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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sense Apr 18. 2023

키즈케어존이라고 적극적으로 말해주세요.

무리한 가게 정책에 순응하며 내 돈 쓰고 싶진 않거든요. 내가 거를게요.

노키즈존이 워낙 아이/어린이 혐오 또는 차별적인 처사이다, 업주의 운영 자율권이다 팽팽한 논쟁이 있는 건 알고 있었다.

나는 노키즈 존에 찬성/반대의 입장이 있다기보다는 내가 아이의 엄마다 보니 아이를 환영하지 않는 곳은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아이를 위해서 안 가고 싶다. (아이도 환영 못 받는 느낌을 다 알 테니까...)

나같이 그런 운영방침에 대해 수긍하는 사람들만 세상에 있다면 아마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변하긴 어려울 것 같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감소하며 내 목소리를 크게 내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최근에 내가 겪은 키즈케어존 가게를 불행히도 방문하게 되어 이 글을 적게 되었다.


키즈케어존이라는 말은 약 1~2년 전부터 노키즈존에 반발하는 목소리들을 업주들이 들으면서 새롭게 들이게 된 운영방침이라고 한다.

키즈케어존이라는 것 자체가 노키즈존과는 다르게 운영기준이 업장별로 애매모호하기도 하고 각각 다 다르기 때문에 키즈케어존에 대해 나쁘다 좋다 이런 의견은 없었다. 인식을 잘 못해서 그렇지 요즘 감성에 맞게 꾸며진 카페들과 식당에서는 인터넷에 미리 고지가 되어있거나, 알게 모르게 그런 문구들이 가게 입구나 문짝에 아주 크게 고지가 되어있거나, 가게 내 계산대 또는 테이블 위에 키즈케어존에 대한 안내문을 항상 부착해 놓았던 거 같다.

그 정책의 내용 또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부모라면 이미 당연히 염두하고 있을 내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소리를 지르거나 지나치게 시끄럽게 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 주세요.

- 아이가 업장 내를 무차별적으로 뛰어다니거나 공놀이, 킥보드를 타는 등의 행위는 하지 말아 주세요.

- 부모의 부주의로 인해 아이가 다칠 수 있는 요소가 있으니 적극적으로 케어해 주세요.

- 부모의 부주의로 인해 안전사고 발생 시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니 주의 부탁합니다.

- 부모의 부주의로 인해 아이가 기물을 파손할 시 배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 모두가 함께하는 공간이니 서로를 위해 배려 부탁드립니다.


키즈케어존 : 네이버 이미지검색 (naver.com)


너무나 당연한 걸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기에 이런 업주들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씁쓸하고 이해가 된다.

그러나 내가 겪은 키즈케어존은 그 결이 너무 달랐다.


소셜미디어 리뷰를 주 마케팅을 하는 업장이라면 우선 1차적으로 노키즈존이든 키즈케어존이든 본인들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고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부모들이 그 정책을 읽어보고 아이를 대동하여 업장까지 갔다가 문밖에서 또는 식당까지 들어갔다가 발길을 돌려야만 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갔던 식당에서는 인터넷에 리뷰는 많았지만 키즈케어존에 대한 고지가 없어서 방문하게 되었다. 사정에 의해 인터넷에 고지를 안 하더라도 최소한 문 앞에 본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운영정책을 고지해 놓는 게 당연하지만 그것마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식당에 아이와 착석을 하고 앉자마자 직원(또는 업주?)이 키즈케어존 문구를 직원이 쓱 내밀었다.

아이가 있는 부모는 알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외식하면 착석하는 것도 일이고 애 먼저 먹일 것 생각하며 얼른 주문부터 하며 숨 고르지, 키즈케어존 안내 문구 같은 걸 차분히 앉아서 정독하기는 너무 어렵다는 걸...

우선 주문부터 하고 나니 안내 문구를 읽을 새도 없이 1분도 안되어 싹 가져가 버린다. 이때라도 문구를 가져가기 전에 충분히 고객이 안내문을 안 읽은 것 같았다면 잘 읽어봤는지? 물어본다던가 말로라도 중요한 포인트를 읊으며 고지해 줬다면 우리 가족은 그 내용을 듣고 그 식당에서 당장 나갔을 것이다. (아쉽게도 해당업장 키즈케어존 문구를 찍을 시간도 없어서 지금은 내용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음식이 서빙되기 시작할 때 아이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영상을 틀었다. 요란하게 큰소리로 틀지도 않았는데 바로 직원이 쪼르르 달려와 영상을 시청하려면 헤드셋을 끼우거나 음소거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25개월 아이에게 헤드셋을 끼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도 하고 헤드셋이 아이의 청력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걸 업주가 전혀 모르는 듯한 운영정책이긴 했지만 그런 요구를 하는 이유 또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볼륨을 최소한으로 하고 보여주면 안 되냐고 다시 물어봤다. 그마저도 그 직원은 우리 테이블에 허용하면 다른 테이블도 다 같이 하겠다고 나설 테니 모두를 위해 안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

남편이 발끈해서 이럴 거면 왜 노키즈존 안 하냐고 한마디 했더니 이미 본인들은 분명 키즈케어존 문구를 읽어볼 수 있도록 제시했다며 표정이 순식간에 싹 굳는 것을 목격했다.


이미 음식도 시킨 터라 그냥 나갈 수가 없었고 업장 운영방침이 그렇다고 하니, 결국 시키는 대로 음소거 모드로 아이는 영상을 시청했다. 나는 남편이 씩씩거리는 걸 진정시키고 식사 후 키즈케어존에 대한 인터넷이나 업장 내/외에도 적극적인 고지가 없었으니 그런 부분은 개선해 달라고 업주에게 말해보겠다고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한 테이블을 제외하고 한 5~6 테이블이 모두 초등생 이하의 아이들이 있는 가족팀이었다. 아마 토요일 점심때여서 더 가족손님들이 많았던 거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테이블이 매우 조용해서 대부분 손님들이 조심스럽게 얘기하게 되고 아이가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극도로 자제를 시켜야만 하는 그런 부담스러움이 느껴졌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식당이 아니라 거의 예술작품을 조용히 감상하는 갤러리에 온 수준이라고나 할까?

또한 손자와 대동한 테이블의 할머니에게 또 직원이 조용히 해달라고 한마디 건네는 걸 목격했고 굉장히 민망해하며 식사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무슨 소리를 냈는지 인지 못했었다.


식사를 마치고 업주에게 쿠션 멘트로 식사를 정말 맛있게 잘했다고 말하며 키즈케어존에 대한 특별한 방침이 있다면 관광지에서 대부분 인터넷에 고지된 정보와 리뷰를 보고 오는 것이 대부분일 테니 앞으로는 고지를 해두셔야 업장에 올지 말지를 잘 선택할 수 있을 거라고 제안했다.

그랬더니 업주는 인터넷 고지 못한 건 인정을 하면서도 본인들은 업장 내에서 안내문책자를 던져줬으니 할 도리는 다했다는 식으로 얘기하며, 가게 2년간 운영하며 우리같이 컴플레인하는 손님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중하게 한 제안이 갑자기 업주의 말로 인해 컴플레인으로 둔갑되는 순간이었다.


남편이 어이없어하며 이럴 거면 노키즈존 하지 왜 키즈케어존 하냐고, 키즈케어존은 뭔지도 몰랐고 지금 대부분 손님들 가족 아이 있는 팀들인데...."라고 하니


"원래 노키즈 존이었는데 손님들이 하도 먹고 가게 해달라고, 아이들 조용히 시키고 먹고 갈게요 해서 키즈케어존으로 바꿨습니다."라고 했다. (정말 이렇게까지 애걸복걸해서라도 맛집에서 꼭 먹어야 하는 부모님들이 많을까? 내가 느끼기에 그렇게 무리하게 입장을 해서 먹어야 할 만큼의 맛도 아니었는데...)


남편이 더 발끈해 사장님은 가족 중에 아이 없으시냐고 하니 그다음 대답이 더 가관이었다.


"네, 저 아이 있고 저는 아이 데리고 다닐 때 늘 헤드셋 가지고 다니면서 헤드폰 아이에게 끼우고 식사합니다. 그리고 사실 저희 손님은 대부분 커플입니다." (업주의 말이 잘 믿기지는 않았다.(아이가 정말 있나?))

이렇게 얘기하며 맑은 눈의 광인을 시전 하길래 대화가 안 통할 거 같아서 그만하고 나왔다.


대답을 할 때마다 우리 가게 정책이니 너네 의견은 상관없다는 식으로 "아, 저희는 괜찮습니다, 눼에 눼에~ " 하며 빨리 내보내려 하는 태도여서 "아... 이 식당 리뷰 좋은 거 무기로 배짱장사하는구나..." 느낌이 들어 아래와 같이 네이버에 리뷰를 남겼다.



그랬더니 한 시간도 안되어 문맥파악을 전혀 못한 업주의 댓글이 달렸다.

문맥파악 제대로 못하고 무례하게 댓글 달은 업주의 행동에 어이없어하며 지인들과 이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도중에 업주가 또 글을 수정하여 올렸다.



여전히 댓글에는 마치 우리 가족이 안하무인으로 휴대폰 소리 높이고 식사하고 나서 계산할 때 왜 동영상 소리 켜서 못 보냐며 미친 듯이 컴플레인하는 사람들로 묘사되어 있었다.

(저렇게 바꿔 쓴다고 본인이 쓴 글이 일어나지 않은 일을 지어내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뿐더러 혼자 열폭해서 논외적인 얘기를 계속하고 있는 게 바뀌는 게 아닌데...)


업주는 본인의 식당도 공공장소라며 본인의 정책의 합당함을 운운하는데 지하철과 버스가 식당과 같은 용도로서의 공공장소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이가 없고, 아이에게 헤드폰 씌우거나 음소거로만 시청이 가능하도록 정한 업장의 정책이 모든 사람에게 합당하다고 본인 정책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것도 업주의 지극히 편협한 태도라고 본다.


본인들 주머니 불리기 위해 기본 2~4인분 주문하는 가족손님들은 받길 원하지만 정작 아이 의자는 한 개도 없고, 비행기에서 처럼 헤드셋을 비치하는 것도 전혀 없이 본인 입맛에 맞게 손님을 컨트롤하려는 게 이 무슨 위선적인 태도인지... 그러면서도 아이가 소리 내는 테이블에 엄청나게 눈치를 주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그럴 거면 남편 말대로 노선정리 확실히 해서 차라리 노키즈존으로 다시 바꾸던가, 본인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게 싫어서 장사 속 발휘하여 키즈케어존을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운영해야겠다 하면, 키즈케어존을 운영방침으로 삼는 다른 업체들처럼 본인 업장의 색깔을 확실히 하여(적극적인 고지) 본인 입맛에 맞게 손님을 걸러서 받을 수 있고 손님도 업장을 가려서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모두에게 합당한 조치이지 않을까?


본인이 운영하는 방법이 이율배반적인 것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의견을 컴플레인으로 둔갑시켜 버리니 정말 화가 많이 나는 게 사실이었다. 워킹맘임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되고 난 뒤에도 사회에서 받는 부당함이나 차별 같은 건 못 느끼고 살았는데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었다.


다 떠나서 업주의 정책이나 요청이 무리한 부탁인지 아닌지는 개개인의 생각과 기준이 다르기에 그 내용을 따를지 말지에 대한 선택의 기회조차 명료하게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건 본인의 잇속만을 챙기기 위한 이기적인 처사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보는 업주들이 있다면, 본인들 업장의 특별한 정책을 확실히 고지하여 서로 입장 곤란해지지 말고 소비자들에게도 방문 전에 업장을 선택 거르는 기회를 주길 바란다.

"우리는 키즈케어존 안내문구 읽으라고 줬으니 우리할 도리는 다했다. 얼마든지 싫으면 나갈 수 있다."라는 식의 얄팍한 수를 쓰는 야비한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 등의 휴대폰 앱에도 #노키즈존 #키즈케어존 #예스키즈존 등을 반드시 표기하고 가게의 특별한 정책이 있다면 반드시 고지하게 하여 고객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형태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 떠나서 인간적인 입장에서 묻고 싶다.

당신은 분명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아기였던 시절이 있었고, 천진난만하던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당신이 어린 시절에는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른들로부터 받은 예쁨이라던가 배려의 기억은 전혀 없었는지?

그때의 당신은 당신이 그리는 아이 손님들의 모습처럼 사리분별 확실히 할 줄 아는 애어른이었는지?

당신의 부모님들이 당신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러 간 식당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불편한 대우를 당하며 식사를 한다면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의 부모님들은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를 말이다.

마지막으로 노파심에서 하는 추측이지만 지금 당신이 '공중도덕'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한 그 키즈케어존 운영의 배경에 혹시라도 아이를 혐오하는 모습이 있는지를 말이다.




이 일이 일어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충격적 이게도 이 업장은 여전히 키즈케어존 내용을 인터넷에 고지하지 않은 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 내가 쓴 글에 혹, '공공장소에서 이어폰이나 헤드폰 끼거나 음소거 시청을 요구하는 게 무리한 부탁은 아니지 않나.' 이런 식의 댓글들은 키즈케어존에 대한 적극적인 고지를 강조하는 글의 문맥을 이해하지 못한 거라 생각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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