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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난 Jan 24. 2024

내가 쓰고 내가 연기하는 아주 짧은 드라마 (5)

「언덕의 바리」공연이 끝나고 2주만에 수업이 재개됐다. 명희로 분장했던 용과가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평양기생의 뾰족한 모습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부드러운 본래 얼굴로 나타난 것이다. 며칠 전에 무대에서 봤는데도 무척 오랜만에 보는 것처럼 반가웠다.


용과는 '신체활동연기'를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언덕의 바리」가 속한 분야다. 대사와 더불어 표정이나 몸짓 등으로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감정은 연기하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느끼는 것’ 감정은 연기하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느끼는 것'이라는 배우 정우성의 말로 설명을 마쳤다.  '표정이라는 게 참 웃겨요.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이 읽히는 게 표정이잖아요. 쓸쓸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 누군가를 바라볼 때, 사람이 쓸쓸하게 보이죠.' 정우성의 부연 설명까지 들으니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설명을 끝내고 용과는 자료 한 장씩을 나누어 주었다. 세 가지 상황을 간략하게 서술한  ‘1인 즉흥 상황극’이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하여 연기하도록 한 것이다. 약간의 준비 시간을 주어 줄거리를 필요에 따라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준비가 끝나면 1인극을 시작한다. 가능하면 대사를 줄이고 행동과 표정 등으로 내용을 표현하도록 했다.

 


2)번 사례를 연기했다. 매일 밤 10시, 11시까지 일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도 잊고 일하던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며 연기했다. 일중독자가 되어 취미는 고사하고 건강조차 돌보지 않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가족을 돌보지 않는다며, 직장을 구해줄테니 회사 그만두라던 아내의 성화도 떠올랐다. 그때로 돌아가면 다시는 그렇게 일하지는 않을 텐데…. 어설프지만 연기를 하면서 요즘 MZ세대의 처신이 참으로 지혜롭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밸리와 절미 그리고 체리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나와는 대사 연기도, 몸짓도 훌륭했다. 특히 절미는 감정 표현까지 실감나게 해서 배우의 연기를 보는 듯했다. '처음이니까'하며 민망스러운 연기에 애써 자위했다. 다음 시간에는 2인 상황극을 한다고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기 흉내를 낼 수 있게 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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