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lorsense Aug 30. 2023

현실부부가 되는 여정

어떤 느낌(고통)과 비교할 수 있을까?

내가 결혼 초기에 쓴 결혼 예찬론 01화 우리는 절친이자 부부에 누군가가 악플을 남겼었다. 기분이 나빠서 바로 삭제하긴 했는데 내용은 대략 "뭐 얼마 살아보지도 않고 좋다고 떠드네!" 이런 식이 었다.

그때는 악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악플이라기보다 거의 예언 수준인 것 같다.

어느 유투버님의 '갈린 레고론'이 웃프게 느껴지는 겨우 5년 차 부부이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었지만 이제야 조금이나마 부부의 위기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 같아서 이렇게 적어본다.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의 부부들이 있다. 

사이가 좋아서 모두가 화목하게 살면 참 좋겠지만 그 부부들이 모두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다들 각자의 현실과 사정들이 있어서 갈등이 생기고 균열이 생기고 때로는 각자의 길로 가기도 한다.


막상 내가 결혼생활을 해보니 진짜 생각보다 평탄한 나날들이 드물었다. 

나는 악독한 시월드 세계도 없고(물리적인 거리, 그리고 각각 부모님들이 우리 부부에게 바라는 상 같은 게 없음) 나의 배우자가 외도를 하거나 도박, 폭력, 불법적인 문제에 휘말리는 등 그런 상황적으로 부부 생활을 힘들게 할 만한 문제가 없었지만, 정말 순수하게 우리 부부 둘의 문제로 그렇게 잡음이 많은 그런 시간을 보냈다. 

정말 지난 결혼생활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한 번이면 족한 출산의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안에서 늘 불행한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함께 보낸 시간들이 즐거웠고 그 과정에서 사랑스러운 나의 아기도 내 인생에 함께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조율하는 과정은 정말 너무 아프고 힘들다. 그리고 서로의 생각과 말하는 방식의 차이가 너무 커서 목 터지게 싸우고 다시 잘해보자 으싸으싸 해도 다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실망감과 동시에 내가 한 결혼에 대한 결정에 대해 낙담하고 후회도 솔직히 했다.(~ing?!)


나의 경우는 문제가 있으면 빨리 해결하고 극복하자는 주의라 부부상담도 받아보고 개인상담도 여러 차례 받고 했었다. 그러나 본질적인 서로의 차이가 조율되지 않으니 소용이 없었다. 내가 원하는 개선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끝끝내는 체념의 단계까지 도달해서 룸메이트 만도 못하게 서로 말도 안 하고 지내며 오로지 '아이'라는 끈에 의지하여 하루하루를 사는 나날들도 있었다.

상담사에게서 나의 이 '열정적인 해결 본능'이 우리의 관계와 스스로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걸 알면서도 나 혼자 노력하고 아등바등 좋아지려고 발버둥을 쳐댔고 상대는 나와 같지 않을 때 느끼는 좌절감이 나를 갉아먹고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만 노력해서 뭐 하나?" 싶어 스스로 그렇게 노력하는 나를 놓아버렸다. "오로지 나와 나의 아이에게만 집중하자, 남편은 아이의 아빠로서만 존재하고 인정해 주자."라며 스스로를 토닥이며 지내왔다.


그렇게 스스로 '부부관계의 개선'에 대해 포기했다 생각하면서도 가끔씩 우리 이혼했어요, 쉬는 부부,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 등의 부부 관련 콘텐츠를 보며 다른 부부들은 어떤 갈등이 있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를 모니터링했다. 

정말 극심한 문제를 가진 부부들을 보며 참으로 어렵고 힘들겠다 공감이 가면서, 나도 '결혼의 종결'에 대해서 무수히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셈(수학적인 것 말고)을 잘하는 나로서는 그것이 최선이 아니었으며, 그런 현실적인 상황을 재고 따지는 것을 떠나서 내가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내 인생의 그림인가?"라고.

그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고 결국엔 내가 원하는 삶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너무 힘들고 아무리 좌절되는 상황이 와도(지긋지긋한 지경) 이혼을 할 것이 아니라면 결국은 서로 노력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게 다른 사람들도 겪고 있는 결혼생활이고 공식적으로도 강력한 힘을 가진 법률혼을 한 부부이니까. 


나는 '부부생활에서 발생되는 마찰'이 단기적이고 금세 해결되는, 결과 값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되도록 빨리 문제를 해결하여 결론에 도달하려고 하는 근시안적인 시점을 가지고 단거리 선수처럼 뛰었던 것 같다. 근데 막상 결혼생활을 해보니 모든 문제가 선/악으로 다 구별되는 것이 아니듯 부부사이에서의 갈등이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정말 다른 사람들의 말 그대로 '맞춰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라도 긴 레이스를 운영하는 마라토너처럼 다시 우리 부부생활을 꾸려나가 보려고 한다. 옛날분들이 말씀하는 것처럼 "어찌어찌 다들 참고 산다. 그러려니 해라. 그놈이 그놈이다." 이런 태도가 아닌 멀리서 떨어져서 문제를 바라보고 빗물에 깎이는 바위처럼 그런 수양의 과정을 실행한다고 생각하는 마인드를 가져보려고 한다.


'결혼'이라는 나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자세도 있지만 "결국엔 내 선택이 맞았다."라고 스스로 믿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앞으로의 결혼생활에 있어서 다시 마음의 중심을 잡고 단단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세상의 모든 치열한 부부들 오늘도 파이팅!!








매거진의 이전글 키즈케어존이라고 적극적으로 말해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