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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작가K Dec 08. 2023

17화: 반전의 그녀, 김새벽을 만나다

+ 아침을 여는 김밥카페, 김모닝

내 주변에 가장 가깝고 자주 만나는 5명의 평균이 바로 '나'라고 한다. 나는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어떤 사람들과  자주 이야기를 할까?


나는  긍정적이고 활기차다. 누구보다 씩씩하고 도전적이며 자신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모두 내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들의 걱정거리, 불만, 우울을 들어주고 나면 나의 에너지가 바닥이 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모든 것을 해야 하는 것 마냥 그렇게 살아왔다.

나도 먹고사는데 급급한데......


"그거 병이야"

"병?"

"응 아주 나쁜 병, 잘 안 고쳐져, 나도 꽤 오랫동안 그 병에 걸려있었지"

"무슨 병인데?"

"착한 병 "


내게 도움을 청한 사람은 다 도와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맞을 테지. 그래서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나서야 혼자 불타 없어지는 촛불 같은 존재처럼 나는 이런 일상이 반복되어 있었다. 한 번도 착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힘껏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그러다 보면 세상이 조금은 꽤 살만한 곳이지 않을까 해서였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은 온통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천지였다. 하지만 그들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새벽언니는 내게 처방전을 주었다.

"주영아! 뭘 바꾸려 하지 마 이게 너야. 그냥 너답게 그냥 그대로 살아.  다만 한 가지 원칙만 지켜. 모든 사람에게 다 친절해야 할 필요는 없어. 특히 너를 이용하거나 갉아먹는 존재들에게까지. 그것만 지키면서 너답게 살면 돼"


"남의 감정 쓰레기통까진 되지 마렴"


어쩌면 새벽언니가 내게 나타난 것, 이상한 일이었다. 작년 가을, 새벽언니는 자주 가던 김밥집에 가지 않고 아침에  낯선 구석진 내 가게로 온 것부터가 인연이었다. 그녀는 딱 봐도 작은 체구에 야리야리했는데 조용히 앉아 김밥을 9줄이나 시켜서 혼자 먹었다. 우리 집 꼬마김밥은 그냥 꼬마가 아닌 사이즈가 매우 큰  꼬마김밥이라 양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더욱 특이한 것은, 보통 매장안쪽을 바라보고 먹는데 그녀는 달랐다. 나를 배려한 듯 바깥쪽을 보면서 먹고 잇었던 것이다. 그때 마치 뒤통수에서 이상한 후광? 이 비쳤다. 뭐가 씐 건가?


갑자기 말을 걸고 싶었다. 그리고  첫마디를 뗀 후 이를 시작으로 반 미친? 사람처럼 내리 2시간을 떠들어댔다. 바닥을 친 순간, 고통스러운 순간들, 빚이야기,,, 고민을 이 미스터리 한  여자에게 털어놓았다. 그냥 방언처럼 터져 나왔다 내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내 성격에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후련해졌다.


그게 새벽언니와의 만남이었다.





알고 보니 이 야리야리해 보이는 여자! 새벽언니는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반전의 연속이랄까?

어리나이에 28개국을 세계여행한 것도 그렇고, 16년 동안 군장교인 것도 그것도 한국, 미국, 레바논 파병, 공수훈련을 받은 사람이란 것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거기다 3년 동안 통역도 해서 영어도 수준급이다.


한때 빚을 진 마이너스 인생에서 독하게 일어서서 맨바닥에서 일어나 건물주가 되었고  지금은 전업투자를 하면서 강의도 나가고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처럼 독립적이라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나와 신기할 정도로 닮았다. 마치 도플갱어처럼...


그날 이후, 나는 많은 것이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이다. 언니의 조언대로 낙후된 동네에서 과감하게 이사를 왔다. 아이들이 밝아졌다. 움츠려있던 아이들도 밖에 나가기 시작했다. 덩달아 힘이 났다. 더욱 신기했던 것은 더 이상 나에게 부정적 감정을 쏟아내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뚝 끊겼다. 억지로 밀어내지도 않았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게에 와서 욕을 하고 넋두리를 풀어내던 사람들이 점점 사라졌다. 자연스레 주변 정리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에 묵혀놨던 꿈들도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새벽 그녀와 이 작은 김밥가게를 함께 키워보기로 했다. 이는 내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 사람들이 김밥이 맛있다고 가맹문의를 자꾸 물어오는 것도 그랬고, 동네 작은 김밥 하나로 그냥 머물고 싶진 않았다.


이상하리만큼,,,,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이 방향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알고 보니 언니가 20년 전 영국에서 유학시절, 김밥을 팔아보고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언니의 엄마도 서울 모 백화점에서 10년 동안 김밥장사를 한 것도 그렇고... 이건 우연치고는 너무나 드라마틱하다.


"뭐. 해보자. 돈도 없고, 백도 없지만, 언제는 우리가 뭐 하나 제대로 있었던 적이 있었냐"

"그래, 혼자는 외롭고 힘든데 둘은 할 수 있어"

" 그래해보자! 우리만의 브랜드를..."


그리고 어느 날, 새벽언니는 우리의 이야기를 그녀의 sns와 브런치라는 곳에에 담기 시작했다. 그게 '아침을 여는 김밥카페, 김모닝'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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