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에서 깼다. 3시에서 4시 사이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요의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조용히 안방 문을 열고 거실을 지나 화장실로 향했다. 곤히 자는 아내가 깨지 않도록…. 아랫도리가 시원해졌다. 침대로 돌아가는 대신 거실 소파에 앉았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자연스럽게 은행 앱을 열었다. 화면에는 6시간마다 한 번씩 은행에서 제공하는 ‘머니 사다리’가 나타났다. 사다리 위에는 여섯 개의 캐릭터가, 아래에는 5만, 4, 1, 2, 3, 5라는 숫자가 표시되어 있다. 캐릭터를 터치하면 선을 따라 내려가서 도착한 숫자만큼 포인트가 쌓인다. 캐릭터는 대부분 1 또는 2에 도착한다. 운이 좋아야 3에 도착한다. 비몽사몽간에 캐릭터를 선택했는데 5에 도착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앗싸! 5원이다’하는 소리가 나왔다. 기껏 1, 2원 더 받았을 뿐인데 횡재한 기분이다. 한 번 더 할 수 있지만 일단정지. 1원이 나오면 김새니까.
‘머니 사다리’만 있는 게 아니다. 1시간마다 제공되는 ‘머니 룰렛’도 있다. 1시간마다 2개의 티켓을 얻을 수 있고, 티켓 숫자에 맞춰 룰렛을 돌려 그곳에 표시된 상금을 얻는 게임이다. 5 티켓에 해당하는 룰렛을 선택했다. 룰렛은 8개로 균등 분할되어 6이 7개, 12가 1개 표시되어 있다. 룰렛을 돌렸다. ‘앗싸 12원이다.’ 주먹을 불끈 쥐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 기분 그대로 침대로 올라갔다. 아내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밤마다 잠에서 깨는 이유가 소변 때문인지 몇 푼이라도 버는 재미 때문인지 이제는 그 이유도 헷갈린다.
광고를 보면 보상을 주는 앱도 있다. 그 가운데 ‘라이브쇼핑’이 있는데 1원에서 3원까지 무작위로 준다. 이때도 3원을 받게 되면 ‘앗싸!’ 하는 소리와 함께 입가에 미소가 흐르고 1원이 나오면 이마가 찌푸려진다. 이렇게 한 푼 두 푼 모으면 커피 한두 잔 마실 정도의 돈이 된다.
예전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던 1원이나 2원이 ‘티끌 모아 태산’이라도 된 것처럼 소소한 재미를 주는 돈이 됐다. 1원이나 2원을 더 받을 때마다 ‘앗싸! 를 외치며 즐거워하니 이게 바로 게임이 주는 묘미인 모양이다. 묘미 때문일까? 분명한 것은 하루에도 몇 번씩 ‘앗싸! 를 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다간 쾌락과 즐거움을 불러오는 도파민이 남아나질 않겠다. 하여튼 욕심을 버리니 부지런한 개미보다는 삶을 즐기는 베짱이처럼 살게 된 모양이다.
욕심을 버렸다고? 그렇다면 세속에는 등을 돌리고 음주 가무를 즐기며 고담준론을 주고받는 죽림칠현의 한 사람이라도 되었단 말인가? 그럴 리가. 5원이나 3원을 받으면 ‘앗싸!’ 하고 좋아하다 1원이나 2원을 받으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보니 죽림칠현의 한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아직도 작은 욕심에 매달리는 찌질이를 벗어나지 못한 게 분명하다.
그런들 어떠하리? 새벽에 일어나서 머니 사다리를 타다가 ‘앗싸!’ 하고 외치든, 길 가다 라이브쇼핑을 보며 좋아하든 도파민 분비될 일이 많으면 좋지. 그렇다면 하루에 ‘앗싸!’를 몇 번쯤 외치면 좋을까? 그야 다다익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