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글쓰기챌린지
2개 5천원에 주고 땡처리 해
감정을 담자면 말 끝에 물결 표시가 하나 붙을 것 같아요. 땡처리 하고 가 아가씨~. 하지만 말투를 부드럽게 한다고 내용이 부드러워지는 건 아니더라구요. 샤인머스캣 한 송이 3천원라고 써있는 가격표 앞에 샤인머스캣을 한참 들어보며 비교하던 손님의 코멘트에 사장님의 눈은 아주 차가웠거든요. 입술 끝은 분명히 올라가있었지만 땡처리 하라는 말을 반복하는 손님을 보며 사장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기묘한 대치가 이어지던 그때였어요. 다른 손님이 지나가며 대치 중이던 손님에게 샤인머스캣의 가격을 물었어요. 샤인머스캣 얼마에요? 그러자 손님이 대답했어요.
샤인머스캣 2개 5천원이요.
새롭게 나타난 손님은 당연히 그 말을 냉큼 믿었고 사장님의 침묵 가운데 새로 온 손님도 샤인머스캣을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그 가격을 주장한 손님이 다시 이야기를 꺼냈어요. 사장님, 2개 5천원 하고 땡처리 해, 그지? 그러자 드디어 사장님이 입을 열었죠.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땡처리로 드리고 싶을까요? 여전히 입술 끝은 하늘로 올라가 있었지만 단호한 어투였어요. 이제 새로운 손님까지 합류해 땡처리를 요구하는 가운데 저는 조용히 샤인머스캣 두 송이를 골라 담고 6천원을 내밀었어요. 그러자 사장님은 조용히 천원을 빼고 5천원만 받은 뒤 저를 보내더군요.
함께 산 지 30년이 넘어가는 부부였어요. 남편이 아내와 결혼을 결심한 순간이었대요. 음식점에서 자신의 앞에 수저를 먼저 놔주던 그 짧은 순간이요. 누군가를 소개시켜주거나 연애 상담을 할 때 좋은 사람으로 꼽히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해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 속에서 인사를 잘 하는 사람. 안녕하세요,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세상에 무엇 하나 당연한 것이 없다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혹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과 이런 마음들이 태도와 행동으로 표현되는 사람.
우리는 언제나 나와 상대를 일대일로 존중하려고 노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늘 나, 그리고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는 건 더 많은 노력과 고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래 2송이 사면 5천원에 팔 생각이었음에도 팔지 않게 되는 태도, 앞으로 더 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태도,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라는 태도는 일대일의 존중과 함께 타인, 다른 존재에게 보이는 태도에서 오는 감각이었어요. 그와 비교했을 때 각기 다른 다양한 맥락에 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저 자신을 투영하게 되곤 하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재직자, 퇴사자, 면접 경험자의 이야기를 참고해 회사를 이해하나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근무했던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을 통한 평판을 참고해 입사 예정자 혹은 면접 대상자를 이해하고요.
그래서 우리가 인사를 잘 해야 하는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