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끝에서 만난 출근길

자유와 소속 사이에서

by 다결


며칠 전 쿠팡플레이에서 영화 인턴을 다시 보았다. 개봉한 지 꽤 오래된 영화지만, 지금 만들어진 작품처럼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아마 1년에 두 번쯤은 보는 영화일 것이다. 특별히 애정해서라기보다, 편하고 가볍게, 감정 소모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묘미는 반복해서 볼수록 새롭게 보인다는 데 있다. 매번 같은 장면, 같은 대사를 보는데도 그때마다 다른 의미가 다가온다. 어제보다 오늘의 내가 조금 더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인지, 영화가 건네는 감정도 늘 새삼스럽다.


극 중 70세 은퇴남 벤 휘태커는 30대 여성 CEO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회사에 시니어 인턴으로 지원한다. 면접에서 흔히 묻는 지원 동기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프로이드는 이렇게 말했죠. ‘사랑과 일, 일과 사랑. 그게 인생의 전부다.’
사랑하는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나는 은퇴한 지 꽤 되었어요. 한동안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자유를 만끽했지만, 결국 매일 정기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 대사는 예전에도 인상 깊었지만, 이번에 유독 마음에 남은 이유는 자유를 충분히 경험한 사람이 다시 소속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흔히 자유를 꿈꾼다. 일을 그만두고, 책임에서 벗어나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살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벤의 고백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진짜 자유를 경험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 우리에게는 ‘매일 갈 곳’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자유와 소속은 서로 반대편에 있는 개념처럼 보이지만, 실은 둘 다 삶에 필수적이다. 자유만 있으면 우리는 표류하고, 소속만 있으면 숨이 막힌다. 벤이 찾고 있던 것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속이 있기에 자유라는 가치가 더 또렷해지기도 한다. 일정한 규범과 책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해방을 갈망하고, 그 갈망이 자유를 의미 있게 만든다.


벤이 말한 ‘정규적으로 매일 갈 곳’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내가 필요로 되고, 내 존재가 의미를 갖는 자리다. 은퇴 후의 세계 여행은 그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공허함도 안겨주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소속 안에서 누리는 자유인지도 모른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이 무겁게 느껴질 때조차, 그곳에 내가 기여할 일이 있고 함께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삶에 리듬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그 리듬 속에서 우리는 진짜 휴식과 진짜 자유를 배운다.


영화 인턴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자유롭고 싶어 하는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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