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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ly Jul 04. 2022

34. 차가운 입김이 나를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으로 실어

온 거야.


한국에서의 84일은 쉬지도 않고 흘렀다. 처음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각종 서류 작성과 앱 설치 등 을 한 후 한숨 돌려보니 한국의 공기, 겨울의 공기가 와닿았다. 입김을 불면 허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겨울의 순간을 2년 넘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더랬다. 새삼 고향에 돌아왔다는 생각에 괜히 공항 사진도 찍어보고 하늘 사진도 찍으며 격리자 공항리무진을 기다렸다. 이후 방역 택시로 갈아타고 PCR 검사 장소로 이동하여 검사 후 다시 동일한 방역 택시를 타고 자택으로 귀가하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추위와 피로로 코가 메말랐는지, PCR 검사할 때 그간 한 그 모든 PCR 검사 중 가장 큰 아픔을 느꼈다. 



피맛을 느끼며 도착한 집. 부모님이 계셨고 고양이가 있었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당연하게 여겼던 사실, 집에는 부모님이 계시고 반려동물이 함께하고 있으며 내가 그 집에 갈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특히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이 지속되면서 당연하지 않은 소망이 되었다. 10km 이상도 이동하지 못했고, 심할 때는 8시 이후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던 시절의 기약 없는 지속은 나를 피폐하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내 가족들의 소중함과 생명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꿈속 한 장면처럼, 포근한 내 본가는 그대로 있었고 부모님과 포옹할 수 있는 물리적 거리에 도달했다. 한 가지 변한 게 있다면 2년 터울의 친형제 고양이 중 나의 사랑하는 첫째는 이미 하늘나라로 떠났고 동생 고양이와 내가 실제로는 처음으로 만났다는 것이었다. (내가 한국에 돌아오기 몇 달 전에 갑작스럽게 떠난 내 자식 같은 우리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내가 좀 더 힘이 생긴다면 브런치에 나눠볼 생각이다) 동생 고양이는 나와 영상통화를 종종 해서인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나는 가족들을 본 반가움, 첫째를 잃었다는 슬픔, 둘째의 환대에 대한 감동이 뒤섞인 눈물을 흘렸다.


둘째 냥이의 귀여움


자가격리 기간 동안 내 방에서 10일간 생활해야 했고, 재택근무하며 뒹굴거리는 내가 심심할까 봐 어머니는 각종 공예 세트까지 내 방에 넣어 주셨다. 당시 나는 내 방 침대에 편하게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한글 활자로 된 책을 실컷 읽었고, 문 열어달라고 앞발로 정성껏 문을 두드리는 냥님을 맘껏 귀여워하며 시간을 보냈다. 10일간은 쿠션 같은 시간이기도 했다. 700여 일을 여름 속에서만 살다가 갑자기 한겨울에 국경을 넘은 나를 위한 적응의 시간. 친구들과 괜히 한국 전화번호로 전화도 해보고, 창문을 열고 환기시키며 겨울바람의 온도를 새삼 느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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