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플랜 워크숍 2회차 리뷰
'수식어+닉네임' 소개로 2회차 모임을 열었습니다. '추진력이 좋은 로켓', '하고 싶은 일에 반짝이는 꿈틀'까지. 모두들 이름과 수식어가 찰떡같이 어울리는 느낌적인 느낌. 다음 모임에는 다른 수식어를 덧붙일 텐데, 각자의 이름에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 기대됩니다. :)
이날의 스토리텔러들도 닉네임으로 자기소개를 해주셨어요. '봄을 사랑하는 메이' 채자영 님, '초코파이를 먹는 코딱지' 김해리 님. 엉뚱한 닉네임이죠? 완전히 새로운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수식어를 덧붙이며 서사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알아가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떤 방황의 시간을 거쳐서 무슨 질문을 품고 실행하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확장해 가려는 지 물 흐르듯 주고받으며 말씀해주시는 가운데 강의장의 텐션은 점점 올라갔는데요. 그 현장을 함께 들여다보시겠어요?
해리_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해리님의 '내 일'에는 세 번의 전환점이 있습니다. 처음에 예술계에서 일을 시작했고, 다음에는 광고회사, 홍보회사에서 브랜드를 위한 일들을 했습니다. 좋아하지만 배고픈 일이었던 예술업계를 지나 일반 회사에 다니면서도 답답함을 느낀 해리님. '너무 불안해서 마음껏 방황하지 못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작년 8월에 퇴사를 합니다. 그 후에는 예술가도 브랜드도 아닌 '내 삶'을 위한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해오고 있죠. '인사이트 트립'도 만들어 보고 '남의집 프로젝트'에서 크루로 활동하는 등 여러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했고요.
해리님의 방황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될 수 있을까.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은 끝나지 않았지요. 그래도 큰 변화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했다면 지금은 좀 더 자기 자신을 위해 움직입니다.
자영_ 나는 지금, 행복한가?
다수가 말하는 좋은 삶의 표본을 따라 열심히 치열하게 달렸던 자영님. 행복한 순간 10가지를 적어보는 경험이 전환점이 되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적어보려니 5가지를 넘기기가 어려웠던 거예요. 스스로를 이렇게 모르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싶었다죠. '내가 언제 행복할까' 질문하고 답하면서 일상과 일을 어떻게 연결시킬지 어느 정도 기준과 시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자영님은 어려서부터 발표왕이어서 "아나운서 해봐"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도전해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 뒤늦게 절박한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해서 5개월 만에 아나운서가 되었죠.(대단) 그런데 막상 가보니 행복하지 않았답니다. 매일 지속되는 악몽, 직업으로 인정받는 자신과 취준생 티를 벗지 못한 가난한 자신 사이의 괴리감.. 일과 개인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로 진로를 다시 찾아야겠다 생각한 시점에 '내가 지금 꾸는 이 꿈이 타인의 꿈일까 나의 꿈일까' 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도 자영님은 삶의 단계마다 진짜 내 꿈인지를 점검하고 나다움을 찾으려 합니다.
자영_ 나는 도대체 이걸 '왜'할까?
'왜'를 질문하는 자영님은 삶의 전환점마다 거창한 이유로는 절대 시작할 수 없다는 걸 경험합니다.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솔직하게 반응할 때 비로소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는데요, 그 (자칭) 찌질한 이유들을 들어보시죠.
퇴사를 결심한 순간을 볼까요. 인정받는 전문 프리젠터가 퇴사하겠다고 하면 '뭔가 대단한 거 하려나보다' 하는 시선을 받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부담을 가지고는 결심이 어렵죠. 엄청 지쳐서 떠난 파리 여행에서 자영님은 너무 피곤한데도 세상이 궁금해서 눈이 떠지는 경험에 매료됩니다. '하루하루 설레는 날을 살겠다'는 생각으로 다녀온 지 일주일 만에 퇴사 의사를 표명했죠.
필로스토리 탄생기도 재미있습니다. 대단하게 창업한 사람들을 보면 도저히 못할 것만 같았는데 너무 열 받는 상황 때문에 창업을 했다죠. 누군가 자영님이 쌓아온 콘텐츠를 자기 것처럼 사용하는 걸 보고 '이제는 조금 더 앞으로 나서서 제대로 해야겠다' 결심해서 2주 만에 사업자를 낸 거예요. 5년 전에 '스토리 + 프리젠터 = 스토리젠터'라는 직업명을 만들고, 1년 전에 '스토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룹'이란 의미의 회사 이름 '필로스토리'를 지어 두었지만 본격적인 시작을 만든 건 내면의 작은 불씨였습니다.
해리_ 다른 사람과 다른 나만이 할 수 있는/없는 일은 무엇일까?
퇴사 후에 외부의 좋은 것들, 다양한 삶과 일의 방식을 꾸준히 봐오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이걸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레퍼런스가 너무 많으면 내 것이 초라해 보이기 마련이죠. 이제 해리님은 완벽하고 멋진 거 말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내 손에 닿는 일부터 찾으려 합니다.
필로스토리에게도 조금만 영업하면 해볼 수 있는 일의 기회가 여럿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걸 먼저 하자'고 합의했답니다. 뭘 하고 싶은지를 먼저 세상에 보여줘야 거기에 관련된 일들이 생길 테니까요.
각자의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도록 필로스토리만의 방식으로 도구를 만들기로 합니다. 하다 보니 잘하고 싶어 지고 오래 결려서, 일단 그 툴킷을 쓸만한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이야기를 찾는 방법을 세 단계 'Be a Collector, Be a Curator, Be an Artist'로 정리하고 스토리살롱을 연 거지요. 4명의 호스트, 100명의 참가자와 함께한 경험과 두 분의 생각을 이어서 드디어 지난 9월에 텀블벅에 스토리툴킷을 론칭했습니다. 결과는 아시지요? 600% 이상의 성공입니다.
해리_ 작고, 가볍게, 지치지 않고 가기
확장 단계에서는 지치지 않고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방향을 가지고 작업할지를 생각합니다. 방향성과 흐름은 예술가나 작가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죠. 개인의 삶, 각자의 영역에서도 유의미합니다. 그러니, 열심히 달리다가 잠시 멈추고 던지는 질문. "우리 이거 왜 해? 어떤 방향으로 가려는 거야?"
12월에는 더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기록상점 <이야기 공동 작업실>을 오픈합니다. 연남동에 있는 4층짜리 공간인데요, 이 모든 걸 처음부터 계획했던 건 아닙니다. 스토리살롱 진행하는 것을 보고 우연한 기회로 공간기획 제안이 들어왔고, 그건 필로스토리에게도 너무 좋은 기회였던 거죠. 순식간에 일이 벌어진 거예요.
필로스토리는 어떤 일을 하는 지를 말로 설명하기보다 실행으로 보여주려 합니다. 실제로 활동들을 쭉 놓고 보면 이해가 되는 것 같아요. 연결되고 이어지는 활동을 통해 계속해서 지향점을 발견하고, 다음을 주체적으로 결정해서 실행하는 두 분의 움직임이 아주 멋집니다.
자영_ 나의 이야기를 찾고 발신하는 일
시대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존 직업군에서 일자리를 찾지 않고 새로운 타이틀로 '창직'하는 사람들이 많죠. 자영님은 회사에 이틀만 출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기 일을 합니다. 어떻게 가능했냐고요? 힘들어지더라도 퇴사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결정'하고 '표명'했기에 회사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을 수 있었죠.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거창해지고 싶을 때마다 자영님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있답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뭐든 할 수 있다."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줘야 그 자연스러움이 사람들을 움직인다는 걸 알고, 기억합니다.
나의 이야기를 찾는다는 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겠다는 말입니다. 내 인생의 편집권은 나에게 있으니까요. 그렇게 찾아낸 내 이야기를 꾸준히 발신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내 이야기를 말해야 공감하는 사람들과 맞닿을 기회가 열리고 일이 생길 거예요.
Q1. 왜 '스토리'였나요? _소현
자영_ "소설이나 영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경험해보지 않은 상황을 예측할 수 있죠. 그러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는 거예요. 주체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진짜 내 안에서 나오는 걸 찾아서 이걸 세상에 발신하는 것, 그게 저는 스토리의 힘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스토리가 결국 나의 인생을 바꿀 거라고 생각해요.
이 생각이 한번에 정리된 건 아니고 막 방황하다가 어느 날 유레카로 찾아왔어요. 방황할 땐 질문만 해요. 답은 안 내려져요. 근데 계속 질문하는 행위 자체가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별을 찾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별 안에 들어가 있다'는 말이 있는데, 질문을 던지다 보면 내가 어느새 그 질문 안에 들어가서 답을 알고 있더라고요.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만으로도 저는 삶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해리_ "저는 스토리를 제 직업에서 키워드로 써본 적은 없지만 늘 이야기와 관련된 일을 해왔어요. 연극이나 공연 작업을 할 때도 주로 서사가 있는 작업을 하고, 직업과 상관없이도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거나 내가 본 얘기를 다시 해주는 행위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이야기가 있는 브랜드가 좋고, 여행 갈 때도 꼭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찾고요.
왜 좋아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먼저 개인의 맥락에서는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앞으로 나가게 해주는 힘이 있어서예요. 이야기는 과정의 기록인 것 같거든요. 결과가 중요한 사회에서 과정에 대한 기록이 위로가 되더라고요. 또 밖으로 보면 무언가를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좋아요. 여러분이 수식어랑 이름 쓰신 것만 봐도, '저 사람은 저런 키워드를 쓰는 거 보니 평소에 이런 활동을 하려나?' 상상하게 되고 좀 더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것 같아요."
Q2. 해리님은 특별히 선호하는 노트나 필기도구가 있나요? _세미
해리_ "문장 수집 노트(*스토리툴킷의 도구 중 하나). 그게 있고, 저는 여행 다닐 때 젤 많이 적어요. 새로운 환경에서 일상과 단절됐을 때 많이 쓰게 되잖아요. 여행 가면 꼭 노트를 하나씩 사요. 잘 구겨지지 않으면서 항상 들고 다닐만한 사이즈가 좋더라고요. 필기도구는 요즘에는 부쩍 연필에 빠져있는데, 코이노어라는 연필이 맘에 들어서 계속 그거 쓰고 있어요. 은근 모나미도 중독성이 있고요. 기본이 좋더라고요."
Q3. 스토리툴킷, 직접 해보셨어요? _로켓
해리_ "매일매일 해봤어요. 써보고 해 봐야 보이니까. 하루는 마음을 잡고 다 들고 나와서 조도 낮은 카페에 가서 해봤는데, 내가 만들었지만 되게 괜찮다 싶었어요.
자기 이야기를 다 기록하고 키워드 100개로 자기 조망하는 맵을 쓰고 관련 있는 걸 이어보니까 그게 내 이야기의 재료가 되더라고요. 그러고서 매니페스토를 써봤더니 생각보다 되게 멋있는 말이 나오는 거예요. 정말 나 같은 사람이 담기더라고요.
매니페스토는 가장 의미 있는 마지막 단계로, 나에게 보내는 편지 개념의 선언문이에요. '나는 무엇을 하지 않겠다, 어떻게 살 것이다' 등등 빈칸을 채우게 되어 있는데, 저는 '나는 무엇을 만들며 살 것이다'라는 문장이 제일 좋았어요. 거기에 '나는 일상 속의 축제를 만들면서 살고 싶다'라고 썼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축제 만드는 일을 하다 그만두게 되면서의 상처도 기억나고. 그걸 외면하며 살아왔는데 또 그것이 나의 근간이구나 생각하면서 좋더라고요. '내가 이런 걸 지향하는 사람이구나'싶었어요."
자영_ "이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탄생한 건 아니에요. 예전에 홍대 취향관에서 '이야기의 탄생' 살롱을 진행했었어요. 그곳 마담이 '좋은 이야기는 뭘까'를 계속 질문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이야기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동의하는 부분이 생겨서 제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는 살롱을 해보겠다고 제안했죠. 100가지 키워드를 적어보는 것도 유래가 있어요. 타다 김현미 디자이너가 멘토에게서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기 위해서 자기에 대해서 100가지를 적어보라'는 질문을 받았었대요. 그걸 같이 해봤고, 거기서 영감을 받아 이터널 저니맵(*스토리툴킷의 2단계 툴)을 만들었죠.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는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생긴 도구들이라 훨씬 더 쓸모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4. 해리님, 방황의 시기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일하는 형태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셨는데 어떤 식으로 사람들을 만나셨는지요? _꿈틀
해리_ "이런 데(*무중력지대 '내-일' 플랜 워크숍)를 계속 나갔어요. 관심 있는 주제의 대규모 콘퍼런스에 가서 왠지 좋거나 당기는 사람들이 있으면 SNS를 팔로우하고 그 사람들과 관련 있는 프로젝트나 뭐가 있으면 또 갔어요. 이것도 일종의 수집인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별로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거든요. 제 인생에서 가장 사교적인 순간이 지금이에요. 근데 또 나랑 잘 맞는 사람들과 만나는 건 즐겁고 별로 힘들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꾸준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 주변 다섯 명의 평균이 나'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수준을 말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나 지향 같은 것들이 닮아가고 영향을 받는다는 거예요. 내 삶이나 일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비슷한 태도를 지닌 사람들과 긍정적으로 대화하면서 일하니 너무 좋아요. 그런 경험들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
Q5. 친구와 동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다 보니 서로 생활패턴이나 가치관이 다른 부분들이 보이더라고요. 두 분은 함께 일하시면서 어떤 불편한 점이 있고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_디노
자영_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걸 같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불편한 건 한번 생각해보고 바로 얘기하는 스타일인데, 해리가 그걸 불편해하지 않더라고요. 프로젝트로 만났다면 일로 다툼이 있더라도 인간관계가 다치지 않는 것. 얘기하고 수용할 수 있는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프리랜서 하면서 좋은 건 내가 누구와 일을 할지 결정하는 권한이 나에게 있다는 거예요. 결이 맞는 사람과 계속 같이 하니까 좋은 사람들이 남는 것 같아요. 잘 선택하는 건 잘 포기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내 행복, 내 인생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을 잘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정말 중요한 선택에서는 직감, 육감을 믿어요."
해리_ "같이 하는 거 자체가 아니라 누구랑 같이하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같은 속도 같은 호흡으로 가는 파트너가 항상 필요했는데, 그게 항상 어려웠어요. 대학 때 하고 싶은 일 하려고 동아리를 만들었다가 동기부여하고 조직을 유지하는 일이 버거워서 해체했었고요. 회사를 다니면서도 동료와 합이 맞지 않을 때 되게 힘들잖아요. 감정을 섞지 않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처음엔 제 가치를 알아주고 불러주는 것이 감사해서 뭐든 다 받았다가 원형탈모까지 왔었어요. 내 그릇의 크기를 알고 나와 결이 맞는지 잘 판단해서 조율해야 할 것 같아요. 이 생활의 감정 소모도 만만치 않구나 싶어서 다시 시스템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 생각하던 때에 언니를 만났어요. 조금 더 해봐도 되겠다 싶었죠. 태도가 맞는 사람을 만난 건 행운이라 생각해요."
Q6. 방황이 끝나고 실행단계라고 생각해서 어느 정도 계획을 세웠는데, 제가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일이 어그러졌어요. 일이나 인생의 계획을 어디까지 세우시는지, 어그러졌을 때는 어떻게 하시는지 마인드셋 같은 게 궁금해요. _로켓
해리_ "저는 그 계획을 포기하기로 결심했어요. 늘 계획을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한 번도 그대로 된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장기적인 계획이라면, 성취하는 방향이라기보다는 어떤 걸 추구하고 살고 싶다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기는 해요. 일하는 태도나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를 생각하는 것.
현실적인 계획을 생각할 때 오히려 불안해서 많은 것을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퇴사하면서 한 결심이 '불안해하지 말자'였어요. 식물이 햇빛으로 가듯이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하게 되는 선택들을 따라 가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진짜 회사에 있었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걸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개인으로 일하는 감각이라든지 일을 거절하는 거나 내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 같은 거요. 돈이 은근히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안 떨어지더라고요. 정말 0원이 됐을 때는 제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한데, 모르겠어요 아직. 계획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어쨌든 계획은 크게 의미 없다는 생각이에요."
자영_ "계획과 계산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계산적이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계획은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즉흥적인 성격이어서 그런지 계획을 짜면 항상 다르게 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계획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라고 생각하고 띄엄띄엄 멀리멀리 짜는 편이에요. 5년 뒤, 10년 뒤, 50살일 때. 지금 당장 나에게 압박감을 주지 않지만 나의 방향성을 정해주는 것 같아요. 그 안에서 계산적이지만 않다면 저는 충분히 계획 짜는 건 중요한 일이고. 방향성을 잡아주는 계획은 좋다고 생각해요."
Q7. 작고 가볍게 지치지 않고 가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에 매우 공감하지만 늘 이게 잘 안되더라고요.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기고 기대만큼 안 되면 좌절스럽고. 앞으로는 좀 더 작고 가벼운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고 싶은데 어떤 기준을 가지고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팁을 주신다면요? _시도
자영_ "무대에서 진짜로 힘 빼야겠구나 생각한 계기가 있어요. SK텔레콤에서 진행하는 행복 인사이트에 전문멘토로 참여했을 때, 유명멘토로 김영하 작가, 장항준 감독,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오셨어요. 하루 종일 멘토링 하면서 찾은 세 분의 공통점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무대 위와 무대 아래서의 모습이 너무 똑같다는 점이었어요. 누구나 무대 위에 서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멋있어 보이려고 하잖아요. 근데 그게 그 사람 자체의 매력을 가리는 것 같아요. 자기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굉장한 매력이구나 생각했죠. 힘이 들어가려고 할 때마다 '이건 진짜가 아니다, 힘을 빼자' 생각해요.
대학생 때 언론고시 준비하면서 썼던 작문 노트를 열어보면 거기에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운 채자영이 있어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보면 분명한 성장이 있거든요. 그래서 기록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바라보고 토닥여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해리_ "지치지 않으려면 많이 안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늘 과한 책임감으로 완벽하게 잘하고 싶어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편이었어요. 회사 다닐 때 시안이나 PPT 자료 만들면서 아무도 안 보는 자간을 자꾸 고치고, 정렬이 안 맞는 걸 참을 수가 없고.
지금은 힘을 들일 때와 안 들일 때를 나눠서 생각하는 걸 계속 연습 중이에요. 하려고 했던 것의 본질은 그걸 ‘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에너지 조절을 하는 거죠. 어찌 보면 외면하는 기술도 중요한 것 같아요.
하나만 열심히 해 놓으면 그 하나가 다잖아요. 근데 가볍게 여러 개를 해서 쌓아놓고 보면 '맥락이 있네, 나 이런 걸 좋아하네' 이런 게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러려면 실제로 작은 일을 해야 해요. 바로 해도 무리가 없는 정말 작은 거 있잖아요. 만드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면 내 손으로 뭐 하나 만드는 거. 그런 식으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방황인데 이 방황을 통해 좋아하는 것을 찾은 과정의 이야기가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도 생긴 것 같아요. _소현
다시 예전의 패턴으로 돌아가려는 정신을 붙들어 매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오래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나에 대한 키워드 100개 찾는 건 꼭 해봐야지. _서엘리
진솔하게 두 분의 찌질했던 이야기를 나눠주신 게 정말 좋았어요. 저도 대단한 도전, 거창한 시작 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선뜻 도전하지 못했는데 두 분의 이야기로 엄청난 용기를 얻었어요. 스스로를 받아들이면서 건강하게 방황하시는 느낌이고 'ing'라는 이야기로 읽혀서 훨씬 위화감이 없었고 위로를 얻었습니다. _시도
매일 계획적으로 살고 있었지만, 나를 자라게 할 햇살이 뭔지 알아내기 위해 조만간 "아무 계획 없는 하루"를 보내봐야겠다. 어떤 생각도 덧붙이지 않고 나를 내버려 두면 과연 나는 무엇을 할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_타미
음악 꺼진 강의장에 둥그렇게 둘러앉아서 느꼈던 시작시간의 어색한 공기도 잠시. 90분으로 예정되었던 강의는 QnA까지 120분을 향해 가고.. 스토리텔러도 청중도 유쾌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아쉬운 마무리를 함께 맞았습니다.
손에 닿는 작고 가벼운 일을 오늘 하나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그런 시도들이 쌓여서 나만의 이야기로 편집되고 함께 움직일 누군가를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Edited by Audrey Yum(염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