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터라이프 Oct 18. 2019

이제 떠나야 할 때...(2)

인생 2막. 나는 두렵지 않다. 

권고사직을 당하고, 나는 수백 번도 넘게 고민을 했을 것이다. 받아들일 것인가 말일가. 근데 그들이 제시한 조건은 무시할 수 없었고, 그 당시 나의 상태를 봐서는 받아들이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권고사직을 받아들였고, 퇴사 후 한 달이 지난 이 시점 나는 아주 잘 살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이번 정권에서 최저 시급도 많이 올라 내가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도 상당했고, 회사에서 제시한 패키지와 더 이상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 돌봄 비용들. 충분히 먹고살 수 있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나는 나의 아기가 내 눈에 보였고, 만질 수 있었고,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회사원이기 전에 먼저 "엄마"였다. 나의 아기는 이런 변화를 즐겼다. 이제 대화도 통할 정도로 자랐고, 엄마가 회사를 더 이상 안 가도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극도록 반겼다. 


남편과 내 아이의 지지가 나를 살렸다. 남편 내조도 이제 해 줄 수 있고, 방치해 두었던 집안일도 하나씩 하고 있다. 나름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소확행이란 말이 유행하지 않는가. 예전에는 스트레스받으면 나도 모르게 낭비벽이 너무 심해, 백화점에서 수백씩 긁어버리고, 투자도 함부로 하고, 돈도 많이 날리고, 엉망진창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감정을 잘 컨트롤할 수 있고, 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내게 정말 필요한 시간 같았다. 이제 내가 하고 싶었던 취미 생활을 하나둘씩 꺼내서 하고 있다. 그동안 참고 못해 봤던 것, 대낮에 영화도 볼 수 있고, 코인 노래방도 갈 수 있고, 그림도 그릴 수 있고, 춤도 출 수 있고... 컴퓨터 앞에서 8 시간씩 앉아 있던 삶과는 달랐다. 나는 나의 시간을 되찾은 것이었다. 낮에 스스로 한강도 산책할 수 있었고, 햇살을 바라볼 수 있는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청명한 가을 하늘... 얼마 만에 보는 하늘인가. 


나에게 직장 생활은 너무 버거웠다. 특히 워킹맘으로서 견딜 수 있는 한계까지 다 견딘 것 같았다. 나의 커리어.. 아깝지 않다. 이걸로 나는 다른 생을 살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전혀 다른 길을 탐색하는 중이다. 


너무 고민하지 않고 살아보고 싶다. 내 방식대로, 이제는. 

느리게 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Illustrated by me)


작가의 이전글 이제 떠나야 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