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이 주저하고 있을 때 먼저 행동에 옮겨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 너무 사소한 거라서 쓸까 말까 고민했는데요. 다른 사람들이 다 못하겠다고 하는 걸 혼자 용기를 내서 멋지게 큰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한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
이런 사소한 경험들이 모여서 제 인생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까 쓸 용기가 나더라구요.
제가 1달 전에 퇴사한 직장은 '메가존 클라우드'라는 회사예요. 기업들에게 B2B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데요. #메가존 클라우드는 올해 7월에 #일본 #이토추상사 계열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했어요. 이토추상사는 일본 5대 #상사 중 한 곳이예요. 일본에서는 #이토추 측에서 보도자료를 냈고, 한국에서는 메가존이 보도자료를 내기로 했는데요. 메가존에서 보도자료를 담당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어서 당연히 제가 해야 했어요.
이토추에서 먼저 일본에 기사를 냈는데 니혼게이자이 신문에도 실렸더라구요. 그쪽에서는 일본 정서에 맞춰서 보도자료를 냈으니 저도 한국 정서에 맞춰서 보도자료를 작성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한 임원 분이 일본에서는 큰 기업이 작은 기업보다 이름이 앞에 오는 게 예의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기자 분들이 기사를 내실 때 #기업 규모에 상관 없이 기사를 내는 주체인 회사가 앞에 나와요. 그래서 이 부분을 제 #직속 상사인 대표님께도 말씀 드렸는데 #한국 정서에도 맞으면서 일본에 실례가 안 되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임원 분과 #대표님 두 분 모두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으셨어요. 해결 방안을 찾는 건 온전히 제 몫이 된 거죠. 저는 언론사를 오래 준비해서 신문도 많이 읽었고 한국일보에서 인턴기자로 일하면서 기사도 여럿 썼잖아요. 그때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었어요. 국제부에서 기사를 내면 '트럼프 대통령이 ~~~ 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일 보도했다' 이런 문장이 맨 앞에 나오기도 하거든요. 외국 언론사 보도 내용을 인용하는 거죠.
일본에 이미 메가존과 이토추의 #합작법인 #설립 기사가 나왔으니 그 기사를 인용하면서 보도자료를 시작하면 한국 정서나 문화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이토추에 예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토추상사의 계열사 이토추테크노솔루션즈(CTC)가 한국의 최대 클라우드 관리 기업(MSP)인 메가존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 보도했다.
이 문장으로 #보도자료 첫 문장을 시작했어요.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언론사들도 많이들 인용하는 일본 신문사예요. 그래서 기자분들에도 어색하게 느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첫 문장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계속 이토추를 주어로 문장을 썼어요.
#최종 컨펌을 위해 대표님께 보도자료를 보여 드렸는데 엄청 좋아하셨어요. '아니, 이런 생각을 해내다니!'라는 표정으로 반짝이던 눈빛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저도 많이 뿌듯했어요. 별 건 아니었지만.
쓰고 보니까 이건 다른 사람보다 먼저 행동에 옮겨서 문제를 해결했다기 보다는 다른 사람보다 먼저 아이디어를 내서 문제를 해결한 거였네요. 기사들을 많이 학습한 제 스킬을 통해서요.
#최근 #마음 아픈 일이 있어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버겁고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의욕이 없었는데 이전에 이뤘던 제 작은 성취를 꺼내보니 그래도 마음에 평화가 오네요. 일할 의욕도 조금은 생기는 것 같고요. 블로그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