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궁금하게 만드는 목소리를 가진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일곱 번째로 소개할 아티스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목소리의 김사월 님이다. 뭔가 김사월 님에 대해 얘기할 때에는 꼭 '님'을 붙여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아티스트라 그런 걸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내 주변 지인들도 김사월 님의 노래에 대해 얘기할 때는 꼭 조심스럽게 사월님, 하고 얘기하는 걸 보면 그런 이유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김사월 님의 노래에서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목소리이다. 대다수의 인디 음악가들이 그렇겠지만, 김사월 님의 목소리는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어떤 블로그 리뷰에서 김사월 님의 목소리에 대해 "나이가 궁금해지는 목소리"라고 얘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너무 오래전에 봐서 어딘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말보다 더 적절하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물론 단순히 나이가 궁금해지는 목소리라는 말이 아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목소리이다. 그러니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목소리였다.
사월님의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프로듀서이자 솔로 아티스트인 김해원 님도 "밝음 속에 어두움이 있다"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고 한다. (김X김 듀오와 김학선 님이 함께 한 인터뷰인데 굉장히 흥미롭다! 호기심이 생긴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인터뷰 기사를 읽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프로듀서와 가수가 함께하는 인터뷰이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 매력이 돋보이는 앨범이 바로 <수잔>이라고 생각한다. 수잔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앨범은, 노래 하나하나도 매력적이고, 앨범 전체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텔링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디지털 싱글 컷이 당연한 지금, 앨범으로 하는 스토리텔링과 김사월 님의 '어딘가 사연 있는 목소리'가 합쳐지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떤 노래를 가져와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첫 번째 트랙으로 되돌아갔다. 앨범 전체가 어쿠스틱 사운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잔>에서 그 매력이 가장 돋보인다고 생각했다. 라이브 앤 디렉트의 라이브 영상에서는 오직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만 가지고 공연한다. 만약 다른 아티스트였다면 조금 심심했겠지만 <수잔>은 오히려 더 풍부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음원 영상이 아니라 라이브 영상을 가지고 왔다.)
사월님은 앨범 <수잔>에 대해서 하나의 '기록'이라고 이야기한다. 오롯하게 한국어로만 이루어진 가사는 앨범 하나가 하나의 기록에 가까웠다. 그것도 아주 낮은 곳에서 마음을 찔러오는.
수잔, 소녀 같은 건 소년스러운 건 어울리지 않아.
그저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넌 혼자 남는 걸.
내가 사월님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다. 먼 나라의 외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이루어진 노래 가사는 종종 타인의 일기장을 엿보는 기분을 준다.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 않더라도 짧은 내용만으로 이루어진 일기장의 한 부분 같은 가사는 노래가 끝나고도 내 마음에 남아있을 때가 많았다.
홀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수잔의 이야기와, 수잔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수잔의 지금의 모습까지. 앨범 <수잔>은 '살아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인디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진솔한 목소리와 가사가 아닐까 생각할 때가 많다. 이런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김사월 님의 노래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거다.
목소리만 듣고 호기심이 생기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 분명하다. 그게 노래라면 더더욱. 그런 흔치 않은 경험을 선사해 주는 김사월 님의 노래를 응원하며, 앨범 <수잔>과 더불어 라이브 앨범 <7012>, 작년 하반기에 발매된 앨범 <로맨스>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전곡 다 추천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