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쁜 꼬마 자매가 들어왔다. 그 뒤로 아빠로 보이는 사람이 말없이 들어와 키오스크로 주문을 했다.
"어서 와~ 이쁜이들. 아줌마가 오늘은 뭐 줄까?"
너무도 밝은 두 자매는 까르르 웃으며 말한다.
"김밥도 먹구요, 어묵도 먹을 거예요"
" 기분 좋아 보이네~~ 오늘 아빠랑 어디 가니? "
그때 동생으로 보이는 6살 꼬마가 말한다.
"네. 우리 놀이동산가요. 아빠랑. 근데 엄마는 하늘나라 가셔서 같이 못 가요. 그래도 재미있게 놀다 올 거예요."
갑자기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엄마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이 어린아이를 보며 아빠의 얼굴과 언니의 반응, 그리고 그 아이의 얼굴을 나도 모르게 다시 확인한다.
빨리 화제를 전환하고자 아빠와 좋은 시간 보내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계속 이어서 말을 한다
"우리 엄마는 되게 이뻤어요. 근데 많이 아팠어요. "
갑자기 내 눈시울이 슬슬 붉어짐이 느껴졌다. 애를 써서 가라앉히려고 할 때, 아이 아빠가 계산을 하면서 말한다.
"2년 되었네요. 여자애들이라 그런지 애들이 커가니, 아내의 빈자리가 점점 더 느껴지네요" 하며 엷은 미소를 띤다. 아마도 내가 불편해할까 봐 미리 말을 해주는 것이리라....
주방에서 음료수 몇 개를 챙겨 와서 김밥 먹을 때 같이 먹으라고 챙겨드렸다. 그 뒤로도 꼬마손님들은 종종 왔다. 아이들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것도 당황하지 않게 되는 거리가 형성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지혜로운 답변을 할 수 있을까. 똑똑한 답변이 아닌 지혜로운 상황응대와 답변을 고민하게 하는 날이었다.
+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
하루는 바로 앞에 있는 빵집에서 그만하고 나간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도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는 가게라 서로 힘내라고 이용을 해주던 사이였다. 김밥을 사러 오는 손님들에게도 종종 저기 빵집 괜찮다고 이용해 보라고 권하기도 하면서 서로 잘 되길 바랬는데 아쉬웠다.
그런데 옆 건물주로부터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빵집이 업종을 김밥으로 바꾼다고 한다. 그것도 큰 김밥이 아닌 꼬마김밥으로....
가만 보니 근 한 달간 앞에서 앞집에서 김밥을 참 많이 시켰다. 나는 단순히 그냥 밥 하기 싫어서 그러나 보다 했다. 부쩍 도마는 어디서 사고 재료준비하는데 시간, 이런 세부사항들이 그냥 관심이 있나보다 했느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 아 그래요? 제가 어쩔 수 있나요? 하신다면 하는 거지...."
라고 무심하게 툭 뱉었지만, 속은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어. 그건 좀 아니지 않냐고. 10미터 앞 바로 코앞이 김밥집인데.... 그것도 동네장사에서 그럼 안되지라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빵가게는 김밥가게로 업종을 바꾸진 않았다.
하지만 그해 겨울, 한동안 우리 어묵탕을 계속 시키더니 결국 어묵을 개시했다. 어묵개시 이틀 전, 그녀는 나에게 레시피를 물어보러 왔다.
" 자기, 어묵탕 끓일 때, 소스 어디거 써?"
"저는 시제품 안 써요 사장님. 그래서 재료준비하느라 매일 새벽에 나와요. 왜요?"
그녀는 나의 물음에 얼버무리고 그냥 가게를 나섰다. 그러나 보다 했다. 이틀 뒤,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묵을 개시한 것이다. 그녀는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어묵을 돌렸다.
아마 오고 싶어도 불편해서 못 온 것이겠지.....
+ 여기 레시피, 사장이 줄 거야
저번 3만 원 외상사건의 주인공이 다른 한 아주머니를 데리고 가게에 왔다. 김밥을 내어주고 10분쯤 지났을까? 말하는 내용이 김밥을 말면서도 계속 신경이 쓰인다.
"여기 김밥 맛있지? 그러니깐 내 말대로 해. 여기서 레시피를 배워서 다른 곳에 오픈을 해. 그리고 내가 이거 소개해줬으니 나에게 수익을 일부 주면 되는 거야"
"응 생각보다 할만하겠어. 근데 레시피는 어떻게 해? "
"응 여기 레시피, 사장님이 줄 거야 그렇죠 사장님? 그니깐 배우면 돼"
나는 김밥을 싸다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영업노하우를 그냥 주라고? 잘못 들었나?
"에이~그냥 레시피를 주는 게 어딨어요. 영업비밀인데~~~"하고 웃으며 받아쳤다.
"뭐, 같은 곳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그냥 알려줄 수 있잖아~"
"아유~그러는 게 어딨어요. 그래도 나름 제 노하우예요."
그녀는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유세를 떤다고 하고 가게를 나갔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진짜 별것도 아닌 걸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나도 다른 집에서 레시피를 받거나 배우면 그 배운 값을 치르는데 그게 그렇게 쉬운 것일까?
장사를 하면서 매일 같은 일상인데, 매일이 새롭다.
나와는 외형부터 생각까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직도 나는 절반도 제대로 못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장사가 잘 되든지 안되든지 , 자리가 좋든지 안 좋든지, 결국 주인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평소에 하는 말이라고 믿는다.
+ 진짜 말하는 대로 되는데?
"사장님 여기 장사 잘되죠?"
"잘되긴요. 다들 어렵듯이 그냥 하는 거죠"
항상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나는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잘 안되면 잘 안된다고 하기도 그렇고 간혹 잘되면서도 '장사 안된다. 죽겠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흔한 레퍼토리가 있지만 진짜 그렇게 될까 봐 그렇게 돌려 말한 것이다.
그래서 장사란 것 하면 할수록 어렵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언니가 말했다.
" 잘된다고 말하기 그러면 이렇게 해. 감사하게도 기본은 한다고...."
장사가 안 되는 날도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바꾸기 시작하니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점심때 손님들이 거의 안 오더라도 저녁에 와서 그날 매출을 올려주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