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iely Dec 16. 2021

31. 해외에 나온 것부터 역마살인데, 또 이사를!?

말레이시아 역마살 일지

31. 해외에 나온 것부터 역마살인데, 말레이시아 안에서 또 이사를?


소위 역마살이 껴도 단단히 꼈나 보다. 해외에 나온 것 자체가 이미 넓은 세상을 체험하며 돌아다니는 역마의 기운이 아닐까 싶은데, 다채로운 하우스메이트들과 새집에서 친해진 지 5개월도 안 되어 9월 말에 회사 동기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사무실이 확장 이전하며 위치가 달라져서, 급한 대로 1달간 동기네 집으로 이사하여 지내기로 했다. 사실 급하게 이사 오지 않아도 되었지만, 주간 이동이 발표되면 친구들 보러  것이고 한국도 몇 달간 다녀올 것이기 때문에 일단 단출하게 동기 집으로 이사하여 짐을 맡기고 남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 집에서도 인원이 나까지 4명이다. 나와 동기, 그리고 그 동기의 친구들.  


힌두교 축제 Deepavali 기념, 쇼핑몰에!


저번 집에서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인도네시아인 하메들과 살았다면, 이번 집에서는 말레이+태국 혼혈 말레이시아인들, 태국인 동기와 살게 되었다. 그래서 뜬금없이 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 일상회화에 쓰는 간단한 말들을 배웠다. 말레이시아는 태국과 국경이 접해 있어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도 버스나 차로 왕래할 수 있으며, 접경 지역인 Kedah 주에서 태국 문화와 말레이 문화, 언어가 섞인 삶을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살면 이렇게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가 참 좋다. 공용어인 영어는 늘 사용하게 되고, 말레이어와 중국어도 많이 듣게 되고, 인도계 말레이시아인 분들도 많기에 힌디어나 타밀어도 들을 수 있다. 심지어 태국어까지 들을 수 있다니. 마음만 먹으면 멀티랭귀지를 구사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다만 한국 친구와 연락하고 만날 때 외에는 한국어를 잘 안 쓰게 돼서 가끔 가족들에게 전화했을 때 외국어가 튀어나오거나, 언어의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한 문장 안에서 영어랑 말레이시아를 섞어서 말하기도 하다 보니, 로컬 친구들하고 이야기할 때도 여러 언어가 섞이기도 한다.


주로 같은 종교를 가진 경우나 같은 민족끼리 결혼하기는 하지만, 아버지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인 데 어머니는 필리핀계 분이시거나, 아버지는 말레이 무슬림인데 어머니는 태국인인 경우 등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섞인 가족들도 의외로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어떤 강박에서 많이 자유로워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뭔가 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준들을 아무래도 좀 신경을 썼는데, 말레이시아 살면서는 그런 부분에서 생각이 유연해지고 보다 자유롭게 살 수 있었다.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곳이기에 해외가 천국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좋은 점도, 안 맞는 점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다양한 문화와 특성을 접하고, 한국에서라면 엄두도 못 냈을 잦은 이동과 문화충격을 경험하며, 내면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생각이 다 옳은 것이 아니고, 얼마든지 다양한 가능성과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체험하는 삶. 마음 비옥하고 여유로워지는 장점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30. 말레이시아, 주간 이동과 해외여행이 허용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