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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린레이 Jan 27. 2024

<책 읽고 글쓰기> 리뷰: 를 읽고 글쓰기

나민애의 <책 읽고 글쓰기>(2020) - 브런치 재정비의 계기


미디어: 책

제목: 책 읽고 글쓰기

지은이: 나민애

출판사: 서울문화사

출간연도: 2020

페이지: 221p



최근 들어, 리뷰 글을 깔끔하게 작성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가끔 눈팅하던 독서 커뮤니티에서 '글쓰기'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보았다. 글 쓰는 데에 <책 읽고 글쓰기>가 그렇게 도움 된다는 추천 글이 최근에 엄청 올라와 있었다. 알고 보니 최근 커뮤니티 관리자가 <책 읽고 글쓰기>를 추천했었던 것이다. 결국 추천 글들에 홀려 <책 읽고 글쓰기>를 도서관에서 빌리게 되었다.


지은이는 서울대학교에서 글쓰기 강의를 가르치고 있는 나민애 교수이다. 학교 내에서 가장 있기 있는 서평 특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역량과 경험이 아주 풍부해 보였다. 예상한 것과 같이 2007년부터 매년 최소 200명 이상의 학생들의 글을 첨삭해왔다고 한다.


<책 읽고 글쓰기>를 출판하게 된 이유는 첫 머리말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펜은 하나여도 그 펜을 함께 잡는 손은 두 개일 수 있다... 이 책은 서평 쓰기를 할 때 당신의 손이 외롭지 않도록, 나아갈 방향을 모르지 않도록 함께 잡아드릴 것이다. 

서평 세계의 가이드가 되어줄 책이었기에 1. 서평의 정의 및 구분 2. 구분 별 서평의 특징 3. 실전 서평 꿀팁과 같은 3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의 목적은 브런치의 리뷰 글을 깔끔하게 작성하고 싶었던 것이기에 적절한 분량의 서평인 중형 서평에 집중하였다.


<책 읽고 글쓰기>를 읽고 나서 내 브런치를 재정비하게 되었다. 제목이랑 앞부분만 조금씩 바꾸었다. 자그마한 수정이었음에도 '리뷰 글을 더 잘 쓸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하지만, 작품들의 내용이 기억에서 흐릿해져 원 글보다 잘 쓸 자신이 없어 본문은 건드리지 않았다. 앞으로 잘 쓰면 되지 뭐. 그래서 잊어버리기 전 <책 읽고 글쓰기>에서 꼭 기억하면 좋겠다는 것들을 요약해두려 한다. 글이 막힐 때마다 다시 와서 읽고 추진력을 얻을 수 있도록.


서지를 꼭 쓰세요

서지사항은 반드시 그리고 구체적으로 달라고 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리뷰 대상의 제목만 적어 놓았고 가끔가다가 지은이, 감독 혹은 제작사 이름을 달았었다. <책 읽고 글쓰기>에서는 절대로 디테일하게 적어 두라고 강조 또 강조를 한다. 처음 이 문구를 보았을 때 '에이, 서지를 누가 읽어? 제목만 있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며 <책 읽고 글쓰기>를 계속 읽어 나갔다. 나민애 교수는 서지사항을 기록해 두는 것이 독자뿐만 아니라 글을 작성하는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책 서지사항을 물고 늘어지면 뭔가 항상 '쓸 거리'가 나온다.


반신반의하며 브런치에 있는 모든 글에 서지사항을 달아보았다. 책은 형편이 나은데,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작품정보를 찾으려고 하면 여러 사이트를 한꺼번에 활용해야 해서 매우 귀찮은 작업이었다. 그런데, 서지사항(게임과 애니메이션은 작품정보)을 찾고 작성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작품의 특징이나 작품에 대한 의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 같은 경우에는 원제목이 다른 경우가 있어 왜 이렇게 옮겨왔을까라던지, 왜 하필 이 출판사를 택했을까 등의 생각이 떠올랐다.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감독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최근 재밌게 보았던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는 트리거의 요시나리 요우 감독이 담당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내가 굉장히 즐겨 보았던 <그렌라간>이나 <킬라킬>도 요시나리 요우 감독의 작품이었다. 특히, 요시나리 요우의 정보를 찾아보니 '요시나리 폭발'이라는 명칭이 있을 정도로 연출 기술이 독특하다고 한다.


이렇듯 서지사항과 작품정보를 찾다 보니 아쉬움이 많이 생겼다. 리뷰 글을 좀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의 수정은 힘들고 귀찮아서 내버려두었다. 대신 앞으로의 작품들의 리뷰들은 서지의 도움을 받아보려 한다. 사실, 나민애 교수의 서지사항 작성명령 중 지키지 못한 것이 있다. 제목에 꼭 지은이나 제작자의 이름을 넣으라고 한 명령이다. 브런치는 제목 글자 수 제한이 있어서 지은이를 넣게 되면 무조건 제한에 걸렸다. 서지사항의 마법을 본 나는 어떡해야 하지 하며 고민을 많이 했다. 고심 끝에 그냥 지은이는 빼기로 했다. 브런치 측에서 제목 글자 수 제한을 늘려주면 그때 넣도록 해야겠다.


핵심적 한 방은 20~30% 정도에서

나민애 교수는 블로그 서평의 기본 조건 3가지를 제시하였다.

너무 길면 안 읽힌다

너무 어려워도 안 읽힌다

핵심적 한 방이 있어야 한다

나도 굉장히 공감하는 기본 조건이었다. 나의 2019년도 글들을 보면 1~3번 싹 다 위배하고 있다. 2022년도부터는 1~2번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어 좀 나은 편이다.

 

그런데, 3번 조건은 아직도 너무 어렵다. 글의 핵심적 한 방을 빨리 드러내줘야 한다는 걸 머릿속으로는 이해하고 있다. 근데 그게 쉽지가 않다. 내가 편한 글쓰기는 bottom-up 형식이기 때문이다. 나무가 성장하는 것과 같이 기초적인 정보들을 먼저 제시하고 기둥을 만든 다음 나뭇잎으로 대미 장식. 나무를 키운 입장으로써는 아주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뿌리부터 제시하는 것은 읽기 어려운 글이 된다. 읽기 쉬운 글은 top-down 형식이다. 나뭇잎을 먼저 제시해 독자들 이목을 끈다. 그리고 '나무가 이렇게 푸르른 이유는 기둥과 뿌리 덕분입니다!'가 되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는데 실천이 잘 안 된다. 글의 매력 포인트가 안 보일 때마다 '핵심적 한 방'을 되새기면서 더 좋은 글이 되도록 노력하려 한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오랜만에 읽어보았다. <책 읽고 글쓰기>를 통해 글의 구조를 다시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서지사항에 대한 내용은 아예 모르고 있었다. <책 읽고 글쓰기> 덕분에 굉장히 귀중한 보물을 발굴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이 책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은 글의 구조뿐만이 아니다. 독서를 하는 마음가짐, 문장 구성 방법, 서평에 대한 자신감 등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는 책이다. 그중에서도 나민애 교수는 책 중간중간 자신감을 계속 심어준다. 나민애 교수는 '쫄지 마라'처럼 눈앞에서 말해주는 것과 같은 문장으로 읽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나는 글 쓰는데 두려움은 없어서 슥슥 넘어갔지만, 글을 막 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의지가 되었을 것 같다. 블로그를 막 시작하고 싶거나 리뷰 글을 작성해보고 싶은가? 아니면 글이 잘 써지지 않는가? <책 읽고 글쓰기>로 교양수업을 하나 들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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