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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마레 Dec 15. 2023

난처한 협공, 미술 공동창작 플젝

천을 찢고 엮고 붙여 만든  액션페인팅?! ‘연결된 우리’

지독한 한 달이었다. 10월부터 11월에 걸쳐 한 달을 넘겨가며 매주 세 번 월, 수, 목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씩 매번 다른 직원 12명이 참여해 천을 찢고 잇고 붙였다. 즉각적인 완성이 이뤄지는 방식이 아니라, 작품의 기초가 되는 과정일 뿐이고, 지도해 주는 시각예술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기획의 제작방식을 작가들과 논의하고, 보고하고,물품을 구매하고, 필요한 공간을 구하고, 모객을 포함한 운영은 내 몫이었고, 다른 무엇보다 근무시간 한 시간을 빼서 힐링이 되는 미술 공동창작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권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회사에선 흔히 방송국 놈들… 에 비견되는 홍보실 놈들 아니던가 “

물론 흔쾌히 참여한 이들도 많았지만, 바쁜 업무 중에 시간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공간에 들어서면 마법처럼, 주어진 과업을 성실히, 때로는 창의적으로 하곤 하는 이들이지만, 책상에 앉아 보고서를 쓰고 있는 이들을 이곳으로 이끄는 일이 쉽지 않았다.

헌옷을 포함한 다양한 천들을 자르고 조합해 바느질해 엮어가는 과정을 통해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소통해갔다

지난 4월 지역의 예술인들과 기업을 매칭해 예술활동을 하는 프로젝트 공모에 ‘재미있겠다 싶어’ 신청서를 낸 것이 시작이었다. 예술인들은 정부로부터 활동비를 받고, 기업은 예술과들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예술활동을 하는 프로젝트다.


지역 내 5개 기업, 기관과 5인의 리더 예술인들이 사랑의 짝대기를 통해 매칭되었고, 원하는 기업과 기관에 이름을 적어 낸 참여 예술인들의 쪽지를 기업담당자가 뽑았다.


그렇게 만난 예술인들은 다채로운 경력과 내공을 겸비한 국악인, 연극연출가, 피아니스트, 2명의 시각예술인까지 총 5인. 이들 예술인들과 6개월 동안 조직 내 소통을 확대하고, 기업문화를 개선하고, 청렴도까지 제고하는 것이 과업이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난처한 협공이 맞았다. 난생 처음 하는 협업과 공연 말이다. 홍보, 기업문화, 청렴 업무 담당자들과 예술인들이 모여 수많은 논의를 거쳐 직원자녀 2명과 직원 10여 명이 참여하는 공연을 준비해 나갔다.


11월 중순, 타악 퍼포먼스, 연극, 합창, 현악이 어우러지는 공연 ‘소통하고 ISSUE 있슈?’를, 그리고 본사 전 직원이 참여하는 미술 공동 창작 프로젝트 ‘연결된 우리’를 진행했다. 200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자르고 엮어낸 천들은 작가들의 손을 거쳐 조합되고 붙여저 멋진 작품으로 거듭났다. 미술 작품은 협업 공연 중에서 퍼포먼스를 통해 소개되었다.



공동 미술창작 프로젝트 ‘연결된 우리’의 시작부터 전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했다.



그렇게 파티는 끝났다.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과 함께 이뤄진 협업은 우리의 작품 제목 ‘연결된 우리’처럼 우리가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프로젝트 덕분에 매년 지독히 앓던 가을이 언제였나 싶게 휘리릭 지나갔으며, 연극 연출가, 피아니스트, 국악인, 시각예술가, 영상예술가에 이르는 예술인 친구들이 생겨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찾아다니기에 바빠졌다.

김소형, 백다래&한국동서발전 직원들.. 연결된 우리, 2023년, 복합재료,  251x294㎝, 한국동서발전 본사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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