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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Aug 07. 2019

안녕 블루!

16과 26

오랜만에 친구 m을 만났다.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다.

내게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즐거운 추억이 중학생 때의 기억이다. 초등학생 때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병원에 오래 있다가 오랜만에 학교를 가니까 모든 게 낯설었다. 어느 무리에도 속하기 어려웠다. 겉돈다는 표현이 맞을까. 고등학교 친구들에겐 미안하지만 그때 나는 나답지 못한 모습으로 학교를 다녔다. 억지로 웃었고, 더 나를 감췄다. 졸업 후 몇몇은 알게 된 나를 삼 년 내내 교묘하게 괴롭혔던 한 아이 때문에도 더욱 친구를 사귀지 못하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각설하고 중학생 때는 적당히 공부하고, 즐겁게 지냈다. 그때 처음으로 친한 친구를 사귀었다. 그 친구들 중 한 명이 m이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다. 여전히 우린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살았고, 동네에서 만나기로 했다. m은 만나기 전 자신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 나는 버스에서 내리는 m의 뒷모습을 보고 직감적으로 그 아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걸음에 속도를 내어 그 아이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사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봤던 건 내 졸업전시였다. 자신의 학교 근처에 맛있는 타르트가 있다며 수줍게 건네던 날이 떠오른다.

내가 기억하는 m은 매사에 열심히인 친구다. 공부도 참 잘했다. 수업 중간에 문득 그 아이를 보게 될 때면, 순한 웃음기는 온데간데없고 정말 눈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 아이를 보면 나도 더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학에 붙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도 나는 무척 기뻤다. 나는 그 아이가 열심히인 걸 아니까.

몇 년 전 나의 졸업 전시에서 내 작업을 허리를 굽혀가며 살피는 그녀 모습에서 나는 중학생 때 m의 모습이 보여서 살짝 웃음도 났다. 다시 돌아와 넓은 범주를 오가며 대화를 나누다가 m이 살짝 뜸을 들였다.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 수 있는 곳에 취업을 했다는 것이다. 첫 출근을 기다리는 그녀는 취업 준비 중인 내게 차마 말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나는 또 마음속으로 웃었다. 그녀가 멈칫한 배려가 어떤 마음인지 알기에. 나는 또 너무 기뻤다. 그녀가 얼마나 노력했을지 알기에.

그래도 몇 번의 경험이 있다고 m 앞에서 마음을 마음에 두지 말고 일하라며 조언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생각한다. 나의 좋지 못한 경험이 새로운 시작을 앞두는 사람에게 너무 힘 빠지는 말 아니었나 하고. 사실 그 말은 내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m은 똑 부러지는 친구라서 걱정이 안된다. 나는 아직도 마음이 조금은 물러서 그 말은 내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러지도 못하면서.

m과 나눈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내 진심은 단연 이거다. m이 경험하게 될 날들이 덜 힘들었으면 좋겠고, 덜 불편했으면 좋겠다. 오늘 m과 같이 오래도록 좋아하는 연예인의 노래를 나눠 듣고 싶었는데, 그럼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러지 못했다. 다음번 만남에는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좋은 소식 하나 들고 나갈 테니! 서로의 기쁜 일 앞에서 뜸 들이지 않고 마음껏 축하만 했으면 좋겠다. 근데 m, 너 그거 아니, 나 고3 입시 가군, 나군 떨어져서 혼자 엉엉 울고 있었을 때도 네 소식엔 진심으로 기뻤단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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