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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마도난 Sep 27. 2024

매우 춰라

ADG7. 2015년에 결성된 AkDanGwangChil(악단광칠)의 줄임말이다. 악단 이름을 지은 배경이 재미있다. 악단이 결성된 2015년이 광복 70주년이어서 광칠(光7)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황해도 옛 음악에 다양한 음악을 접목하여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뉴욕 타임스가 ‘K-Pop과 전통음악을 결합한 아찔한 쇼 밴드’라고 격찬한 모양이다. 저명한 대중음악 기획자 밥 보일렌도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밴드는 한국의 악단광칠’이라고 평했다.

악단 이름만큼이나 구성원들의 이름도 흥미롭다, 아쟁 연주자는 김최종병기활, 드럼 연주자는 선우바라바라바라밤 등이다. 9명으로 구성된 악단은 드럼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악기로 구성되었는데 드럼마저도 꽹과리를 같이 쓰고 있어 전체 소리는 영락없는 우리 소리다. 노래는 빨간색 정자관을 쓴 사람, 노란색 정자관을 쓴 사람 그리고 저승사자 복장을 한 사람 등 세 여자가 신명 나게 국악 풍으로 불렀다. 가벼운 율동과 함께 노래하는 세 여자의 모습이 요염하기까지 했다.


이들의 공연은 유튜브를 통해 많이 봤다. 특히 유럽 공연에서 수많은 관객이 온몸으로 율동을 따라 하며 감상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의문이 들었었다. 낯선 음악을 들으며 저토록 신명이 오를까? 박자도 율동도 모두 처음 접하는 것일 텐데…. 의문을 풀 기회가 생겼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삶이 그대를 힘들게 할 때도, 즐거울 때도 이렇게 외치자, 인생 꽃 같네’라고 부르짖는, ‘매우 춰라’라고 제목을 붙인 그들의 공연을 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들이 공연을 시작하자 박자에 맞춰 몸이 절로 움직이고, 노래가 우물우물 따라 나왔다. 떼창과 떼춤이 그들 공연의 특징이라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분위기에 몸을 맡기니 즐거움만 남았고, 공연장은 잔치판이 되었다. 잔치판에서 춤이 빠질 수는 없겠지? 유럽인들이 낯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공연을 관람하는 이유가 확인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문득 대금을 부는 김약대가 말했다. 상암경기장을 지나는데 ‘아이유 공연’이 있어 길이 많이 막혔다고, 언젠가는 자기들도 상암경기장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부러움이었을까? 농담이었을까? 피리와 생황을 번갈아 부는 이만월이 말을 받았다. 공연이 끝나면 밤에 곧바로 로마로 이동한다고, 로마를 필두로 체코의 프라하까지 유럽 순회공연을 한다고. 그녀의 말을 들으며 수많은 유럽인이 떼춤을 추고, 떼창을 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이번에도 그들의 해외 공연은 성황리에 끝나겠지?


‘매우 춰라’가 공연되는 1시간 동안 악단광칠은 잠시도 앉아 있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떼창을 하고, 떼춤을 추고 소리 질렀다. 그야말로 1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공연이 끝났다. 기분이 무척 상쾌했다. 몸과 마음이 제대로 정화된 모양이다. 그날 나는 1시간 동안 光칠과 논 것이 아니라 廣(廣大)칠과 놀았다. 아니 狂칠과 논 것이 분명했다. 집에 돌아오자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푹 가라앉았다. 마치 1시간 동안 달리기 해서 탈진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악단광칠과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고 소리도 지르며 ‘매우 췄으니’ 당연한 결과겠지? 이런 피곤함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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