 "컨텐츠와 커머스 사이의 벽을 허물어 모든산업의 르네상스를 일으킬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전략을 택한 배경은 우리에게 익숙한 게임사 넥슨의 오웬 마호니 대표의 회사 기고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오웬 마호니는 "메타버스의 본질은 게임이다. 수많은 이용자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매달 4억 명이 알아서 즐기고 돈을 소비하는 게임 기업을 품고 구독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 서는 겁니다.

(마소와 액블 합병 컨퍼런스콜 중 유저기반 시너지 설명 / 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IR페이지)


흑역사 쓰던 블리자드..이제 부활 준비 끝?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이런 면에서 한국과 전 세계에서 검증받은 모델이죠. 블리자드는 우리가 아는 대로 98년 이후 e스포츠 원조이자 PC방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한 번 빠지면 인생 로그아웃한다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비롯해 최근까지 '오버워치', '콜오브듀티' 등으로 게이머들의 희노애락을 함께해준 기업입니다.
(오버워치  솜브라 게임 스크린샷 / 출처 : 블리자드 홈페이지)


참고로 액티비전 블리자드 탄생의 주역은 프랑스 비방디 유니버셜입니다. 미디어 콘텐츠 회사인 비방디는 자회사 '액티비전'과 블라자드를 합쳐 지금의 ATVI를 만들었죠. 그러다 수익 문제로 고전하던 2013년 약 81억 7천만 달러, 9조 1천억원에 독립 기업으로 떼어냈는데, 10년 만에 무려 10배 가치에 마이크로소프트에 다시 팔려나가는 겁니다.


(비방디 산하 게임로프트의 아스팔트9  / 출처 : 비방디 홈페이지)


액티비전블라지드를 사들이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엑스박스 콘솔과 게임 유통 과정에서 노하우를 꾸준히 쌓아왔죠.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재 엑스박스 포함 게임사업부에서 지난해 기준 153억 달러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액티비전블리자드 매출 87억을 더하면 전체 매출에서 13%를 넘어서는 비중으로 올라섭니다.


그 매출의 근원은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이용자 4억명과 마이크로소프트 게임패스 구독자 2,500명. 마인크래프트, 헤일로, 콜오브듀티, 캔디크러시사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까지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으로 즐기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큰 마이크로소프트라면 PC와 콘솔, 모바일까지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변형해나갈 수 있죠. 구독모델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일으킨 나델라라면 게임패스를 추가로 판매하는 건 일도 아닐 듯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패스 구독모델. 출처:마이크로소프트 공식홈페이지)


앞으로 두 기업에게 준비된 일정도 큰 무리는 없어보입니다. 빅테크에 대한 독점 규제가 강화되면서 합병 심사 부담될진 모르겠지만, 대체로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힘이 실립니다. 게다가 거래가 무효되면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이익. 거래 무효시 3억 달러 위약금을 지불하는 조건이라 손해볼 것 없는 거래인 셈이죠.


이 과정에서 회사 외형이며 내부 평판까지 말아먹었던 현재 경영자 바비 코틱도 물러날 전망입니다. 인수합병으로 4,600억원을 챙겨든다니 조금 씁쓸하긴 하지만요.


어쨌든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와, 필 스펜서 게이밍부문 CEO를 주축으로 지구급 메타버스 서비스가 탄생할 준비를 마친 듯 보입니다. 아바타 놀이처럼 보이기도 하는 메타버스가 사무공간, 쇼핑공간, 게임과 놀이터 등에서 유기적으로 구현되고 현실에서 거부감이 없이 정착하기 까지 하나의 소프트웨어를 택하라면 그 선택지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빠질 일은 없어보입니다.


게임 팬들에게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죠. 40년 넘게 이 시장을 지배해온 오래된 기업이 플랫폼의 중심에서 얼마나 더 가치를 높여갈지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듯합니다. 액티비전블리자드와 엑스박스 팬들에겐 즐거운 게임들이 더 많이 출시되길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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