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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남이 Jul 19. 2021

우량주의 성장

'기대'하니 생각나는 이야기

우량주(blue chip) : 수익성이 높고 성장성이 크며 자본 구성면에서도 안정적인 기업의 주식. 이중 어느 요소가 가장 중요한가는 시대에 따라 다르며 기업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여기 두 개의 인생이 있다. 하나는 좋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다수의 사람이 믿고 기대하는 ‘고평가 우량주’의 인생이고, 다른 하나는 잠재력 대비 상대적으로 기대가 낮은 ‘저평가 우량주’의 인생이다. (이하 고평가 우량주는 GO, 저평가 우량주는 JEO로 표시합니다.)


  GO는 어린 시절부터 ‘역시 잘하네, 잘할 거야, 걱정 안 한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성적도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 주변의 기대치를 근사하게 만족시킬 줄 아는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맞춰주었다고 하기에는 GO 스스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 믿었다. 다만 주변의 기대가 항상 앞서 갔기 때문에 무엇을 해도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잘해야 해. 잘하고 싶어.’라고 생각했다.


  JEO는 ‘할 수 있겠어? 걱정된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예체능을 하다가 이과로 전향을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JEO가 재수 없이 대학에 가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JEO는 보란 듯이 서울에 있는 공과대학에 합격했다. JEO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목격했고 그 일에 짜릿함을 느꼈다. JEO는 자신을 증명해 내야 하는 삶을 살았다. 한 편으로는 자유롭기도 했다.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을 때 조용히 실력을 쌓으면 되었다. ‘기대하지 않아도 좋아. 내가 보여주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GO와 JEO는 석사 연구원 시절, 매주 토요일 오전마다 선배들과 세미나를 진행했다. 건설적인 토론이 오가는 자리는 아니었다. 주로 선배가 후배의 결과물을 평가하고 혼내는 자리였다. ‘제대로 이해하고 실험한 거 맞아?’ JEO의 연구에는 의심의 질문이 많았다.  반면 GO의 세미나는 수월한 편이었다. GO는 때때로 대충 준비하고 적당히 얼버무려도 선배들이 곧잘 넘어가 주었다. 조금 지각을 하거나 실수를 해도 크게 혼나지 않았다. GO는 자잘한 일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는 JEO 보다 편안한 학교 생활을 했다.


  둘의 석사 졸업 논문 심사가 있던 날, GO는 모두의 기대에 걸맞게 발표를 잘 해냈다. GO에게 논문 심사 통과는 당연한 일이었다. JEO도 발표를 잘 해냈다. 더불어 기대 이상이라는 호평도 받았다. JEO의 고생을 모두가 치하해 주었다. JEO는 다시 한번 짜릿함을 느꼈다.


  그렇게 둘은 졸업을 하고 GO는 대기업에, JEO는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GO는 사원-대리-과장에 무난히 진급하며 차곡차곡 시간을 채웠다. 그럴싸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제 몫은 기꺼이 해내고 있다. JEO는 두 번의 이직을 통해 몸값을 성큼성큼 올려갔다. 첫 회사에서는 조기 진급을 했고, 그때 개발한 아이템을 기반으로 현재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GO는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 내는 주식으로, JEO는 짜릿한 고수익률을 보장하는 주식으로 성장했다.


  GO는 JEO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부럽고 신기하다. GO는 여전히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잘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JEO도 고민이 있다. 자신감은 때때로 동료와 트러블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나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둘은 자주 인생의 그래프를 겹쳐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의 곡선을 비교하다 보면 상대뿐 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고 독려할 수 있게 된다. GO는 어깨를 펴고 스스로를 고평가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JEO는 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JEO가 낯설고 더 넓은 무대에서도 다시금 자신을 멋지게 증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쨌든 우리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테니 기대를 걸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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