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온 걸까
36. 내가 코로나를 불러들인 걸까 코로나가 나를 만나러 온 걸까 (작년 2022년 3월에 저장해 둔 글입니다^^ 1년 하고도 반이 지난 지금은 생각도 상황도 많이 달라졌네요.)
그렇게 바쁘게 재택근무와 한국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나는 덜컥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3월에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에 2~30만 명씩 발생하면서 주변에 코로나 확진자가 없으면 친구가 없는 거라는 농담이 떠돌 정도로 안 걸린 사람이 드물었다. 당시 같이 만난 친구들은 걸린 친구가 없는데 정작 내가 갑자기 걸려버렸다. 병가를 내고 앓아누웠다. 매일 증상이 달라졌고, 가벼운 감기처럼 잠깐 아프고 말 거라는 이야기와는 다르게 내 경우는 상당히 아프고 피곤했다.
두통, 고열, 목이 파열되는 것 같은 고통, 호흡곤란, 배탈, 말도 안 되는 피로감이 잔치라도 벌이듯 많이도 찾아왔다. 강도도 심해서 누우면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두려움이 몰려오기도 했다. 재택치료기간이 끝났음에도 피로감은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했다. 돌아다니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했던 예전과 비교해 보면, 아무리 나이를 몇 살 더 먹었기로서니, 이건 나이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의 병적인 피로감이었다. 이게 바로 코로나 이후의 피로감이구나 싶었다. 1시간만 밖에 나가도 지쳐서 길바닥에 드러눕고 싶을 정도였다. 그 피곤함은 글을 쓰는 지금도 잔재가 남아있을 정도로, 코로나의 후유증은 내게 나름 엄청났다.
코로나로 격리하고 쉬던 기간에 나는 한편으로 마음이 편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갑작스럽게 한국 날씨, 한국 문화(?), 달라진 대화 주제 등으로 적응이 바로 되지는 않던 나는 모종의 피로감을 느꼈던 것 같다. 말레이시아에서부터 노트북을 들고 와서 재택근무를 계속했기에 완전한 휴가와 재충전의 시간이 아니어서 피곤했고, 갑자기 많은 사람들을 계속 만난 것과, 어떤 달라진 상황에서 중심을 잡기 힘들었던, 내 기반의 일부가 이미 말레이시아에 있기 때문에 한국의 내 친구들은 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여전히 바다 건너에 남아 있다는 마음, 말레이시아에 대한 그리움, 내 고향의 일부는 말레이시아인 것 같은 역 향수병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심신이 피로했고, 다 놓고 쉬고 싶었다. 회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에너지도 딸렸다. 어쩌면 쉬고 싶어서 내가 코로나를 끌어들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레이시아로 돌아갈 때가 되자 또다시 한국에 대한 예견된 그리움과 떠나고 싶지 않은 복잡한 마음, 부모님과 고양이와 더 함께하고 싶은 마음, 친구들 만나느라 부모님과 시간을 덜 보낸 것 같은 아쉬움에 슬픔이 몰려왔다. 가고 싶은 마음, 가고 싶지 않은 마음, 당장 가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 그렇다고 영원히 안 갈 수도 없는 상황. 복잡한 마음과 감정, 무엇보다 부모님을 더 꼭 자주 안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여행도 다녔으면 좋았을 텐데 코로나 상황이 너무 심각했어서 제대로 같이 자주 외식도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떠나는 발걸음은 온통 부모님 생각으로 느려졌던 것 같다.