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여행을 마치고 이스탄불로 떠나는 날. 루체른은 맑고 투명한 햇살이 내리쬐는 환상적인 날씨였다. 아쉬운 발길을 끌고 취리히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카페 'Bye bye bar'가 눈에 들어왔다. 떠나기 싫어하는 마음을 어루만져주듯, 언제든 돌아오라는 인사말을 건네듯 밝게 웃었다.
원래 오후 4시쯤 출발예정이던 비행기가 2시간 가까이 지연 출발됐다. 취리히에서 이스탄불까지 비행시간은 3시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밤 11시가 넘어야 호텔에 도착할 듯 한데 낯선 도시에서 헤매지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 비행기는 이스탄불 주변의 바다와 시가지 풍경 속으로 섞였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여 핸드폰을 켜자 외교부에서 안내문자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중의 하나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외교부] 이스탄불, 앙카라 등 주요 대도시 테러 위험 증가. 군중 밀집지역 및 종교 시설 방문 가급적 자제
이스탄불 체류중이던 어느 늦은 밤, 호텔 앞 도로를 꽉 메우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반이스라엘 시위가 있었다. 주위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국기나 스카프를 사 주는 방식으로 시위대를
공항에서 도심까지는 공항버스를 이용했다. 다행히 버스 옆자리에 앉은 젊고 예쁜 튀르키예 아가씨가 친절하게 호텔까지 이동방법을 설명해주었다. 비록 설명을 들었지만 늦은 시간에 낯선 도시 한복판에서 교통편을 찾아 이동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다.
도심 한복판에서 구글지도를 켜고 방향을 찾는 우리 모습을 보고 젊은 튀르키예 커플이 다가와 도움을 주었다. 내 영어도 짧지만 그들도 못지않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자 아예 우리와 함께 트램 타는 곳까지 동행해주었다. 흥미로운 것은 반대편 승강장에 도착했다는 것을 깨달은 젊은이가 가방을 번쩍 들어 철길을 가로질러 건너편 승강장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그의 여자 친구는 내게 빨리 따라가라는 몸짓을 했다. 당황스러웠지만 서둘러 건너갈 수밖에.... 주변에 역무원도 있었는데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일상적인 행위였던 모양이다.
트램에 올랐다. 열차 안에 있는 노선도를 보며 내릴 정거장을 확인하려는데 낯선 지명에 낯선 문자가 섞여 있어 쉽게 알아내지 못했다. 그때 튀르키예에서 장기 여행중이라는 한국 청년이 다가왔다. 그는 우리가 하차해야 할 곳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설명해줬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무엇보다도 한국어로 시원하게 대화할 수 있어서 속이 다 시원했다.
이 젊은이들 덕에 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도 낯선 도시에서 호텔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