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간 반복된 락다운, 이번 락다운은 7개월 만에...
30. 말레이시아, 주간 이동과 해외여행이 허용됐다
백신 2차 맞은 뒤 14일이 지난 사람만 식당 내 취식과 다양한 활동들이 8월 중순부터 허용되었다. 나의 경우 14일 지난날이 8월 31일이었고, 말레이시아의 독립기념일과도 일치했다. Merdeka를 외치는 가운데 나도 내적 해방의 외침을 부르짖었더랬다. 친구들을 만나고, 맛있는 식당들 찾아가서 음식 시켜 먹고, 밀린 옷 쇼핑도 하고, 창살 없는 감옥에서 벗어난 자유를 누렸다. 물론 어딜 가나 말레이시아 국가 공인 앱(MySejahtera)으로 큐알코드를 찍어야 했다. 심지어 공공 화장실에 가거나 버스 탈 때도. 마스크를 꼼꼼하게 쓰고, 어디에나 손 소독제가 비치되어 있지만 따로 소독제를 들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그전보다 더 열정적으로, 7월을 기점으로 더 집중적인 백신 접종을 진행했고, 드디어 10월 11일에 성인 백신 2차 접종 완료율 90% 목표를 달성했다. 달성함과 동시에 국내 주간 이동 여행을 (interstate travel) 허용했다. 말레이시아 국민들은 고향 갈 계획, 여행 갈 계획을 세웠고,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국내 여행이 가능하니, 누군가는 발표 당일 밤에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여행업계가 조금씩 기지개를 켰다. 한때 잠시 여행업계에 발을 담근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괜히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다. 지금은 여행업계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작년부터 여행업계가 큰 타격을 입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점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서 위드 코로나가 일상화되고 여행이 더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는 오미크론이…)
작년 3월 중순부터 시작된 락다운은 잠시 풀렸다가 강화되길 반복했었고, 1년 7개월 만에 점진적인 자유를 맞이하기 시작한 것 같아서 감격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시 친구들과 모여있는 거실에서 사자후를 내질렀다. 친구들은 근래 본 내 모습 중 가장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드디어 말레이시아 사바 지인들도 만나고, 다른 주 친구들도 만나고, 바다와 숲을 거닐 수 있게 되었다. 쿠알라룸푸르는 내륙의 대도시라 바다까지 가려면 거리가 멀었고, 임시로 문을 닫은 공원도 많았었다.
한때는 집 위치로부터 10km 이상 나갈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었던 제약에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높은 백신 접종률과 줄어드는 신규 확진자, 병상 이용률이나 중환자 관련 수치들이 좋아지고 있어서 감격스러웠다. 9월부터 매일같이 백신 접종률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 체크했었고, 90%가 되는 날을 세고 있었는데, 드디어 말레이시아 가족 같은 사람들,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당시 사바 주는 가장 늦게 오픈되는, 주 정부의 추가 조치가 있던 상태라 여행이 불가했지만, 주간 여행 허용의 시작만으로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세상엔 돈이나 어떤 정형화된 수치로 환원할 수 없는, 가족, 애인, 친구, 연결, 사랑이라는 깊고 진한 행복이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