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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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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ilsang Mar 05. 2020

사파, 구름 위 작은 마을

깊게 낀 안개와 몰아치는 폭우 속에서 인도차이나반도 최정상 위에 섰다.

8월의 사파는 한겨울 바람보다 시렸다.     






자연에서의 삶, 순수의 땅 ‘사파’ 




산꼭대기 사파로 들어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았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오직 슬리핑 버스를 이용해서만 들어갈 수 있고, 버스로는 약 5시간을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다. 슬리핑 버스 내부는 총 3열로 이루어진 2층 침대가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제일 뒤에는 간이화장실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랜 시간을 버스에서 머물러야 할 승객들을 위해서 기사는 물 한 병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쿠키를 나누어 주었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몸 하나 간신히 누울 정도의 공간에서 벨트를 매고 몸을 젖혀 뒤로 누웠다.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면 휴게소에 도착할 수 있는 데 이곳에서는 간단한 식사와 화장실 정도를 다녀올 수 있고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나면 다시 사파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굽은 산길을 오르기를 몇 시간, 마침내 베트남의 작은 도시 ‘사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파의 상징, 사파 광장의 웅장한 선플라자



창밖을 내다보면 흙먼지를 가르며 질주하는 오토바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건물들 사이로 맛있는 음식들이 진열되어있는 모습들이 펼쳐졌다. 광장에는 장사하러 나온 아주머니들과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뛰어놀고 있었다. 구성원의 대부분이 관광객보다는 지역 주민으로 이루어진 곳, 아직은 개발과 산업화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그동안의 도시 생활에 지친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광경들이었다.


골목 사이사이에서 정취가 느껴진다

  


사파는 동남아의 스위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판시판 산’ 덕분이다. ‘판시판 산’은 해발 약 3.143m로 인도차이나반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그래서인지 올라가는 길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사파 광장의 썬플라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후 또다시 푸니쿨라(산악열차)를 이용해서 조금 더 올라가야만 도달할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할 때면 발아래로 베트남의 다랭이논을 볼 수 있는데, 층층이 쌓아 올린 논이 마치 우리나라의 계단식 논을 연상하게 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두 개의 문을 마주하게 되는데 하나는 판시판 산으로 올라가는 푸니쿨라를 타러 가는 문이고, 다른 하나는 공예품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마켓이 열려있는 썬월드 정원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다. 썬월드 정원에는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심어있고 소품 하나하나가 베트남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장식들로 가득하여 동화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쿠니풀라(산악열차)를 타고 드디어 구름위로 올라갔다.
 썬월드 정원은 나를 동화 '이상한나라의 앨리스'로 착각하게 했다.



인도차이나반도 최정상이라는 말에 걸맞게 판시판 산의 여름은 고지대의 영향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덥지 않은 기온과 흐린 날씨 탓에 판시판을 등반할 때는 반드시 여러 겹으로 옷을 입어 추위로부터 체온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호해야 한다고 한다. 여름이라며 판시판의 기세를 우습게 여긴 나는 반 팔 티셔츠에 얇은 난방, 샌들을 신고 등반했고, 결국 내려치는 비와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에 시린 여름을 맛봐야만 했다.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눈이 오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곳 ‘판시판 산’이라고 한다. 거센 바람과 뭉게구름 사이에서 맑은 하늘을 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날이 좋지 않을 때는 안전상의 이유로 케이블카 운행을 중단시켜 등반할 수 없다. 나는 운이 좋았다. 잠시 갠 날씨 덕에 푸른 하늘과 마주했고 뻥 뚫린 눈 앞에 펼쳐진 산봉우리와 구름 밑의 사원은 마치 신선이 된듯한 착각에 들게 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탁 트인 시야에 보태 날아갈 듯한 기분을 마음껏 만끽했다. 내 마음의 무언가 답답함과 걱정거리가 있다면 바람과 함께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판시판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신선놀음에 빠지게 하기 충분했다.



다시금 돌아온 사파 마을 광장에는 어둠이 내려앉았고 노트르담 성당*과 공원을 중심으로 가게들은 저녁 장사 준비로 한참이었다. CHỢ ĐÊM SAPA*라는 간판에 붉은 네온사인 빛이 들어오고 야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사파의 야시장은 낮에 본 골목골목의 풍경과는 또 달랐다. 퇴근길에 오토바이를 멈추고 식사 거리를 사가는 사람들과 구경 나온 관광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통바비큐 구이, 새우 꼬치구이, 개구리 꼬치구이, 감자, 만두, 그리고 각종 과일까지 종류가 많았지만, 추위에 떨며 등반한 나는 깊은 배고픔에 작은 가게에 들어가 딤섬과 볶음밥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불 켜진CHỢ ĐÊM SAPA, 사파의 밤이 시작되었다.








*CHỢ ĐÊM SAPA: 영어로 번역하면 Night Market SAPA라는 의미로 야시장이라는 뜻이다.

*노르트담 성당: 1930년대 돌로 지워진 사파의 가톨릭 교회

 -정식 명칭: NhàThờĐá Sapa

 -위치: Sapa Town, TT. Sa Pa, Sa Pa, Lào Cai 333100 베트남




하노이에서 사파 가는 길

· 사파 익스프레스 온라인 예약 | https://sapaexpress.com/en

· 사파 익스프레스 주소 | 12 PhốLý Thái Tổ, Lý Thái Tổ, Hoàn Kiếm, Hà Nội, 베트남

· 15:00 출발 | 약 5시간 소요

· 편도 USD18 (한화 약 21,000원)

     

사파에서 판시판 가는 길

· 사파 광장 선플라자 내 케이블카 이동

· 케이블카 왕복 VND75 (한화 약 38,000원)

· 푸니쿨라(산악열차) 왕복 VND10 (한화 약 5,14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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