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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난 Mar 03. 2024

내가 쓰고 내가 연기하는 아주 짧은 드라마 (7)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연기하다

‘내가 쓰고 내가 연기하는 아주 짧은 드라마’ 수업 마지막 날. 그동안 배우고 연습한 것을 발표하고 나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다. 과정이 시작되었을 때 7명이 같이 했는데 마지막 날 발표한 사람은 3명뿐이었다. 수업을 중단한 사람도 있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마지막 수업에 불참한 사람도 있다. 그 빈자리를 문화교육예술사 자격과정을 밟고 있는 분들이 채웠다. 남은 사람이 몇 안되고, 연기라고 할 수도 없는 몸짓이었지만 열심히 했다.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 및 편집하여 공유하기로 했다. 정말로 수업이 끝난 것이다.




#1

달리기 경기장. 출발선에는 수많은 참가자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몽상가는 참가자의 면면을 살피다 유력한 경쟁자를 발견하고 설사약을 탄 물을 권했다. 그는 별다른 의심 없이 몽상가가 주는 물을 고맙다며 마셨다.


몽상가 : (혼잣말로) 그래, 잠시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흐흐흐 흣….


경주가 시작되자 곧바로 배앓이는 배를 움켜쥐고 경기장을 벗어났다.


배앓이 : (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아이쿠 배야. 갑자기 왜 이러지?

#2

몽상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경쾌한 발놀림을 보이며 뛰쳐나오는 다크호스가 있었다. 첫눈에 봐도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재능이 뛰어나 보였다.


몽상가 : (혼잣말로) 뭐야, 저건? 이대로 놔둘 수는 없지.


다크호스가 몽상가를 앞질러 나가려고 했다. 방법을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발이 먼저 나갔다. 그는 발에 걸렸지만 민첩하게 몸의 균형을 다시 잡았다. 구 순간 몽상가는 앞뒤로 흔드는 팔 동작을 넓게 벌려 그의 가슴팍을 세게 쳤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다크호스는 ‘헉’하는 소리와 함께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다크호스 :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이게 무슨 짓이요. 정당하게 겨뤄야지 비열하게 발을 걸고 팔로 치다니…. 에이 치사해!


몽상가 : (같잖다는 말투로) 내가 언제 발을 걸어 넘어뜨렸단 말이오. 당신 발이 내 발에 와서 걸렸고, 당신 가슴팍이 내 팔을 때린 거지. 자기 잘못을 남에게 돌리려 하다니 원….

#3

바로 그 순간 총명이가 빠르게 추격해 오는 것이 보였다. 잘 키우면 장차 회사를 짊어지고 갈만한 CEO감이라는 소리를 듣는 후배였다.


총명이 : (밝고 친밀한 목소리로) 선배님 같이 가요. 나란히 달리면서 선배님한테 많은 것을 배우겠습니다.


몽상가 : (퉁명스럽게), (슬로모션으로) 자네, 아직 사회생활을 덜 했군, 자네가 유능한 것은 알아. 하지만 나하고 직장생활 편하게, 오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보이며) 오늘 일도 기록해 두어야겠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총명이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

 

#4

마침내 모든 경쟁자를 물리치고 몽상가가 골인 지점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몽상가 : (환희에 찬 목소리로 힘껏) 1등이다! 이번에도 내가 1등이야!


사람들은 몽상가에게서 멀리 떨어져 분노와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몽상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외쳤다.


몽상가 : (신이 나서 큰 소리로) 오늘같이 좋은 날 내가 쏠 테니 다 같이 맥주 한잔합시다!


참가자들 : (일제히 비아냥거리며) 몽상가님이나 많~이 드십시오. 우리는 피곤해서 집에 가 쉬렵니다.

몽상가가 무안해하고 있을 때 알랑이가 크게 외쳤다.


알랑이 : (몽상가와 똑같은 복장을 하고 비열한 웃음을 띠며) 제가 몽상가님을 모시고 한잔하겠습니다!


몽상가 :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그래, 역시 자네뿐이야! 맥주 한 잔 하러 가세. 내가 진하게 살게.



4개월간의 교육과정을 마쳤을 때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낯선 분야에 도전하여 완주했다는 기쁨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젊은 사람들과 비교적 원활한 교감을 했다는 기쁨도 있었다. 가장 큰 것은 호기심이 살아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직 마음은 젊다는 의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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