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만 10년을 끈 론스타 사태 결론이 났습니다. 언제적 론스타인가 싶기도 하지만, 너무나 오래된 거대한 사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헷갈릴 정도죠. 론스타 사건이 2012년 소송을 시작해 2022년 8월 31일, 드디어 국제중재재판소의 결론이 나왔습니다. 론스타에 한국정부가 2945억을 물어줘야 한다고 말이죠!!
네?! 한국 정부가 가까스로 완패는 면했으니 잘했다고요? 하니 뭘 잘못했다고 2900억이 넘는 배상을 해야 하나요. 다 우리 호주머니 털어서 외국펀드에 주는 거잖아요.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Q. 90년대생은 잘 몰라..론스타 사태가 대체 뭐야?
- 론스타는 일종의 투기계의 스타, 정확히는 미국계 '사모펀드' 중의 하나야. 론스타(Lone Star)는 세계적으로 부동산, 주식, 신용 및 기타 금융 자산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사모펀드 회사라고 직접 설명하고 있어.
한국인에겐 돈독 오른 투기 자본으로 각인된 이 회사는 본래 미국의 은행 부실 정리 과정에서 출발했는데, 1995년 존 그레이켄에 의해 첫 번째 펀드가 설립된 이후 론스타는 총 850억 달러 이상의 자본 약속을 가진 21개의 사모펀드를 조직하고 있어.
여기서 잠깐, '사모펀드'라는건 어려운 게 아냐. 론스타의 사례에 한정하자면 가령 부자들 5명이 모임통장 만들어서 이 돈으로 기업들 사냥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어(실제론 비공개로 소수의 자본을 모아 알짜인 것만 골라 투자하는 것에 더 가까우니 나쁜 것만은 아냐).
부실한 은행이든 기업이든 잡아서 높은 값에 내다팔아서 나눠갖는 구조의 사업방식이다보니..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하니 수익을 내기 위해 물불 안가리는 투기자본으로 각인되어 있는 거야. 라임펀드니 옵티머스니 사모펀드 사고가 줄줄이 터지기도 해서 한국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데 그 출발선에 있는 회사이기도해.
(론스타 홈페이지)
아무튼 론스타 기원은 1990년대 초 미국의 저축과 대출 위기로 인해 손상된 거의 1,300개의 "배드뱅크" 자산 청산에 기반하고 있어. 1993년 그레이켄이이 펀드를 조성한 뒤 청산한 자금으로 사모펀드 투자를 확장해왔던 거야.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일부 펀드는 1990년대 초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1990년대 후반 동아시아의 광범위한 금융 위기 이후 주로 동아시아(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대만)에 투자하는데 이때 우리나라에 진출했던 것.
이렇게 작정하고 한국 시장에 뛰어든 투기자본이 무슨 일을 했냐하면. IMF 외환위기 후유증이 남아있던 2003년 8월 한국의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여서 4조 6천억원의 천문학적인 차익을 들고 떠났어. 지금으론 믿기힘든 사기극, 희대의 사건이 바로 '론스타 사태'
(2008년 명동 외환은행 앞 조형물) Q. 2003년이면 벌써 20년 전 일인데..
왜 아직도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 그 시절 이야기를 왜 하나 싶지만, 이 투기자본이 보통이 충격을 남기고 간 것이 아냐. 자신들은 먹튀한게 아니라 한국 정부가 훼방을 놔서 원래 더 먹으려던 걸 못 먹었으니 물어내라! 이렇게 요구해왔어.
당초에 외환은행 지분을 2006년에 한 번 팔려다가 못 팔았고, 그리고 2012년에 팔기 전에도 정부가 굉장히 문제제기를 강하게 하는 바람에 매각가격이 낮아졌어. 론스타는 이거 다 한국 정부가 훼방한 거다. 이 때문에 2조 원은 손해보고 팔았으니 물어내라.라는 거야.
그러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ISD 소송을 46억 7950만 달러. 지금 환율로 대략 6조원을 물어내라! 법으로 붙자고 한 게 2012년.. ISD는 정부와 투자자간 분쟁해결하기 위한 소송제도인데 이거 양측 실사하고 의견듣고 오가는데만 1~2년씩 기본. 소송 제기를 2012년에 했는데 중재 재판부가 딱 10년 만에 결론을 내린 거야.
Q. 론스타, 4조원 넘게 벌었으면 됐지.. 뭘 또 손해봤다고 그것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했던 걸까?
- 조금 더 들어가보자면 이래. 론스타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은 직후, 2003년에 약 2조원을 들여서 당시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했어.
이후에 회사가 정상화되고 나니까 HSBC, 영국계 투자은행에 6조원에 되팔려했어. 무려 3배나 되는 값에. 그런데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매각승인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걸 질질 끌다가 2008년에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HSBC가 인수를 포기했어.
왜냐하면 2천년대 초만해도 정부도 급했던 거야. 외환은행 정도 되는 큰 은행이 부실해져서 망하면 상인들, 우리 부모님 중에 누군가에게 피해가 갔을 거야. 그래서 일단 회사 살려줄 자본을 찾았는데 그게 하필 론스타.
그런데 나중에 정신차리고보니까 당시 정부가 너무 헐값에 론스타에 지분을 넘긴게 아니냐? 말이 많았어. 자본금이 70조원이나 되는 회사를 2조원에 꿀꺽했으니깐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잖아. 그래서 이거부터 조사하자! 정부가 계속 매각 승인을 미뤘던 건데. 론스타는 늬들이 망가뜨려놓고 왜 훼방이냐, 납득을 하기 어렵다는 거야.
그리고 이 시점에 또 한 번의 일이 있어. 론스타가 결국엔 희생양을 찾았는데. 그게 하나금융지주. 2012년 3조 9천억원에 외환은행을 넘겼어. 매각가격이 확 낮아졌지.
Q. 당시 매각 가격은 왜 낮아졌을까?
- 당시 지금은 없어진 외환카드라는 회사가 있었어. 본래 론스타는 매각할 회사가 더 커보여야 비싸게 팔리니까 외환카드와 외환은행을 묶음상품으로 1+1로 묶어서 HSBC은행에 팔려고 했어. 당시에 외환카드 주가를 확 떨어뜨려서 합병해. 많이 보던 방식. 결국 이게 형사재판을 거쳐 유죄 판결을 받기는 해.
하지만 론스타는 정부가 이것도 괜히 문제 삼아 그런거다 하는 거야. 그리고 국세청이 외환은행을 매각하고 배당 등으로 거둔 수익에 8,500억의 세금을 부과했는데 자신들은 세금 안 내도 되는 벨기에 법인을 두고 있는데 한국 국세청이이 일처리 잘못했다. 적반하장인 거야.
그동안 쟁점은 이렇게 두 가지
1) 당시 한국 정부가 개입했나, 이 과정은 정당했나
2) 세금 부과에 문제가 없었나
- 이걸 다시 정리하자면 론스타측의 얘기는 한국정부(금융위)가 법정 심사기한인 60일을 넘겨 승인 여부를 처리하지 않았다. 또 매각 가격을 낮추라는 부당한 압력도 넣었다는 주장이었어.
또 자신들은 론스타 벨기에법인이 있으니 한국-벨기에간 이중과세방지 협정으로 면세 혜택을 받는데 과세 당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라는 거야.
우리 정부는 첫 매각을 시도하던 당시에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었고, 이로 인해 외환은행 주가가 하락해 매각 가격이 낮아졌는데 억지 주장이라는 것.
또 벨기에 법인은 실체는 없는 종이조가리, 페이퍼컴퍼니라 인정 불가. 또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벨기에와 투자보장협정을 맺기 전이라 소송 대상도 아니라는 입장이었는데 이게 약점이 됐지.
Q. 오늘(31일) 오전 중재판정 결과에서 당초 론스타가 주장한 6조원이 아니라 한국은 2,925억원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어. 왜 깨끗하게 승소하지 못한 걸까?
- 되짚어 보자면 전문가들이 돌이켜보니까 정부도 좀 안일한 면이 있었다는 거야. 우선 우리나라는 산업자본, 가령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이 직접 은행을 가질 수는 없도록 막고 있어. 돈이 있어도 우리 호주머니에서 돈 빼서 딴짓하면 안 돼.라면서 금산분리라는 제도를 도입해뒀어.
그런데 론스타가 딱 금산분리에 해당하는 회사였던거야. 그래서 2007년 2008년에 정부가 이 문제를 국제중재로 제기했다면 외환은행 인수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
또 하나, 2003년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던 시점에 BIS비율, 건강한지 보여주는 지표가 갑자기 하락하는 일이 벌어졌어. 뱅크런 대비해서 10% 정도 금고에 두는 식인데, 이게 6%까지 떨어지니까 잠재적으로 부실한 은행. 이렇게 돼버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지냐면, 은행이 아닌 금융회사가 아닌 곳도 살 수 있게 돼. 어떻게든 정상화해야하니깐. 그래서 당시 금융당국의 결정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난무했지. 이를 명확히 해명하지 못한 게 옥의 티라고 할 수 있어.
불행인지 다행인지 론스타도 2020년엔 한 1조원 정도로 타협합시다 한 적도 있거든. 본인들도 미안하니까 적당히 끊으려한 적이 있어서 이런 일들을 감안해 패소를 피했어.
만일 완전히 졌다면 론스타가 주장한 6조원, 우리나라 인구로 단순계산 50만원씩 물어줘야 할 뻔한 일을 면하게 됐지. 다만 그럼에도 정부가 10년간 법률 자문 등 소송 대응에만 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썼고, 배상으로 2,925억원을 물어줘야 하니 정책 당국자들의 실기로 인해 아까운 세금을 버리게 된 것은 분명해. 사실 6조원 이든 몇 만원이든 우리 세금이 들어갈 필요가 없던 사건이었다는 거야.
또 이번 사건이 매듭지은 것과 별개로 당시 사건 당사자였던 사람들이 다 현직, 현 정부에 남아있어. 경제부총리, 한은 총재, 전 금융위원장 등이 다 당시 사건에 직간접 연관되어 있어. 한편에선 오늘날의 잣대로 보기 힘들다고도 하지만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
어쩌면 20년전 어려운 시기를 탈출하던 상처가 아직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셈이니.. 이번 사태를 매듭짓는 과정에서 당시와 같은 기업 구조조정이나 정책 당국자들의 판단 착오로 인한 실수가 재연되지 않도록, 또 소송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추가) 넘나 복잡한 외환은행 사건 일지는 아래 참고!
'론스타 분쟁' 10년…외환은행 인수부터 판정까지 (출처:연합뉴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3408791?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