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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밍키 Mar 12. 2022

출간을 앞두고

에필로그




3월 22일 드디어 책이 출간된다. 사회초년생을 보내면서 축적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원고를 썼다. 그러다 보니 여유보다는 뒤에서 사냥개가 쫓아오는 듯한 이야기가 많아졌다. 현재 자신의 삶의 키워드를 힐링이나 워라밸로 잡은 독자라면 내 글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무언가에 대한 분노와 절박함이 있는 독자라면 나와 공감대가 맞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의 찌질함에 위로받는 독자가 있다면 기쁘겠다.


원고를 다 쓰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엄마와 아빠였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5년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쓰라고 한다면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까. 3년 전에 가족 여행을 다녀온 에피소드 하나 정도가 끝이다. 그만큼 주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 기억이 없다.


나는 나를 위해 일했다. 가족 행사는 모두 후순위였고 가족과 밥 한 끼 같이 먹는 시간도 아까워했다. 가족들이 나를 다 이해해 줄 것을 강요했다. 집에 가서 회사 일을 궁금해하는 부모님에게 말 시키지 말라고 하면서 방문을 닫았다. 집에서까지 회사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밥을 먹으면서는 업무를 보느라 핸드폰만 봤다. 핸드폰 내려놓고 밥만 먹으라는 부모님께 일하는데 내가 노는 줄 아냐며 성질을 부렸다. 이 책 속에 부모님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집 밖에서의 내 모습이 들어 있다. 책으로나마 중간보고를 하고 싶다.


초등학생 때 가훈을 써서 내라는 숙제가 있었다. 부모님은 우리 집 가훈이 ‘자주독립’이라고 했다. 다음 날 학교에서 발표를 하는데 선생님이 자주독립의 뜻을 물어봐서 나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대학생 때는 용돈을 달라고 했더니 또다시 우리 집 가훈은 자주독립이라면서 나가서 일을 하라고 했다.


그때는 아빠가 용돈을 주기 싫어서 그러는구나 했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이 되면서 부모님이 왜 그렇게 자주독립을 외쳤는지 깨닫게 됐다. 경제적 독립이라고 하는 것은 돈을 많이 벌어서 자수성가하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가 돼서 용감히 생활하라는 뜻이다. 사회적 독립이라고 하는 것은 세상에 나를 억지로 맞추는 게 아니라 내가 생긴 모양대로 당당히 맞서라는 뜻이다. 우리 집 가훈의 뜻을 알기까지 꼬박 30년이 걸렸다.


얼마 전 아빠가 내 방에 들어와서 말씀하셨다. “너는 둥그렇지 못한 모난 돌인데 계속 그렇게 살길 바란다.” 모난 딸을 지지해주는 부모님에게 큰 존경을 담아서 글을 마친다.



그들은 컴퓨터를 사주지 않았다




Side note:

당분간은 출판 과정에 대해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책의 기획자인 다산북스의 윤세미 PD 님과의 이야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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