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근 15년을 근무한 언니가 심각한 얼굴로 왔다. 그녀는 15년 차로 평소 월급과 수당으로 350만 원에서 400만 원을 버는 언니다.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닐 테지.
"주영아! 이거 장사해서 얼마나 벌어?"
"언니는 얼마 벌 것 같아?"
"글쎄. 100만 원? 200만 원?"
" 음 그럴 수도 있고 그보다 못 벌 수도 있고, 더 벌 수도 있고"
"그런 대답이 어딨어? 그래도 평균이란 게 있을 거 아냐?"
"언니 유치원 출근시간이 어떻게 돼?"
" 보통 8시~6시지. 근데 출근준비하고 그러면 집에서 7시 전에는 나와야 하고 야근이 많으니 9시, 10시, 11시.. 뭐 주말에도 나가고 그냥 당면한 일이 많으면 그냥 주말, 공휴일 선생님들은 쉬어도 나는 보통 나오지. 그렇게해서 버는 돈이 그 만큼이야"
근 15년을 원장으로 일한 언니는 이미 5년 전부터 몸이 너무 많이 망가졌다. 여기저기 고장이 나도 직책 때문인지 본인 성격 때문인지 병원 한 번을 시원하게 못 갔다. 이제는 그래도 이만큼 주는 데가 어딨어하면서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다. 내가 일어서는 모습을 몇 년간 묵묵히 응원하며 지켜주던 그 사람이다.
"그럼 언니가 김밥장사를 한다고 해. 얼마를 벌면 만족할 것 같아?"
" 글쎄, 월세내고 한 100만 원?"
"ㅋㅋ 그래? 진짜 100만 원이면 돼? 그럼 우리 직원으로 100만 원 받으면서 한번 일해볼래? 나중에 마음 변할걸. 처음엔 그렇게 소박하게 시작해서 몇백만 원으로 올라가더라고. 그리고 또 장사가 안되면 아~ 월세랑 내 인건비만 건지고 싶다~ 이렇게 바뀌고...
이렇게 365일 바뀌어. 사람 마음이란 게 그래"
장사를 시작하면서 내가 목표한 금액이 있다. 나는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절대 목표를 낮게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얼마를 벌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일반적인 유치원 교사의 월급으론 절대 3억의 빚을 갚을 수 없다 것뿐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내가 한만큼 결과가 나올 수 있는 ' 장사'였다.
난 장사에 대해 1도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3년간 프랜차이즈(이후 승계), 3년간 내 가게를 운영하면서 점점 쌓여갔다. 맨 처음 시작한 프랜차이즈 가게, 지역도 좋지 않았고 위치도 너무나 나빠 혼자서 1일 평균매출 60~80만 원을 벌기까지 2년 반이 걸렸다. 하루 10~15만 원 벌 때도 있었고 그보다 못해 마음고생한 게 참 많았다.
프랜차이즈 기준 보통 재료비는 40~45퍼센트가 나간다. 그리고 거기에 월세, 공과금, 카드부가세, 로열티등을 제외하고 순수익은 확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 각종 달마다 나가는 정수키, 키오스크등 각종 렌탈비용도 고정지출이다. 그렇게 하여 나온 일반적인 김밥 프랜차이즈의 ' 정보공개서'에 나온 순 마진율은 평균이 15프로이다.
그렇다면 점주의 입장에서 줄일 수 있는 것은 명백히인건비, 임대료, 재료비의 일부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재료는 프랜차이즈의 품목을 써야하기 때문에 가장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은 인건비와 임대료!
그래서 점주가 함께 일을 할 경우 풀오토(내가 일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고용할 경우)보다 인건비만큼의 수익을 더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 예시는 대한민국에서 대표적인 김밥 프랜차이즈 두 곳의 ' 정보공개서'이다. 모두 풀오토 기준일 때도 안정적으로 200~300 이상 벌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런 것을 고려했다 쳐도 어쨌든 남을 쓰지 않고 내가 일한다면 충분히 순마진, 수익이 500~600만 원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물론 지역과 내 가게의 위치, 영업시간, 주인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만큼 버는데 왜 폐업을 하겠는가?를 생각해봐야 하는것
결국, 내가 선택한 것들과 나하기 나름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평균적인 사람인가? 그 이상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평균에도 못미치는 사람인가?
나는 평소 내가 하는 행동, 습관은 다른 일을 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남의 밑에서 월급을 받던, 내가 사장이되어 장사를 하든 똑같다. 월급 받으면서 평균적으로 했던 사람은 사장이 되어서도 평균적으로 할 가능성이 많다. 월급 받을 때도 항상 적극적인 사람은 내 장사를 하면서도 적극적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잠시뿐이다.
그래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고쳐쓰는거 아니다 라는 말이 나왔을지도.......
어쩌면 기업에서 인턴, 직원을 뽑을 때 학교 성적, 전 회사 퇴사사유등을 묻는 이유도 동일하지 않을까? 어차피 신입은 새로운 일이라 다 가르쳐야 한다. 예전에 나는 취직하는데 왜 자꾸 학교성적을 보냐며 입을 삐쭉거린 적이 있었다. 솔직히 학창 시절 나는 노느라 바빠 공부를 그리 잘하진 못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성적이 좋았다는 것은 학생신분에서 성실히 공부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성실성이나 본인의 특유 성향은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솔직히 매장이 클수록 , 메뉴가 많을수록 1인 운영은 어렵다. 그렇게 되면 사람을 무조건 써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화장실 한 번을 제대로 못가 방광염을 달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 정도 되면 결국 무엇을 선택하는가? 의 문제이다.
내가 가져가는 순이익을 높일 것인가?
나의 시간과 노동력을 줄일 것인가?
내가 초반 프랜차이즈를 했을 때, 이 분야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엄마와 같이 시작하였다. 덕분에 순 마진은 성수기 기준 800만 원~1000만 원 이상, 비수기도(보통 11월~12월) 500~600만 원 이상을 올릴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자리가 좋지 않아 잡는데 시간이 걸렸고(2년 반) 나는 엄마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 더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다른 인건비가 나가지 않고 월세가 압도적으로 저렴했기에 나는 저기 나온 표보다 내가 들였던 초기비용을 매우 빨리 회수하였다. 자리가 좋았으면 더 빨리 회수했을 것이다. 당시 프랜차이즈 창업에 들인 금액은 총 7000만 원이 넘었다.
하지만, 내 개인 매장을 할 때( 나는 처음부터 인건비를 쓰지 않기로 다짐했다)는 나 혼자 운영하니 엄마와 함께 할때보다 확실히 매출이 줄었다. 홀에 오는 손님을 받으면서 배달, 포장을 혼자서 하기엔 무리라 들어오는 배달을 거절하기도 했다.
아침엔 새벽부터 시장을 매일봐야 했다. 모든 공급업체 계약은 내가 직접 해야 했으며 재료 수급부터 유통도 내 두발로 알아봐야 했다. 그래서 그렇게 발품을 팔았더니 매출은 줄었으나 순이익은 확 올라갔다.
다만 프랜차이즈를 할 때보다 신경 쓰는 게 많았다. 돈은 얻었으나 살은 20킬로가 넘게 쪘으며, 매일 잠이 모자라 눈 시림으로 매일 눈뜨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아직 좀? 어린데 다크서클 내려와 화장으로 짙게 가려야 했다. 또한 그리 친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친구들도 찾아왔다. 통풍과 손목 터널 증후군으로 장사가 안될때 더 심해지는 이상한 녀석들이다.
프랜차이즈와 개인매장 모든 게 다 장단점이 있다. 이 역시 선택의 문제다.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나는 빚과 내가 처한 상황 때문에 생각할 여유, 선택의 기회조차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